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12.05 03:13
이탈리아, 한때 "그저 그런 싸구려 와인밖에 못 만든다" 혹평
'사시카이아' '가야'… 정부 가이드라인 안 따르고 새 품종 혁신
'세계 톱 와인 100'에서 1위, 평점 100점 만점에 100점 받기도
둘 성공에 이탈리아 전역 와이너리, 혁신과 도전에 뛰어들어
유럽과 미국의 와인 양조장 주인들은 10월 중순부터 12월까지 '싸돌아다니느라' 바쁘다. 포도 수확과 와인 만들기를 대강 마무리한 이때부터 자신들의 와인을 알리기 위해 세계 각국을 방문하기 때문이다. 물론 호주, 뉴질랜드, 칠레 등 지구 남반구 와이너리들은 여름인 요즘 포도밭을 돌보느라 정신없지만 말이다.
주요 와인 시장으로 성장한 한국에도 많은 와인 메이커들이 찾고 있다. 이 중 특히 주목받은 이탈리아 여성 둘이 있다. 한 명은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서 '사시카이아(Sassicaia)'를 만드는 프리실라 인치사 델라 로케타이고, 다른 한 명은 피에몬테 지방에서 '가야(Gaja)'를 만드는 가이아 가야이다. 사시카이아와 가야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그저 그런 저렴한 와인밖에 없다고 인식되던 이탈리아도 세계 최고 수준의 와인을 만들 수 있다고 재인식시킨 일등공신들이다.
사시카이아는 지난해 미국 와인 전문지 '와인스펙테이터'가 매년 선정하는 '세계 톱(Top) 와인 100'에서 1위를 차지했고, 올해는 미국의 유명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 만점에 100점을 받으며 이탈리아를 넘어 세계 최고의 와인으로 공인받았다. 빈티지(생산 연도)에 따라 다르지만 병당 70만원쯤으로 가장 비싼 축에 속한다. 하지만 이탈리아 정부가 지정하는 공식 등급으로는 가장 낮은 IGT에 불과하다. 여기서 자세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이탈리아 와인 등급은 DOCG가 가장 높고 그다음이 DOC, 그 밑에 IGT가 있다.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생산국에서는 높은 등급을 받으려면 정부가 정한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 가이드라인의 중요한 규정 중 하나는 특정 지역에서는 특정 포도품종으로 와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랜 와인 양조 역사를 통해서 최적의 조합을 찾아냈고, 이를 지키면 평균 이상의 와인이 생산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토스카나 지역의 경우 DOC나 DOCG를 받으려면 산조베제라는 포도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달 서울 강남 한 호텔에서 열린 만찬 행사에서 만난 프리실라는 "할아버지(마리오 인치사 델라 로케타)는 자신의 포도밭에는 산조베제가 최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바다와 가까워 서늘한 바닷바람에 영향을 받고 자갈이 많은 토양이 프랑스 보르도 지역과 비슷하다고 보았죠. 그리고 보르도에서 재배하는 카베르네소비뇽, 카베르네프랑이 더 적합하다고 확신했습니다."
주요 와인 시장으로 성장한 한국에도 많은 와인 메이커들이 찾고 있다. 이 중 특히 주목받은 이탈리아 여성 둘이 있다. 한 명은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서 '사시카이아(Sassicaia)'를 만드는 프리실라 인치사 델라 로케타이고, 다른 한 명은 피에몬테 지방에서 '가야(Gaja)'를 만드는 가이아 가야이다. 사시카이아와 가야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그저 그런 저렴한 와인밖에 없다고 인식되던 이탈리아도 세계 최고 수준의 와인을 만들 수 있다고 재인식시킨 일등공신들이다.
