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대로 알자

[워싱턴리포트] '中國之利'로 미국 설득하라

최만섭 2019. 7. 19. 05:16



[워싱턴리포트] '中國之利'로 미국 설득하라


  • 강인선 워싱턴지국장
강인선 워싱턴지국장

몇 달 전 미 국무부 관리가 워싱턴의 아시아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일 갈등 해법을 자문했다고 한다. 한일 관계가 위안부 합의 파기,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초계기 갈등으로 이어지는 동안 워싱턴도 아시아의 두 동맹국 머리 위로 심상치 않은 먹구름이 밀려들고 있다는 걸 감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과거사와 관련된 한일 갈등이 격화될 때마다 워싱턴에선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한국은 목소리를 높이고, 일본은 물밑에서 움직이고, 미국은 "아, 또 시작인가" 하면서 뒷목 잡고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 막후에서 수습하는 식이었다.

백악관에서 아시아를 담당했던 전직 관리는 "한일 간에 분쟁이 생겨 양측이 입장을 설명하러 온다고 하면 다들 겁을 냈다"고 했다. 한국 측은 흥분해서 일본을 비난하고, 일본은 자기들이 사과했던 목록을 들고 와서 "우리가 이렇게까지 했는데"라고 주장한다. 그러고 나선 이미 다 아는 역사와 감정이 뒤섞인 길고 긴 설명을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미국은 "이해한다"며 한일 양국을 달래야 했다.

미국은 최근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로 격화된 한일 갈등 해결을 적극 돕겠다고 하면서도 '중재'란 표현은 애써 피하고 있다. 미국이 속 시원하게 중재에 나서지 않는 것은 우선 한일이 모두 미국의 동맹국인 만큼 어느 한쪽을 편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한일 간 과거사에서 비롯된 갈등이 대부분 해결이 불가능해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 입장에선 해결이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를 중재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무모하거나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미국은 또 한일 양국 지도자가 한일 갈등을 국내 정치용으로 이용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끼어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 워싱턴 시선으로 보면 한일 갈등은 양국 지도자가 자기 정치 하는 데 이용하는 카드에 불과한데, 미국이 거기 끼어들어 들러리 서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요즘 워싱턴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재까진 아니더라도 한일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 발짝 더 나간 듯하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매슈 포틴저 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이 곧 한국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일이 서로 담력 시험하듯 물러서지 않고 있어 상황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미국 국익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워싱턴에선 한국 외교를 '오로지 일본과 대결하는 구도에서만 세상을 보는 감정적 외교'라는 프레임으로 본다. 억울하지만 그간 현장의 대미 외교가 세련되지 못했던 결과이다. 지금도 정부는 일본의 일방적 조치의 부당성에 초점을 맞춘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가 세계 무역 질서를 해쳐 결국 미국 국익에도 해를 끼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무역 분쟁을 외교 수단으로 쓰는 트럼프 행정부가 맞장구치기엔 애매한 주장이다.

미국의 역할을 제대로 끌어내고 싶다면 악화일로의 한일 갈등을 그대로 두는 것은 결국 중국을 이롭게 할 뿐이란 점을 납득시켜야 한다. 요즘 워싱턴의 모든 관심은 중국으로 통한다. 어떤
현안에 대해 토론해도 미국 최대 안보 위협이 된 중국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로 이어진다.

한국은 한일 관계라는 작은 틀에서 벗어나 판을 크게 읽어야 한다. 안정적 한일 관계가 아시아에서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얼마나 중요한지 설득하는 쪽이 미국을 움직이는 데 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래야 미국도 움직일 공간이 생기고 한국도 이 갈등에서 출구를 찾을 수 있다.




출처 : http://news.ch
osun.com/site/data/html_dir/2019/07/18/201907180339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