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잠은 피곤할 때가 아니라 졸릴때 자라!

최만섭 2020. 4. 14. 05:14

[윤대현의 마음읽기] 잠은 피곤할 때가 아니라 졸릴 때 자라!

조선일보
  •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입력 2020.04.13 21:30 | 수정 2020.04.13 23:55

'피로'와 '졸림' 구별해야… 피곤하다고 누우면 '불면의 전쟁터'
잠자리는 꼭 잠잘 때만… 독서·음악 감상 등도 다른 곳에서
일정한 기상 시간 중요해, 아침엔 산책 등 햇살 즐기면 좋아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코로나 악몽'을 꾸고 불면까지 찾아왔다는 분이 적지 않다. 바이러스 스트레스로 잠 잘 들고, 중간에 깨지 않고, 자고 일어나면 개운한 건강 수면의 리듬이 깨진 것이다. 불면을 다스리기 어려운 이유는 의지로 직접 통제가 안 돼서이다. 눈을 감는 것까지는 의지대로 되지만 마음 깊숙이 있는 수면 스위치엔 손이 직접 닿지 않는다. 그래서 불면으로 고생하는 가족에게 '마음 편히 먹고 자라'는 말을 해선 안 된다. 그 말에 짜증 나 잠이 더 안 온다고 한다.

불면이 찾아왔을 때 도움이 되는 행동요법이 연구되어 있다. 안타깝게도 실천하시는 분이 적은데 삶에 잘 녹이면 불면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명확히 입증되어 있다. 우선 잠자리가 편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불면이 찾아오면 잠자리가 전쟁터로 바뀐다. 회사나 가정에 골치 아픈 일이 생긴 경우 밤에 잠자리에 누웠는데도 계속 걱정에 싸여 잠들지 못하는 경험을 한다. 며칠 후 고민거리가 해결되고 다시 숙면이 찾아오면 다행인데 불면이 지속되는 경우가 꽤 있다. 이를 조건반사로 설명하는데 음식을 줄 때 종을 치는 자극을 함께 주면 나중엔 음식 없이 종만 쳐도 입에 침이 고이는 동물실험 결과와 비슷하게 처음 불면은 인생 스트레스 때문이었는데 그 고민을 잠자리에서 하다 보니 고민이 사라져도 잠자리가 평안한 장소가 아닌 오히려 뇌를 각성시키는 전쟁터로 인식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피로'와 '졸림'을 구별해야 한다. 피로는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고 졸림은 당장 잠이 들 상태다. 불면증인 경우 당연히 저녁때 피로하다. 그렇다 보니 일찍 잠자리에 들게 되는데 문제는 잠이 오지 않는 경우다. 결국 오랜 시간 잠자리에서 괴로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괴로운 시간을 보내는 만큼 잠자리는 더 전쟁터로 인식되고 불면이 악화할 수 있다. 그래서 졸릴 때까지 참다가 졸린 순간이 오면 잠자리에 가야 한다. 졸려서 누웠는데 잠이 달아나 버렸다면 억지로 청하지 말고 다시 일어나 잠자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나만의 평안한 활동을 개발해 다시 잠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 자연 경치가 좋은 영상물을 본다든지 책을 읽으며 음악을 듣는다든지 이완할 수 있는 나만의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완 활동을 하는 장소와 잠자리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낮에도 독서, 영상물 시청, 음식 섭취 등을 잠자리에서 하지 않아야 한다. 잠자리는 오직 숙면을 위한 장소로 마음이 인식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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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현의 마음읽기] 잠은 피곤할 때가 아니라 졸릴 때 자라!
/일러스트=이철원

이 훈련을 하다 보면 '오늘 잘 자야 하는데'란 걱정이 든다. 이럴 때는 우리 몸이 하루 이틀 불면은 충분히 견딜 수 있게 튼튼히 만들어져 있다고 자신을 토닥거리는 것도 필요하다. 또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렵게 잠들었는데 늦잠 자고픈 마음은 간절하지만 기상 시간이 들쑥날쑥하면 뇌 안 생체 시계에 혼란이 온다. 요약하면 졸릴 때 잠자리에 들고 잠이 오지 않으면 금방 일어나 평안한 장소에 대기하다 다시 잠을 청하고 기상 시간은 일정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상 후 산책 등 햇살을 즐기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반대로 잠자리는 빛을 차단해야 한다. 생체 시계는 빛을 중요한 정보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낮잠은 피해야 한다. 마지막 기상 시간이 멀수록 밤에 수면 파워가 커져 쉽게 잠이 온다.

미국에서 코로나(covid)와 이혼(divorce)의 합성어인 코로나 이혼(covidivorce)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부부 관계를 밀착시키다 보니 내재되어 있던 갈등이 증폭되어 이혼까지 생각하는 커플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코로나 스트레스가 수면부터 가정까지 어렵게 하고 있다.

우리는 내 인생이란 영화의 주인공이다. 대화를 통해 내 영화의 시나리오 안에 긍정적인 미래에 대한 묘사(narrative)를 충분히 담을 때 지금의 고통이 외상 후 스트레스(post-traumatic s tress)가 아닌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으로 이어지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직접 만날 수 없는 경우라면 화상 통화 등 다양한 소통 도구가 있다. 긍정의 공감 소통이 꼭 필요한 시기이다. 페스트의 작가 카뮈의 말이다. "겨울의 한복판에서 나는 마침내 내 안에 굴복하지 않는 여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13/202004130400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