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철학

[발자취] 70년간 할리우드 황금기 빛낸 '검투사'의 작별

최만섭 2020. 2. 7. 05:47

[발자취] 70년간 할리우드 황금기 빛낸 '검투사'의 작별

조선일보

입력 2020.02.07 03:01

커크 더글러스, 103세로 별세
OK 목장의 결투·스파르타쿠스… 영화 90여편서 선굵은 연기 펼쳐
아들 마이클 "정의에 헌신한 분"

반세기가 넘도록 전설로 살았던 할리우드 명배우 커크 더글러스(103)가 5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베벌리힐스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챔피언' 'OK목장의 결투' '스파르타쿠스' 등으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배우다.

2009년 아카데미 영화제 애프터 파티(배니티 페어 오스카)에 대를 이은 배우인 아들 마이클 더글러스(왼쪽)와 함께 참석한 커크 더글러스.
아들 마이클 더글러스와 함께 - 2009년 아카데미 영화제 애프터 파티(배니티 페어 오스카)에 대를 이은 배우인 아들 마이클 더글러스(왼쪽)와 함께 참석한 커크 더글러스. /로이터 연합뉴스
고인의 아들이자 역시 할리우드 스타였던 마이클 더글러스(76)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부친의 별세 소식을 알리며 "그는 영화의 황금기를 경험하고 인생의 황금기까지 보낸 배우였고, 정의와 대의에 헌신하면서 모두가 우러러볼 기준을 세웠던 박애주의자였다"고 썼다.

더글러스의 삶은 곧 아메리칸드림이었다. 본명은 이슈르 다니엘로비치 뎀스키로, 부모는 러시아에서 온 노동자였다. 1916년 미국 뉴욕 빈민가에서 태어났고, 어릴 때부터 신문배달·노점상·정원사·레슬링 선수로 일하며 학비를 벌었다. 그가 훗날 펴낸 자서전 제목도 '넝마주이의 아들'이다. 가난했으나 꿈까지 작진 않았다. 장학금까지 받아 미국 드라마 예술 아카데미에 들어갔고, 1941년 졸업 공연 '봄이여 다시'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데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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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스파르타쿠스'에서 검투사 스파르타쿠스 역을 맡은 커크 더글러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스파르타쿠스'에서 검투사 스파르타쿠스 역을 맡은 커크 더글러스. /유니버설픽쳐스
1946년 영화 '마사 아이버스의 위험한 사랑'으로 할리우드에 데뷔했고, 내면의 악마와 싸우며 링에서 고군분투하는 권투 선수를 연기한 영화 '챔피언'(1949)으로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이후 70년 동안 9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영광의 길' '해저 2만리' 'OK 목장의 결투' 등을 통해 선 굵은 남성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새겼다. 턱에 움푹 팬 보조개도 이런 이미지를 더 강조했다. 시인 김수영이 자신의 시 '하… 그림자가 없다'에서 '우리들의 적은 커크 더글러스나 리처드 위드마크 모양으로 사나웁지도 않다'고 쓴 적도 있다. 화가 반 고흐 역으로 출연한 영화 '열정의 랩소디'(1958)로는 골든글로브 남우 주연상을 받았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스파르타쿠스'(1960)에선 주연과 제작을 겸해 호평과 흥행을 모두 거머쥐기도 했다. 골든글로브상·미국영화연구소(AFI)·미국영화배우조합(SAG)·베를린영화제 등에서 공로상을 받았고, 199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명예상을 받았다. 당시 시상자로 아들 마이클 더글러스가 나와 화제를 모았다.

더글러스는 1950년대 미국에서 매카시즘 광풍이 불 때 공산주의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배척당했던 영화인들을 재기시키는 데도 힘썼다. 1952년 자신이 설립한 영화사를 통해 당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작가 돌턴 트럼보를 고용했다. 이는 다른 영화인들도 업계에 복귀하는 계기가 됐다. 영화 '트럼보'(2016)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세계 분쟁 지역에 학교와 공원을 세우는 자선활동에도 힘써 1981년엔 미국 지미 카터 대통령에게서 최고의 영예 시민상인 '대통령 자유 메달'을 받았다.

사고도 많았다. 1991년엔 헬기 사고에서 홀로 살아남아 척추수술을 받았다. 1996년부터 심한 뇌졸중으로 언어장애를 겪으며 투병해왔다. 98번째 생일을 맞았던 2014년엔 미국 잡지 '피플'
이 그의 부고를 실수로 냈다가 서둘러 삭제하는 소동을 벌였다. 1943년 배우 다이애나 웹스터와 결혼했다가 1951년 이혼했고, 1954년 세 살 아래 앤 바이든스와 결혼해 60년 넘게 살았다. 아들 마이클 더글러스와 결혼한 할리우드 스타 캐서린 제타 존스는 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랑하는 아버님, 평생 당신을 기억할게요. 벌써 그립습니다"라고 썼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07/202002070016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