사시카이아는 지난해 미국 와인 전문지 '와인스펙테이터'가 매년 선정하는 '세계 톱(Top) 와인 100'에서 1위를 차지했고, 올해는 미국의 유명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 만점에 100점을 받으며 이탈리아를 넘어 세계 최고의 와인으로 공인받았다. 빈티지(생산 연도)에 따라 다르지만 병당 70만원쯤으로 가장 비싼 축에 속한다. 하지만 이탈리아 정부가 지정하는 공식 등급으로는 가장 낮은 IGT에 불과하다. 여기서 자세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이탈리아 와인 등급은 DOCG가 가장 높고 그다음이 DOC, 그 밑에 IGT가 있다.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생산국에서는 높은 등급을 받으려면 정부가 정한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 가이드라인의 중요한 규정 중 하나는 특정 지역에서는 특정 포도품종으로 와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랜 와인 양조 역사를 통해서 최적의 조합을 찾아냈고, 이를 지키면 평균 이상의 와인이 생산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토스카나 지역의 경우 DOC나 DOCG를 받으려면 산조베제라는 포도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달 서울 강남 한 호텔에서 열린 만찬 행사에서 만난 프리실라는 "할아버지(마리오 인치사 델라 로케타)는 자신의 포도밭에는 산조베제가 최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바다와 가까워 서늘한 바닷바람에 영향을 받고 자갈이 많은 토양이 프랑스 보르도 지역과 비슷하다고 보았죠. 그리고 보르도에서 재배하는 카베르네소비뇽, 카베르네프랑이 더 적합하다고 확신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마리오는 이 두 품종의 포도나무를 심었고, 1968년 첫 와인을 생산했다. 와인을 맛본 사람들은 뛰어난 품질에 깜짝 놀랐다. "맛은 이탈리아 최고인데, 등급은 가장 낮았으니까요(웃음)." 영국과 미국 와인 매체와 평론가, 수입상들은 고민 끝에 사시카이아를 '수퍼 터스칸 와인(Super Tuscan Wine)'이라고 소개했다. '등급을 뛰어넘은 최고의 토스카나 와인'이라는 극찬이었다.
비슷한 시기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에서는 가이아 가야의 아버지인 안젤로가 바르바레스코 와인의 혁신을 이끌고 있었다. 안젤로 가야는 현대 이탈리아 와인 수준을 끌어올린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로버트 파커는 "그로 인해 이탈리아 와인 혁명이 시작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바르바레스코 지역에서는 네비올로 포도 품종만으로 와인을 만들어야 DOCG 등급을 받을 수 있다. 또 보테(botte)라고 부르는 3000L짜리 대형 오크통에 숙성해야만 한다. 지난 4일 서울에서 열린 가야 와인 시음회에서 만난 가이아는 "아버지는 네비올로에 소량의 바르베라 포도를 섞고, 보테보다는 프랑스에서 사용하는 225L짜리 바리크(barrique) 오크통에 숙성하는 게 더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이탈리아 와인법령을 지키기보다는 와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죠."
사시 카이아와 가야의 성공에 자극받은 이탈리아 전역의 와인 메이커들은 도전을 시도했다. 낡은 틀에 얽매이지 않고 외국 품종을 가져다 심기도 하고, 오랫동안 잊혔던 토착 포도 품종을 재발굴해 심기도 했다. 현대적 양조 방식도 도입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이탈리아는 와인업계 변방에서 중심으로 재도약했다.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 있는 선구자들 덕분에 역사는 진보한다.
비슷한 시기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에서는 가이아 가야의 아버지인 안젤로가 바르바레스코 와인의 혁신을 이끌고 있었다. 안젤로 가야는 현대 이탈리아 와인 수준을 끌어올린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로버트 파커는 "그로 인해 이탈리아 와인 혁명이 시작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바르바레스코 지역에서는 네비올로 포도 품종만으로 와인을 만들어야 DOCG 등급을 받을 수 있다. 또 보테(botte)라고 부르는 3000L짜리 대형 오크통에 숙성해야만 한다. 지난 4일 서울에서 열린 가야 와인 시음회에서 만난 가이아는 "아버지는 네비올로에 소량의 바르베라 포도를 섞고, 보테보다는 프랑스에서 사용하는 225L짜리 바리크(barrique) 오크통에 숙성하는 게 더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이탈리아 와인법령을 지키기보다는 와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죠."
사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