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옵티머스 3인방 “도주 작업은 필수, 채동욱 총장님 등과 상담 필요”

최만섭 2020. 10. 16. 05:33

옵티머스 3인방 “도주 작업은 필수, 채동욱 총장님 등과 상담 필요”

[옵티머스 정관계 로비 의혹] 옵티머스 ‘거물급 고문단’ 어떤 역할했나

표태준 기자

이정구 기자

입력 2020.10.16 05:00

 

 

옵티머스 자산운용의 정·관계 로비 의혹과 관련해 옵티머스의 거물급 ‘고문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옵티머스는 이들이 경영 지원 및 법률 자문 역할을 한다고 홍보하면서 펀드 상품을 팔았다. 그러나 옵티머스의 각종 내부 문건과 관련자 진술을 통해 ‘고문’들이 그 이상의 역할을 했다는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의 문이 닫혀 있다. 국정감사에서 옵티머스 투자 로비 의혹에 대한 여야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연합뉴스

◇양호 전 나라은행장

양 전 은행장은 옵티머스 지분 14.9%를 가진 최대 주주다.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는 양 전 은행장을 2017년 4월 한 금융 업계 인물이 주도한 모임에서 만났다고 한다. 김 대표는 과거 라오스에서 농장 개발 사업을 했다. 양 전 은행장에게서 ‘농업 분야 사업 투자를 준비 중’이란 말을 듣고 사업을 논의하며 가까워져 옵티머스 고문직을 제안했다고 한다.

김 대표가 만든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에는 ‘양호 고문님이 (김재현 대표에게) PEF(사모펀드) 설립을 제안, 진행을 검토’라고 적혔다. ‘양호 고문님으로부터 공공기관 매출채권 딜소싱(투자처 발굴)을 도와주도록 증권업계 종사자 유현권과 대부 업체를 운영하는 이동열을 소개받음’이라는 내용도 있다. 유씨와 이씨는 옵티머스 사건으로 지난 7월 구속 기소됐다. 본지가 입수한 통화 녹취록에는 양 전 은행장이 2017년 김재현 대표의 금감원 상대 로비를 지원하는 내용이 다수 등장한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김재현 대표는 2017년 말 이 전 부총리를 양 전 은행장의 소개로 만나 고문직을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옵티머스 전 임원 A씨는 본지 통화에서 “이혁진과의 옵티머스 경영권 분쟁 소송 해결 과정에서 금감원에 민원을 넣기 위해 김 대표가 양 고문을 앞세워 이 전 부총리를 4~5차례 만났다”고 했다. 당시 금감원장은 이 전 부총리의 경기고 후배인 최흥식씨였다.

‘펀드 하자 치유 문건’에는 이 전 부총리가 여러 투자 사업을 김 대표에게 제안한 걸로 돼 있다. 문건에는 ‘이헌재 고문이 추천, 남동발전과 추진하는 바이오매스 발전소 프로젝트 투자 중’이라고 적혔다. 실제 김 대표는 3월 13일 한국남동발전 직원들과 미팅을 가졌고 남동발전이 계획하는 태국 바이오매스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김재현 대표는 검찰에서 “지청장을 지낸 검찰 출신 변호사가 주도한 식사 자리에서 채 전 총장을 만난 걸 계기로 가까워져 고문으로 모셨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펀드 하자 치유 문건'에는 ’2018년 12월 이헌재 고문님 소개로 채동욱 변호사 고문 위촉, 형사 사건 전담토록 함'이라고 적혀 있다.

 

 

옵티머스 ‘거물’ 고문단의 역할

채 전 총장이 대표로 있는 로펌 ‘서평’은 작년 10월 서울남부지검이 수사해 옵티머스 관계자들을 기소한 ‘성지건설 무자본 M&A(인수합병) 사건’을 수임했다. 옵티머스가 투자한 성지건설은 ‘펀드 사기’의 핵심 역할을 한 기업이다. 옵티머스는 성지건설이 발행한 공공 기관 공사 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자를 속인 뒤, 실제로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대부 업체나 페이퍼컴퍼니로 돈을 보냈다.

김 대표와 윤석호 옵티머스 이사, 옵티머스 관계사 고문인 유현권씨 등 ‘주범 3인'은 금감원 실사를 앞둔 5월 ‘도주 시나리오’가 적힌 또 다른 문건을 작성했는데, ‘검찰에서 수사 범위를 확대하지 않도록 작업 필요’ '주범의 도주로 인하여 수사 진행이 어렵다는 취지의 검찰 작업은 필수. 채 총장님 등과 상담 필요’ ‘금감원과 딜 고려’라는 내용이 나온다. 옵티머스 관계자는 “채 전 총장이 법률 상담을 넘어서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또 다른 고문인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한 건설업자의 소개로 김재현 대표를 만났다고 한다. 검찰은 옵티머스 핵심 관계자에게서 “김 전 이사장은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의 금융업계 ‘사수’로 친분이 두터웠다”는 진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NH증권은 옵티머스 펀드 상품 4500억원어치를 팔았다. 그 배경을 수사해 온 검찰은 김재현 대표의 휴대전화에서 ’2019년 6월 26일 김진훈 고문과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과 만남'이라는 메시지를 확보한 상태라고 한다. 이날 점심은 NH투자증권이 지난해 6월 11일 김 대표에게서 펀드 판매 제안서를 받은 지 3일 만에 ‘초고속 승인’을 결정한 직후였다.

김재현 대표 측 변호인은 본지 통화에서 “김 대표 밑에서 자산 관리를 한 직원들이 그런 걸(로비) 했는지는 모르지만 김 대표는 로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했다.

 

 

표태준 기자 편집국 사회부 기자

 

사회부 법조팀 표태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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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구 기자 편집국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