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미래탐험대 100] [36] 아마존 원주민들은 지금… 환경문제 관심 많은 27세 양유경씨
"먹고살 길 없다, 숲 불태워 농장 만들자"… "숲을 지키는 게 미래에 더 큰 이익이다"
- 살기 위해 나무 불태운 사람들
밥벌이 없어 옥수수 농장 개간… 온가족 5일 일해 받는 돈 30만원
- 미래 위해 숲을 지키는 사람들
맑은 공기·과일… 숲이 주는 선물, 관광 등 지속가능한 산업 키워야
갓 베어낸 나무가 상아색 속살을 보인 채 누워 있었다. 벌레들이 나무 주변을 정신없이 훑어대며 흩어진다. 폐허가 된 숲에는 쓰러진 나무줄기와 이파리가 쫙 널렸다. 이곳은 에콰도르 수도 키토로부터 약 250㎞ 떨어진 아마존 한복판이다. 가장 먼저 만난 아마존의 얼굴은 거짓말처럼 처참했다. 물길을 다 덮어버릴 정도로 많은 나무가 쓰러져 있었다. 지난달 동행한 환경단체 에코시엔시아(Ecociencia)의 아라곤 호세씨는 "경작지로 쓰려고 원주민들이 오래된 나무를 잘라 없앤 자리"라고 말했다. 이 모든 게 옥수수 농장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했다.
아마존은 에콰도르를 포함해 브라질·페루 등 남미 9개 나라에 걸친 세계 최대 열대우림이다. 이 축축한 숲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화마(火魔) 때문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8월 이후 축구장 360만개에 해당하는 약 2만9944㎢가 불탔다. 서울 면적의 약 50배다. 거대한 나무들이 회색 재로 변해 사라지는 사진은 충격적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올해 아마존 화재가 2010년 이후 가장 빈번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화염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농사를 지으려고 불을 질러 숲을 개간하는 현지인과 이를 제지하지 못하는 현지 정부를 아마존 대화재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숲을 없앤다: 글레멩시아 안디씨 가족
숲으로 들어가다가 물웅덩이에 발이 푹 빠졌다. '노, 노!' 하는 외침이 들렸다. "독충이 있을지 몰라! 빨리 나와요!" 걱정 어린 표정으로 우리를 부르던 원주민 가족, 그들이 바로 나무를 제거하는 사람들이란 걸 곧 알게 됐다. 선해 보였다. 그들의 이야기다.
"난 키추아족(族) 일원입니다. 원래 집은 도시이지만 요즘 여기(아마존) 임시로 지은 움막에 머물며 아들 부부와 딸, 손자와 함께 나무를 베고 씨를 뿌립니다. 이 땅 주인에게서 '숲을 옥수수 농장으로 만드는 밑작업을 해달라'는 일감을 받아서죠. 온 가족 합쳐서 5일에 240달러(약 30만원)를 받아요. 이게 우리가 먹고사는 방법입니다. 잘못된 행위라는 걸 알고는 있습니다. 법적으로 숲의 나무를 베려면 환경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우리가 먹고살기 위한 다른 선택지는 없어요. 우리 가족뿐만 아니에요. 많은 원주민이 비슷하게 생계를 꾸려갑니다."
◇숲을 지킨다: 모세 완네 이루멩가 촌장
밀림을 헤치고 아마존 좀 더 깊숙이 들어갔다. 가레노 마을이다. 석유 유정탑, 원유 수송 시설이 보였다. 에콰도르 국영회사 '페트로아마조나스'가 이 지역에서 석유 개발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숲을 더 없애는 대신 이곳에 사는 와오라니족 주민들에게 석유 관련 일감을 주겠다고 하고 있다. 주민들은 거부했다. 촌장(村長) 목소리를 전한다.
"우리가 '싫다'를 외친 이유는 개발이 부채머리수리새의 서식지를 망가뜨리기 때문입니다. 압니다. 석유 개발 지대가 넓어지면 당장 우리가 벌 수 있는 돈은 늘어나겠죠. 하지만 아마존 관광과 수공예품 사업 등은 지속하기 어려워질 겁니다. 현대화의 편리함도 좋겠죠. 실제로 많은 원주민이 이를 좇아 떠납니다. 하지만 정글 역시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줍니다. '지구의 미래' 같은 먼 이야기뿐만이 아닙니다. 과일을 먹고, 수영을 하고, 좋은 공기를 마시는…. 돈을 내지 않고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이 많은 즐거움은 가치가 없나요? 제 꿈은 마을 안에 아이를 교육할 시설을 만드는 겁니다. 도시로 떠나더라도 이 자연의 가치를 존중할 아이들로 길러내고 싶거든요."
◇감시한다: 환경단체 소속 세발로스
'정답'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이 거대한 숲은 분명히 환경을 위해 소중한 존재다. 그러나 생계가 위협받는 이들에게 '자연을 지키라'고만 몰아세우는 건 무책임하고 폭력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현실적이지 않아 보였다. 환경단체 '에코시엔시아'는 그 해법을 찾고자 한다고 했다. 구불구불한 아마존의 강물 위 카누에서 이 단체의 다니엘라 세발로스씨가 말했다.
"환경보호와 원주민의 생계, 이 둘이 공존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예를 들어 숲에 카카오를 심을 때, 집 짓는 데 쓰이는 다른 나무를 같이 심으라고 교육합니다. (동일 품종만 빽빽하게 싶어) 식물 생태계를 완전히 망치지 않도록 한 절충점인 거죠. 농약도 쓰지 말라고 부탁하고요. 아마존을 가장 잘 지킬 수 있는 이들은 정부도, 기업도 아닌 원주민들입니다. 숲을 속속들이 잘 알고 숲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뜻이 맞는 원주민 활동가들과 숲을 돌아다니며 불법 벌목 현장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모자 위에 달린 GPS(위성항법장치)를 통해 위치도 기록하고요. 이를 토대로 정부 당국에 신고하면 처벌이 이뤄집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도 해야죠."
밥벌이라는 눈앞의 고단한 문제와 지구의 미래라는 멀지만 고상한 문제가 그 숲 깊이 마주 서 있었다. 잡히지 않을 듯한 답을 그 사이에서 만들어내려는 사람들의 결연한 얼굴을 보며 아마존을 지탱하는 꿋꿋한 나무뿌리가 떠올랐다.
[미탐100 다녀왔습니다]
책 복사 않고 손으로 필기… 아마존 탐험 뒤 작은 실천
환경을 지켜야 한다고 배웠고 공감했지만, 실천엔 무뎠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환경단체 활동에 참여하면서 한국의 고산 침엽수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하얗게 죽어간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환경문제에 대해 고민하다가, 매번 위기라던 지구 반대편의 숲과 거기 사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져 에콰도르로 떠났습니다.
탐험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다음, 이론처럼 배우고 알기만 했던 환경 보전에 자연스레 동참하는 저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