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철학

코로나 시대 쉼표, 제주에서 만든다

최만섭 2020. 10. 12. 10:33

일반

 

힐링 산림욕 명소, 숲길
단풍 물든 한라산
해녀 체험

오재용 기자

입력 2020.10.12 03:00

 

 

 

 

 

 

 

제주올레 걷기 축제 참가자들이 제주올레 10코스를 걷고 있다. / 조선DB

코로나는 유행기간을 예측조차 하기 어렵고, 스트레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코로나 일상 시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보편화된 모습이 될 것이다.

여행에도 단체 여행 대신 개별 여행이 일반화되고, 여행의 가치도 ‘건강’을 키워드로 하는 ‘웰니스 여행’이 더 주목을 받을 것이다.

‘웰니스’는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의 합성어로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추구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을 뜻한다.

코로나에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온몸으로 ‘웰니스’를 체험할 수 있는 ‘청정’ 제주도가 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 제주의 깨끗한 자연 가을 풍경을 눈에 담고, 직접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가을이면 더 깊어지는 숲속을 걸어보자

제주 ‘치유의 숲’을 걷고 있는 여행객들. / 제주도관광공사 제공

숲이 품은 아기자기한 숲길은 오름이나 바다와는 다른 매력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비가 와도 좋다, 바람이 불어도 좋다. 사려니숲길과 비자림, 동백동산, 샤이니숲길, 서귀포 치유의 숲, 한라산둘레길, 절물자연휴양림 등은 힐링 산림욕 명소다.

사려니숲길은 제주시 봉개동의 비자림로에서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의 사려니오름까지 이어지는 숲길이다. 총 길이는 약 15km로, 소요시간은 3시간 남짓이다. 비자림로 사려니숲길 입구 들머리에는 숲길 전방을 안내해주는 곳이 있다.

비자림은 수령이 300~600년 된 비자나무 2500여 그루가 모여 사는 숲이다. 천연기념물 제374호로 지정되어 있는 비자림은 단일 종류의 군락림으로는 세계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규모다. 인공으로 조성된 것이 아닌 자연발생적 숲이기에 더욱 귀중한 자연 유산이다. 람사르습지인 동백동산은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숲의 생태원형이 잘 보존된 곶자왈(약 59만㎡ 규모)이다. 동백나무 10여 만 그루가 군락을 이뤄 서식해 동백동산이라 불리고, 한반도에서 가장 넓은 평지형 난대성 상록활엽수 천연림이다.

샤이니 숲길은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삼다수 목장을 지나 길가 왼편에 숨어있다. 단정한 길의 양편으로 나무가 곧게 뻗어있어 포토 스팟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200m정도의 짧은 길이기 때문에 산책보다 주위를 걸으면서 인생사진을 남기기에 이곳보다 더 좋은 숲길은 없다.

울창한 삼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1112번 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매력적이지만, 도로를 따라 이동하다 차를 세우고 둘러볼 만한 숲길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휴양, 야영, 생태 체험, 삼림욕을 모두 즐기고 싶다면 교래자연휴양림이나 절물 자연휴양림으로 차를 돌려보자. 교래자연휴양림은 곶자왈 지대에 조성된 최초의 자연 휴양림. 곶자왈은 숲을 뜻하는 ‘곶’과 돌과 덩굴식물 등이 뒤섞인 곳을 뜻하는 ‘자왈’을 합친 제주도 말로, 나무와 돌, 이끼, 수풀이 뒤섞인 제주도의 숲을 칭한다.

1995년 개장한 절물 자연휴양림은 울창한 수림 대부분이 수령 30년 이상 삼나무가 가득한 곳이다. 피톤치드 가득한 산책로를 걷다보면 무릉도원에 빠져든 기분에 몸이 가볍다. 휴양림에는 절물오름에서 흘러나오는 약수가 있다. 제주시에서 지정한 1호 약수다. 가물어도 결코 마르지 않는다는 절물약수는 신경통과 위장병에 특효가 있다고 알려져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울긋불긋 단풍 세상이 펼쳐진 한라산 등반

 

