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14% 올랐단 정부, 근거 못대더라"
조선일보
입력 2020.08.12 03:25
경실련 부동산본부장 인터뷰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래 서울 아파트값이 고작 14% 올랐다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 자료 공개 요구는 열 번 넘게 묵살하고 있습니다. 50% 넘게 올랐다는 민간 분석을 확인조차 하지 않고, 근거 없는 수치로 거짓말하고 있는 겁니다."
김헌동〈사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10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경실련은 지난 6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약 52% 상승했다'는 분석 결과 발표를 시작으로 잇달아 정부 부동산 실정(失政)을 사회에 고발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밝힌 '정부 출범 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14.2%'라는 입장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근거가 전혀 없는 숫자"라는 것이다.
집값과 관련한 대표적인 통계는 '중간값'과 '가격 지수'다. 중간값은 표본을 가격순으로 나열했을 때 정중앙 등수(等數), 예컨대 5개 중 3등에 해당하는 아파트의 '실제 가격'을 말한다. 지수는 특정 시점 가격을 '100'으로 놓고, 그때와 비교해 얼마나 등락했는지만 보여준다. 경실련 발표는 중간값을 기준으로 삼고, 국토부 발표는 주로 지수를 기준으로 삼아왔다.
국토부 통계도 문 정부 출범 후 3년간 서울 아파트 중간값의 변동률은 50%대 후반으로, 경실련이 인용하는 KB국민은행 통계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국토부 통계상 서울 아파트 가격 지수 변동률은 15%로 국민은행(28%)과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김 본부장은 "일단 국토부의 지수 자체가 현실성이 너무나 떨어지고, 설령 그 통계를 따르더라도 '14.2%'라는 숫자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며 "'국토부 통계에 사용된 아파트 이름이나 적용 시세를 공개하라'고 10여 차례 정보공개 청구 등 공식 질의를 했지만, 정부는 통계법을 앞세워 번번이 답변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담당 고위직 재산 공개하는 김헌동 본부장 -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강당에서 김헌동(왼쪽)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등이 '부동산정책 수립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경실련은 "부동산 정책을 다루는 고위직 중 36%가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호 기자
경실련은 1989년 '부동산 투기 근절'을 내걸고 출범했다. 문재인 정부도 출범 직후부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내걸고 있다. 경실련이 최근 들어 정부를 상대로 집중포화를 쏟아붓는 이유가 뭘까.
그 질문에 김 본부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대통령의 인식에 기가 찼다"고 했다. 작년 11월 19일 문 대통령이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에서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고 발언한 것을 보면서 '더는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설명이었다.
김 본부장은 "대통령이 '역대 정권 중 부동산 가격을 가장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는 취지로 발언하더라"며 "참모들로부터 집값 10~12% 올랐다는 터무니없는 보고를 받으면서도 판단을 하지 못하니, 밖에서라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실제로 경실련은 당시 대통령 발언 열흘 만에 기자회견을 열어 "문 정부 출범 후 30개월 중 26개월간 집값이 상승했고, 서울은 평균 4억원, 강남권은 6억원 올랐다"며 대통령 발언을 반박했다.
김 본부장은 "정부가 집값이 급등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다"며 "국민이 체감하는 수치와 가까운 중위값을 두고, 일부러 적은 숫자를 쓰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심기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은 대통령이 99%의 국민 심기를 거스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실련은 지난 6일에는 청와대 참모와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보유 현황'도 공개했다. 집값이 급등했다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서였다. 부동산 정책을 직접 다루는 국토부·기재부·금융위·한국은행 소속 고위 공직자 39명의 아파트·오피스텔 시세는 문 정부에서 51% 상승했고, 고위 공직자 107명 중 39명은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김 본부장은 "이런 사람들이 부동산 정책을 만드는데, 집값 잡는 데 관심이 있겠느냐"며 "다주택 고위 공직자들은 스스로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대책을 만들 수밖에 없다. 집값 잡는 시늉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 정부의 '전(前) 정권 탓'을, 그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정권 초기에 제대로 대책을 세웠다면, 집값 상승 폭을 낮출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최근 전셋값 상승은 전적으로 현 정부 무능 탓"이라며 "집값을 가파르게 올려놓으면 그로부터 3년 뒤부터는 전셋값이 뛰는데, 그게 바로 지금의 전세 대란"이라고 했다.
김 본부장은 "SH 공사가 '분양가 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은 게 최근 서울 집값 급등의 원인"이라며 "그 배경에 서울시의 무리한 '부채 감축 계획'이 있다"고 했다. 박원순 전 시장은 2011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당선되면 2년간 서울시 부채의 27%인 7조원을 감축하겠다'고 공약했다. SH는 박 전 시장 취임 직후인 2012년 영업손실 4545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바로 흑자로 전환했고, 2017년에는 3158억원의 영업 이익을 올렸다. 김 본부장은 "SH가 주택 소비자들을 착취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이달 말 21대 초선 의원들의 재산이 공개되면, 선관위 후보 등록할 때의 후보자 재산 내역과 비교해 의원들의 부동산 자산 현황을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다. 김 본부장은 "현재 경실련에는 20여 명의 요원과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이 있고, 집값 문제를 함께 조사하며 분석하고 있다"며 "불로소득이 없어질 때까지 이 문제를 범국민운동으로 확대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12/202008120015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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