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11.02 03:00
[아무튼, 주말- saturday's pick]
전시|안녕, 푸
'곰돌이 푸'는 아무래도 성인용이다. 아픈 데가 많을수록 더 찾게 되는 까닭이다.
1926년 동화로 탄생해 이후 디즈니 만화로 널리 알려진 '곰돌이 푸'의 원화(原畵)가 한국을 찾았다. 서울 방이동 소마미술관에서 내년 1월 5일까지 열리는 '안녕, 푸' 전시에서 드로잉·사진 등 200여 점을 구경할 수 있다. 2017 년 영국 빅토리아&앨버트미술관 기획으로 시작돼 미국·일본으로 순회했는데, 서울 전시를 끝으로 작품이 소장자에게 돌아가 이번이 '곰돌이 푸' 원화 감상의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전(全) 연령에게 열려있으나 이 전시는 과거나 추억의 역사가 긴 사람에게 더욱 적합하다. 전시는 평면적이고, 디즈니 만화에서 기대하게 되는 화려함은 찾기 어렵다. 게다가 최근 '곰돌이 푸'를 이용한 낯간지러운 힐링 서적 탓에 푸의 이미지가 곰탕이 돼버린 측면이 없지 않다. "또 '푸'야? 너무하는군." 입장료는 이 미술관 역사상 가장 비싼 1만5000원이다. 아이가 방방 뛸 정도의 재미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공산이 크다.
고로 다채로운 색상보다 목탄의 따스함, 오래된 종이의 주름을 오래 음미하고 싶을 때 가는 것이 좋다. 어니스트 하워드 셰퍼드의 삽화는 뻔한 대사로 수작을 부리지 않는다. 미소를 남발하지도 않는다. 이를테면 1928년 작 'The House at Pooh Corner'에 등장하는 삽화는 오로지 뒷모습뿐이다. 소년 크리스토퍼 로빈과 푸, 아기 돼지 피글렛이 나란히 난간에 기대 밑을 보고 있다. 무엇을 보는 걸까? 1926년 작 'Do You Think It's a Woozle' 속 삽화에서는 그저 푸와 피글렛이 나란히 숲길을 걸어갈 따름이다. 어디로 가는 걸까? 작은 발자국 너머의 그들을 자꾸만 바라보게 된다. 마침 뒷모습의 계절이다.
'곰돌이 푸'는 아무래도 성인용이다. 아픈 데가 많을수록 더 찾게 되는 까닭이다.
1926년 동화로 탄생해 이후 디즈니 만화로 널리 알려진 '곰돌이 푸'의 원화(原畵)가 한국을 찾았다. 서울 방이동 소마미술관에서 내년 1월 5일까지 열리는 '안녕, 푸' 전시에서 드로잉·사진 등 200여 점을 구경할 수 있다. 2017 년 영국 빅토리아&앨버트미술관 기획으로 시작돼 미국·일본으로 순회했는데, 서울 전시를 끝으로 작품이 소장자에게 돌아가 이번이 '곰돌이 푸' 원화 감상의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전(全) 연령에게 열려있으나 이 전시는 과거나 추억의 역사가 긴 사람에게 더욱 적합하다. 전시는 평면적이고, 디즈니 만화에서 기대하게 되는 화려함은 찾기 어렵다. 게다가 최근 '곰돌이 푸'를 이용한 낯간지러운 힐링 서적 탓에 푸의 이미지가 곰탕이 돼버린 측면이 없지 않다. "또 '푸'야? 너무하는군." 입장료는 이 미술관 역사상 가장 비싼 1만5000원이다. 아이가 방방 뛸 정도의 재미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공산이 크다.
고로 다채로운 색상보다 목탄의 따스함, 오래된 종이의 주름을 오래 음미하고 싶을 때 가는 것이 좋다. 어니스트 하워드 셰퍼드의 삽화는 뻔한 대사로 수작을 부리지 않는다. 미소를 남발하지도 않는다. 이를테면 1928년 작 'The House at Pooh Corner'에 등장하는 삽화는 오로지 뒷모습뿐이다. 소년 크리스토퍼 로빈과 푸, 아기 돼지 피글렛이 나란히 난간에 기대 밑을 보고 있다. 무엇을 보는 걸까? 1926년 작 'Do You Think It's a Woozle' 속 삽화에서는 그저 푸와 피글렛이 나란히 숲길을 걸어갈 따름이다. 어디로 가는 걸까? 작은 발자국 너머의 그들을 자꾸만 바라보게 된다. 마침 뒷모습의 계절이다.
오페라|돈 조반니
1787년 체코 프라하에서 먼저 선보였다. 비장하고 어두운 음악으로 시작하지만 노랫말은 풍자와 해학으로 가득해 세 시간 넘는 공연 시간에도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오랜만에 올리는 정통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연출 이경재)가 2일 오후 5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주인공 돈 조반니는 자신이 농락한 여성들의 이름을 빼곡히 적은 수첩을 갖고 다니며 "온갖 신분, 갖가지 생김새, 별별 연령층의 여자가 다 있죠"라고 자랑하는 세비야의 바람둥이. 돈나 엘비라는 공짜로 줘도 안 가질 돈 조반니에게 헌신하다 하루아침에 버림받고서도 그를 잊지 못해 멀리 스페인까지 달려온다.
