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개 중에 찾아낸 코로나 항체, AI·로봇·나노기술의 힘

500만개 중에 찾아낸 코로나 항체, AI·로봇·나노기술의 힘

조선일보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0.06.04 04:10

美 제약사 임상시험 시작

지난 1일(현지 시각)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세계 최초로 코로나 바이러스 항체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항체는 바이러스에 달라붙어 감염을 막는 면역물질이다. 이번 항체 개발은 코로나 환자의 혈액을 받고 임상시험을 발표하기까지 98일 걸렸다. 항체 치료제 개발은 통상 3~5년이 걸린다. 인공지능(AI)과 로봇, 나노기술 등 첨단 과학기술을 총동원해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코로나 치료제·백신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AI가 기간을 앞당기는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나노기술·로봇·AI 총동원

LY-CoV555란 이름의 코로나 항체 치료제는 릴리와 캐나다 바이오기업 앱셀레라,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의 백신연구센터가 공동으로 개발했다. 연구진은 북미대륙에서 처음으로 코로나에 걸렸다가 완치된 환자의 혈액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가장 효과가 있는 항체를 찾아냈다.

앞으로 코로나 환자 32명에게 이 항체 치료제를 주입하고 효능을 확인할 계획이다. 앱셀레라의 공동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칼 한센은 "LY-CoV555는 최초의 코로나 맞춤형 치료제"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나온 코로나 치료제는 다른 질병 치료용으로 개발됐다가 코로나 치료에 전용한 것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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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는 2일(현지 시각) 연구진이 500만개 이상의 항체에서 하나의 완벽한 항체를 찾는 어려운 작업을 단 석 달 만에 성공한 데에는 전에 없는 무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바로 나노기술과 AI, 로봇이다.

앱셀레라는 2월 25일 코로나 완치 환자의 혈액 시료를 입수했다. 여기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스파이크) 단백질에 결합하는 중화(中和)항체 약 500만개를 찾았다. 바이러스는 이 돌기로 인체 세포에 결합한다. 항체가 먼저 돌기에 결합하면 자연 인체 감염을 막을 수 있다. 항체는 바이러스에 결합한 채 다른 면역세포의 공격까지 유도한다

500만개가 넘는 항체를 일일이 실험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미세 통로들이 나있는 칩에 항체를 넣어 각각 따로 분리했다. 다음은 마치 기계로 모를 심듯 로봇으로 바이러스가 든 용액을 수십, 수백 개의 칩에 동시에 주입해 항체와 바이러스의 결합력을 시험했다. 앱셀레라는 단 3일 만에 항체 치료제 후보를 2000여 개 골라냈다.

다음은 항체를 만드는 세포의 유전정보를 해독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500개의 항체에 대해 각각 500가지 유전적 특징을 추릴 수 있었다. 전체로 따지면 25만 가지 유전정보가 확보된 셈이다. 일일이 사람이 조사하기에는 방대한 정보량이다. 앱셀레라와 릴리 연구진은 AI로 유전정보를 분석해 항체 후보를 190개까지 줄였다. 마지막으로 백신연구센터가 항체 후보들로 세포와 동물 실험을 진행했다. 24개의 최종 후보가 추려졌으며 이 중 하나에 대해 임상시험이 시작됐다.

◇AI 활용 코로나 치료제·백신 개발 박차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최근 코로나 치료제·백신 개발에 나선 업체들은 대부분 첨단 IT를 이용하고 있다.

구글의 AI 전문업체 딥마인드는 알파폴드(AlphaFold)라는 AI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단백질 구조를 예측했다. 이 정보는 전 세계 연구자와 공유돼 백신 개발 속도를 높였다. 국내 업체 디어젠은 AI로 시판 중인 약물과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상호작용을 예측하고 에이즈 치료제 하나를 코로나 치료제 후보 약물로 제시했다.

한편 미국의 리제네론과 영국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도 곧 코로나 항체 치료제의 임상시험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체 셀트리온도 다음 달 유럽에서 항체 치료제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04/202006040033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