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노조

민노총 700여 명, 이번엔 분당서울대병원 로비 점거 시위

최만섭 2019. 11. 15. 19:42

민노총 700여 명, 이번엔 분당서울대병원 로비 점거 시위

입력 2019.11.15 17:04 | 수정 2019.11.15 17:53

민노총, 분당서울대병원 로비서 ‘정규직 전환 요구’ 집회
집회 후엔 행정동 앞서 시위…병원 측 "민노총이 무단 점거"
환자들 "맞았다는 환자 있어 항의도 못해"
어린이집 원아 68명 2층 대피…90여 명은 결석 또는 조기 하원
병원 측 "민노총 불법 집회에 경찰은 아무 조치 안 해"

분당서울대병원 파견·용역 노조와 민주노총 조합원 700여 명이 15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로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병원 측은 "당초 이날 집회는 병원 앞에서 신고돼 있었으나, 노조원들이 무단으로 병원 로비에 진입해 벌였다"고 했다.

15일 민주노총 노조원들과 분당서울대병원 파견·용역 노조원들이 병원 로비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 박진우 기자
15일 민주노총 노조원들과 분당서울대병원 파견·용역 노조원들이 병원 로비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 박진우 기자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청소와 환자 이송, 간호 보조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는 파견·용역직 근로자 1350여 명 가운데, 민주노총에 소속된 조합원 400여 명과 민주노총 산하 민주일반연맹, 건설노조, 경기지역본부 소속 노조원 300여 명은 이날 오후 2시 병원 로비 중앙을 점거하고, 파업 집회를 가졌다.

분당서울대병원 파견·용역직 노조원들은 지난 7일부터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면서 9일째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도 오전 9시부터 병원 로비에서 마이크와 스피커를 활용해 집회를 열었다. 일부 환자와 보호자들이 노조 측에 항의를 했지만 충돌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환자 보호자인 박모(여·63)씨는 "매일 아침마다 마이크로 떠들어 대는 통에 머리가 아프다"며 "전에 누가 맞았다는 얘기가 있어 항의도 못하겠다"고 했다.


15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로비는 환자 이송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만 확보된 채 집회에 참가한 노조원들로 가득 찼다./박진우 기자
15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로비는 환자 이송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만 확보된 채 집회에 참가한 노조원들로 가득 찼다./박진우 기자
경찰은 이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6개 기동대, 500여 명을 병원 로비와 병원장실이 위치한 행정동 인근에 배치했다.

이어 집회 시간인 오후 2시가 가까워오자,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원래 이날 집회는 분당서울대병원 진입로 삼거리에서 이뤄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노조원들은 병원 로비에 모여 자리를 깔고 앉아 집회를 시작했다. 병원 측 관계자는 "비가 와서 그런지 신고된 야외가 아닌 불법적으로 실내에서 집회가 진행됐다"며 "한때 소음이 99.8㏈(데시벨)까지 올랐는데 ,출동한 경찰 측에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다"고 했다.


노조원들이 행정동 앞에서 시위를 펼치고 있다. / 박진우 기자
노조원들이 행정동 앞에서 시위를 펼치고 있다. / 박진우 기자
이날 집회에 참가한 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문재인 정권은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늘리고 비정규직도 많이 줄였다고 자랑했으나, 역대 최대 규모의 비정규직을 기록해 무색해 졌다"며 "그 증거가 바로 여러분"이라고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경기본부장은 "서울대병원은 교육부 산하의 공공기관으로, 서울대병원 본원(서울 혜화동)의 경우 비정규직을 전원 직접고용했으나, 분당은 1350여 명의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며 "병원과 정부가 우릴 상대로 거짓을 얘기하고 기만했기 때문에 우리는 싸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직장어린이집은 15일 민주노총 집회에 대비해 원생들을 미리 하원시켰으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68명의 원생들은 2층에 모여있었다. /박진우 기자
분당서울대병원 직장어린이집은 15일 민주노총 집회에 대비해 원생들을 미리 하원시켰으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68명의 원생들은 2층에 모여있었다. /박진우 기자
분당서울대병원 파견·용역직 노조원들은 병원 로비 집회를 마친 뒤엔 병원장실이 있는 행정동으로 가 ‘직접고용’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 건물 1층에는 분당서울대병원 직장 어린이집이 있다. 현재 총 159명이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은 이날 41명은 등원하지 않았고, 50명은 집회 전 조기 하원했다. 집회가 있기 전 어린이집에 손주를 데리러 온 송모(56・여)씨는 "불안해서 아이를 맡길 수가 없다"며 "그냥 일찍 데려가는 게 낫겠다 싶어 왔다"고 했다.

부모가 맞벌이여서 갈 곳이 없었던 원생 68명은 그대로 어린이집에 남아 있었다. 어린이집은 문을 걸어 잠그고, 커튼을 내려 놓았다. 어린이집 교사는 "남아있던 아이들은 2층에 모두 모여 있었다"며 "시위 소리가 들리지 않게끔 음악을 틀어놨고, 특별히 불안해 하는 아이들은 없었다"고 했다.

노조원들은 행정동 앞에서 15분간 구호를 외치다 오후 4시쯤 해산했다. 병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노조와의 교섭 재개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며 "환자와 보호자, 내원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15/201911150267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