1787년 체코 프라하에서 먼저 선보였다. 비장하고 어두운 음악으로 시작하지만 노랫말은 풍자와 해학으로 가득해 세 시간 넘는 공연 시간에도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오랜만에 올리는 정통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연출 이경재)가 2일 오후 5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주인공 돈 조반니는 자신이 농락한 여성들의 이름을 빼곡히 적은 수첩을 갖고 다니며 "온갖 신분, 갖가지 생김새, 별별 연령층의 여자가 다 있죠"라고 자랑하는 세비야의 바람둥이. 돈나 엘비라는 공짜로 줘도 안 가질 돈 조반니에게 헌신하다 하루아침에 버림받고서도 그를 잊지 못해 멀리 스페인까지 달려온다.
영화|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
"아일 비 백(I'll be back)" 시리즈의 명대사처럼, 터미네이터가 또 돌아왔다. 1984년 1편이 나오고 서른다섯 해가 지난 2019년, 시리즈의 6편 격인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감독 팀 밀러)가 개봉했다. 이야기 얼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존 코너를 쫓는 대신 더욱 강력해진 터미네이터들이 대니라는 새로운 인물을 쫓는다. 뒤바뀐 미래에선 그녀가 인류의 마지막 남은 희망이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1, 2편에 나왔던 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린다 해밀턴이 등장해 짱짱한 액션을 선보인다.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고, 머리는 희끗희끗해졌지만, 이 노장 배우들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1~2편을 감독한 제임스 캐머런이 제작자로 참여했다.
"아일 비 백(I'll be back)" 시리즈의 명대사처럼, 터미네이터가 또 돌아왔다. 1984년 1편이 나오고 서른다섯 해가 지난 2019년, 시리즈의 6편 격인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감독 팀 밀러)가 개봉했다. 이야기 얼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존 코너를 쫓는 대신 더욱 강력해진 터미네이터들이 대니라는 새로운 인물을 쫓는다. 뒤바뀐 미래에선 그녀가 인류의 마지막 남은 희망이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1, 2편에 나왔던 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린다 해밀턴이 등장해 짱짱한 액션을 선보인다.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고, 머리는 희끗희끗해졌지만, 이 노장 배우들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1~2편을 감독한 제임스 캐머런이 제작자로 참여했다.
콘서트|송가인 단독 콘서트
트로트 하나로 '섭외 0순위'로 거듭난 송가인을 90분 동안 만날 수 있는 공연이 이번 주 일요일 열린다. TV조선 '미스트롯'에서 우승한 가수 송가인이 데뷔 8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를 연다. 이번 공연에서는 미스트롯에서 선보인 '한 많은 대동강' '무명배우' 같은 기존 노래들뿐만 아니라 곧 발매하는 송가인의 새 앨범 신곡을 들을 수 있다. 새 노래와 함께 뮤직비디오도 이날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송가인의 목소리를 받쳐주기 위한 48인조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았고 판소리를 전공한 만큼 북·장구를 포함한 사물놀이패 40여 명의 특별 공연도 준비돼 있다. 3일 오후 5시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 전당.
트로트 하나로 '섭외 0순위'로 거듭난 송가인을 90분 동안 만날 수 있는 공연이 이번 주 일요일 열린다. TV조선 '미스트롯'에서 우승한 가수 송가인이 데뷔 8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를 연다. 이번 공연에서는 미스트롯에서 선보인 '한 많은 대동강' '무명배우' 같은 기존 노래들뿐만 아니라 곧 발매하는 송가인의 새 앨범 신곡을 들을 수 있다. 새 노래와 함께 뮤직비디오도 이날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송가인의 목소리를 받쳐주기 위한 48인조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았고 판소리를 전공한 만큼 북·장구를 포함한 사물놀이패 40여 명의 특별 공연도 준비돼 있다. 3일 오후 5시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 전당.
연극|테너를 빌려줘
지금까지 이런 무대는 없었다. 이것은 연극인가, 오페라인가. 오페라 곡을 들을 수 있는 코믹 연극 '테너를 빌려줘'가 서울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원제는 '렌드 미 어 테너(Lend me a tenor)'로 1986년 영국 웨스트엔드 초연 이후 미국 브로드웨이를 비롯해 세계 25개국에서 공연됐다.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테너 티토가 미국에서 오페라 공연 당일 쓰러지자, 오페라 단장은 그가 죽은 줄로 오해한다. 단장의 조수가 티토로 분장해 무대에 오르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테너가 깨어난 후 벌어지는 소동에 다다르면 웃느라 공연의 자잘한 흠 따위는 잊게 된다. 성병숙, 박준규, 노현희 등이 출연한다. 12월 31일까지, 13세 이상.
지금까지 이런 무대는 없었다. 이것은 연극인가, 오페라인가. 오페라 곡을 들을 수 있는 코믹 연극 '테너를 빌려줘'가 서울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원제는 '렌드 미 어 테너(Lend me a tenor)'로 1986년 영국 웨스트엔드 초연 이후 미국 브로드웨이를 비롯해 세계 25개국에서 공연됐다.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테너 티토가 미국에서 오페라 공연 당일 쓰러지자, 오페라 단장은 그가 죽은 줄로 오해한다. 단장의 조수가 티토로 분장해 무대에 오르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테너가 깨어난 후 벌어지는 소동에 다다르면 웃느라 공연의 자잘한 흠 따위는 잊게 된다. 성병숙, 박준규, 노현희 등이 출연한다. 12월 31일까지, 13세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