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개혁

"남북이 원한다고 통일 오지 않아… 국제사회 설득해야 한다

최만섭 2020. 2. 7. 05:43
특집

    "남북이 원한다고 통일 오지 않아… 국제사회 설득해야 한다"

    조선일보
  • 진중언 기자 
  • 입력 2020.02.07 03:14

    [조선일보 100년 포럼] [11] 통일과 북방경제권 가능성
    北비핵화 없이는 통일 불가능… 외교·대북 전략 새로 짜자
    현재 2배의 세금 10년간 내야 北 생활수준 우리 70% 따라와…
    젊은세대는 "통일 꼭 해야하나"

    북방경제권, 한국 경제에 원동력
    정치적 위험커 지나친 낙관 금물

    "한반도 통일은 남북한의 의지로만 되지 않는다. 통일이 가져올 이익으로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나 인권 같은 가치를 포기하고서라도 통일을 할 것이냐. 이런 질문에 대한 사회적 합의부터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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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재성(맨 오른쪽) 서울대 교수가 지난달 22일 열린 조선일보 100년 포럼에서 '한반도 통일의 과거·현재·미래'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이 자리엔 염재호 포럼 대표와 김정기·양정웅·윤희숙·정과리 위원, 이해정 현대경제연구원 통일경제센터장 등이 참석했다. /박상훈 기자
    지난달 22일 열린 조선일보 100년 포럼은 한반도 통일을 위한 조건과 북방경제권의 가능성을 주제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북한 비핵화와 국제정세 변동 등에 맞춰 장기적 안목으로 외교 전략과 대북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며 "통일을 포함한 북한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 내부의 동의를 받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북방 경제권의 잠재력에 대한 토론도 진행됐다. 중국 동북 3성, 러시아 극동 지역과 한반도를 아우르는 북방경제권에 대해 "육상 물류망 연결을 포함한 남북 경협이 한국 경제 재도약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의견과 "정치적 위험이 만만치 않은 만큼 지나친 장밋빛 전망은 금물"이라는 지적이 팽팽하게 맞섰다.

    ◇"비핵화 없인 통일 어려워… 남북 관계 개선만으로는 안 된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주제 발표에서 "남북 관계 개선이 곧바로 통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상황에서 평화 프로세스가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통일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라며 "비핵화 없이는 한반도 통일이 어떤 편익을 가져오는지 국제사회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 교수는 통일 비용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보다 1.5~2배의 세금을 10년 내야만 북한 주민의 생활수준이 한국의 60~70% 정도로 올라올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면서 "막대한 초기 통일 비용 지출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기 한양대 교수는 "정권마다 통일·대북 정책을 단기적 효용의 정치 구호로만 활용하려는 바람에 장기적 안목의 통일 계획이 실종됐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사회 갈등, 통일 후 더 나빠질 것"

    이날 포럼에선 우리 사회 내부에서 북한 문제와 통일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찾는 게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윤희숙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통일을 위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지, 어떤 가치를 꼭 지켜야 하는지 이야기할 시점"이라며 "북한 비핵화, 북한 내 인권 문제 등에 대해 국민이 먼저 납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재호 포럼 대표는 "정치권에서 말하는 통일론과 젊은 세대를 포함한 일반 시민이 느끼는 통일에 대한 생각 간의 괴리가 크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통일을 꼭 해야 하냐'는 의견이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2018년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조사에선 통일이 되면 이념·지역 갈등, 빈부격차, 범죄 등의 문제가 개선될 것으로 보는 응답은 10%대에 불과했고, 대다수는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과리 연세대 교수는 "남북한 분단 75년에 유일한 공통분모가 언어지만, 통일 이후 북한 주민의 독서 수준을 한국 정도로 끌어올리려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북방경제권 잠재력, 전망 엇갈려

    북방경제권 관련 주제 발표를 맡은 이해정 현대경제연구원 통일경제센터장은 "남북경협 활성화가 한국 경제 재도약의 원동력"이라며 "북방경제권 형성이 가져올 이익에 대한 국내외의 공감대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한국은 국제 물류망에서 단절된 섬과 같은 조건에서도 지금의 경제발전을 이룩했다"며 "나진·하산 프로젝트 재개 등 육로(陸路)로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되면 획기적인 물류 혁신과 경제 도약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윤희숙 교수는 "현 정부는 북방경제권의 잠재력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북방경제권도 정치적 문제와 연결돼 있음을 인정하고, 잘못될 수 있는 시나리오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일, 30년전 통독때와 너무 다르다]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불과 11개월 뒤인 1990년 10월 동독과 서독은 통일했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독일 통일 과정이 한반도의 통일 준비에 좋은 참고서가 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한국과 북한은 분단 배경이 독일과 완전히 다르고 경제적 격차 등 객관적인 여건도 독일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이라고 본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한국과 북한은 과거 동서독보다 훨씬 경제력 차이가 커서, 통일이 된다고 해도 매우 큰 사회·경제적 충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일 직전인 1989년 동독의 1인당 국민소득은 9600달러로 서독(1만5300달러)의 63%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7년 기준 북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685달러로 한국(2만9744달러)의 4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통일 이전 동독 인구(약 1700만명)는 서독(6100만명)의 4분의 1 정도였다. 그러나 한국과 북한의 인구비는 2대1 정도여서 통일 후 사회 통합에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 교수는 "소련에 의존도가 높았던 동독은 소련이 붕괴하면서 급격히 체제가 흔들렸지만, 북한은 냉전 종식과 한·중 수교 등 외부 상황 변화를 모두 버텨내고 독자 노선을 걷는 것도 큰 차이"라면서 "다만, 통일 이후 사회통합 과정에선 독일의 사례에서 배울 게 있을 수 있다
    "고 말했다.


    ☞북방경제권

    한반도와 중국의 동북 3성(省), 러시아 극동 지역을 중심으로 넓게는 중앙아시아 등을 포함하는 유라시아 대륙을 가리킨다. 정부는 2017년 8월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동북아를 포함한 유라시아 지역의 교통·물류·에너지 인프라를 연계해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남북한 통일 기반을 갖추겠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06/202002060409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