한라산 등반객. / 제주도 제공

내 인생을 남들의 보폭에 맞출 필요가 없듯, 등산도 마찬가지다. 단풍 옷으로 갈아입는 한라산은 주인공이 된 듯 색다른 묘미를 준다.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편안한 휴식과 같은 여행을 즐겨보는 것도 좋지만 한라산 등반을 하며 활동적인 여행을 즐겨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 등반은 성판악코스(9.6㎞)와 관음사코스(8.7㎞)가 있다. 등반시간은 일반인 기준으로 하산까지 8~9시간이 소요된다. 숲 터널과 오름, 넓은 한라산 허리 동산, 백록담,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제주 앞바다… 시야가 탁 트여있어 세상이 열린 듯한 기분이 느껴진다. 제주 가을 풍경이 주는 종합 선물세트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바닷속 풍경을 즐기고 싶다면 해녀 물질 체험

제주 바다를 더욱 특별하게 즐기고 싶다면 해녀 물질 체험에 나서보자.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제주 해녀 문화’를 배우고, 해녀와 함께 바다에서 소라나 전복 같은 해산물을 직접 채취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제주 동북부에 위치한 구좌읍 하도리는 현직 해녀들이 많이 남아 있는 마을이다. 이곳 어촌계가 운영하는 하도어촌체험마을에서 해녀 물질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부력이 있는 잠수복을 입고 물에 들어가므로 수영을 못해도 겁낼 필요가 없다. 체험 전에 잠수복을 갈아입고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리니 20~30분 일찍 도착하는 것이 좋다. 잠수복을 입고 오리발을 챙겨 들고 허리에 납 벨트까지 착용하면 체험 준비가 끝난다. 납 벨트는 해녀가 잠수할 때 부력으로 뜬 몸이 가라앉기 쉽게 도와준다.

 

제주해녀 물질. /제주도 제공

하도어촌체험마을에서는 해녀와 똑같은 복장으로 체험에 나선다. 일렬로 서서 간단히 준비운동을 한 뒤, 각자 테왁을 하나씩 들고 바다로 향한다.

테왁은 물질할 때 가장 중요한 도구다. 둥근 스티로폼에 원형 망사리를 달아 채취한 해산물을 담기도 하고, 물 위에서 숨을 고르며 쉴 때도 이용한다. 바닷속에 잠수하는 해녀의 위치를 알려주는 부표가 되기도 한다.

바다에 들어서면 몸이 생각보다 물에 잘 떠서 놀란다. 테왁을 두 손으로 잡고 엎드리는 자세로 몇 번 물장구를 치면 앞으로 쑥쑥 나간다. 보통 해녀 한 명이 탐방객 5~6명 한팀을 인도해 해산물을 골고루 채취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잠수에 익숙해진 체험객은 물질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부지런히 물속과 물 밖을 오간다.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체험하는데, 시간이 다 가도록 아무도 바다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한다. 체험을 마치고 나오면 망사리에 넣어둔 해산물을 바로 먹을 수 있게 준비해준다. 각자 채취한 것 외에 뿔소라 400~500g을 얹어주니 많이 잡지 못했다고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직접 잡은 해산물을 그 자리에서 맛보는 경험 또한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해녀 물질 체험은 보통 하루에 두 번(오전 11시, 오후 2시 전후) 진행한다. 전화 예약이 필수다.

 

◇일몰로 하루를 정리하고 떠오르는 새날의 설렘을 만나다

코로나에 지친 몸과 마음을 이글거리는 태양과 함께 넘겨버리고 맑은 얼굴로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고 싶다면 일몰 명소를 찾아라.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리에서, 강정포구와 표선 소금막에서, 바다로 사라지는 해를 감상해도 좋다. 생태여행의 명소 제주시 한라생태숲 전망대에서 관탈섬과 보길도를 내려다보며 산 너머로 지는 해를 바라보는 것도 독특한 경험이 된다. 제주시 한경면 수월봉에서, 사라봉에서, 제주 곳곳 일렁이는 해넘이를 배경으로 일상에서 수고한 나를 토닥이며 차분하게 내일을 맞이할 준비에 나서자.

어제를 돌이켜보고 ‘시작’이 주는 설레는 감정을 가장 벅차게 느끼고 싶어 여행을 선택했다면 제주의 일출명소, 성산일출봉으로 향하라. 동이 트기 전 가장 어둡다는 새벽 바다의 파도에 해묵은 감정과 기억을 털어 보내고, 성산일출봉 위로 떠오르는 장엄한 일출에 가슴 속 소망을 빌어보자.

 

오재용 기자 편집국 사회부 제주취재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