[전광우의 세계 경제 읽기] ’2035년 GDP 2배 성장' 시진핑의 꿈이 환상인 이유
입력 2020.12.07 03:00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최근 커버 스토리 주제는 ‘민주주의의 복원력’이었다. 코로나 사태 극복 과정에서 전체주의 효율성이 부추겨지고 민주주의 가치가 도전받는 가운데 민주주의는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씨앗(저력)’을 가진 복원력 강한 체제라는 주장이 핵심 메시지다. 국제 관계 분야 권위자 대니얼 해밀턴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현재 미·중 갈등을 양국 간 대립을 넘어 ‘민주주의 대 전체주의’ 대결로 규정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 후 중국·러시아 등 반민주주의 국가들을 견제할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 중인 것도 그런 분위기를 상징한다.
중국·호주 갈등 악화일로
그런 의미에서 최근 중국·호주 갈등은 주목할 만하다. 호주 정부가 코로나 발원에 대해 국제 조사를 요구하고, 중국이 홍콩·신장을 탄압한 것을 비판한 데 이어, 화웨이 5G 사업 불허, 인도·태평양 안보 협의체 쿼드(Quad) 참여 등 중국의 약한 고리를 건드리자 중국 정부가 거세게 보복을 가하고 있다. 중국이 호주산 포도주에 200% 관세를 부과하자 미국·유럽·대만 등 곳곳에서 ‘호주 와인 마시기’라는 반중(反中) 캠페인이 펼쳐졌고, 중국의 공격적 ‘전랑(戰狼·늑대 부대)’ 외교는 시험대에 올랐다. 호주는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40%에 달한다. 일자리 12개 중 1개가 중국 관련 비즈니스에서 나온다. 그러나 국가 안보와 주권이 달린 문제에는 미국 주도 자유민주주의 동맹을 택한다는 호주 국민과 정부 의지가 확고하다. 강도를 높여가는 중국의 압박에 강력히 저항하며 ‘호주의 가치와 민주주의는 거래 대상이 아니다’라는 스콧 모리슨 총리 발언에 결기가 묻어난다. 미 바이든 행정부는 호주를 비롯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과 결속을 앞세우고 있어 중국과 대립을 이루는 자유 진영 연대는 더 강화될 전망이다. 중국에 꿋꿋이 맞서는 호주는 대중 수출에서 오히려 선방하고 있다. 호주는 올 9월까지 대중 총수출이 전년 대비 3% 감소, 9% 줄어든 한국과 비교하면 사정이 더 .
세계 경제 회복과 중국 경제 불안
지금 세계 경제는 코로나 재확산으로 V자 회복 기대는 멀어지고 W형 더블딥(일시 반등 후 재침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주 OECD는 2021년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9월 5%에서 4.2%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 성장률 전망도 종전 3.1%에서 2.8%로 낮췄다. IMF는 내년도 글로벌 경제성장 특징으로 지속적 등락 추세, 국가·지역 간 격차, 하방 리스크 확대를 꼽았다. 본격적인 회복세는 하반기 이후에나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금융시장은 뜨겁다. 미 대선 관련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과 코로나 백신 개발이라는 겹호재 덕분에 11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글로벌 주가지수는 13% 급등, 월간 상승 기록을 깼다. 미 달러와 국채 등 안전 자산에서 신흥국 주식이나 비트코인 등 위험 자산으로 글로벌 투자 자금이 쏠리면서 연초 대비 5% 떨어진 달러 약세와 주가 강세는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추세와 달리 알리바바 계열 앤트그룹 기업공개(IPO) 연기와 중국 국영 기업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 확산은 세계 금융시장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여기엔 중국 공산당의 몽니가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앤트그룹은 세계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인 370억달러에 달하는 IPO 계획을 갑자기 유보했는데 이 배경엔 창업주인 마윈을 비롯한 신흥 기업인들이 언론에 나와 중국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게 중국 공산당 심기를 건드렸다는 점이 꼽힌다. 기업 경영을 통제하는 중국식 사회주의의 단면과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 반도체 굴기의 선봉으로 알려진 칭화유니그룹 등 지방정부 소유 국영 기업이 줄도산 사태를 맞은 점도 국가 관리 체제 허점과 금융 시스템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시진핑 주석은 공산당 중앙회의에서 2035년까지 중국 GDP 규모를 2배로 키운다는 장기 청사진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교수는 “중국의 이런 야망은 환상”이라고 평가한다. 향후 15년간 연평균 4.7% 성장해야 가능한 수치인데 인구구조가 급속하게 노령화하고 공산당 독재 체제가 기업의 잠재력을 압박하는 정치 구조 아래에선 달성 불가능한 목표라는 지적이다. 국제신용평가사 S&P도 미·중 디커플링에 따라 빚어질 기술 격차 심화로 중국의 생산성 약화와 성장률 둔화는 불가피하다고 내다본다.
정치 지배 구조도 투자 고려 사안
미 바이든 행정부 경제팀을 이끄는 실세 그룹으로 자산 규모 7조8000억달러 세계 최대 투자회사 블랙록(BlackRock)이 뜨고 있다. 블랙록은 삼성전자 등 국내 핵심 기업 대주주이기도 하다. 과거 정부에서 경제 실세로 자리매김했던 골드만삭스 역할을 대체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 직속 국가경제회의 의장, 재무부 부장관 등 신정부 요직에 블랙록 출신 인사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고, 래리 핑크 회장은 재무장관 유력 후보로 고려됐지만 본인이 고사했다고 알려진다. 그럼에도 향후 바이든 정부 경제 금융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리라는 게 월가의 전망이다.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를 지냈고 차기 OECD 사무총장으로 거론되는 필리프 힐데브란트 블랙록 부회장은 최근 필자와 화상 대담을 통해 블랙록의 투자 기업 가치 평가에서 기업 지배 구조는 물론 국가와 정치 지배 구조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고 전했다. 요즘 크게 주목받는 ESG(환경⋅사회⋅지배 구조) 투자 가이드라인에 비추어 볼 때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합리적 정치 체제와 정책 환경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중국뿐 아니라 한국 경제에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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