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日 경고에 修辭만 있어… '제조업 세계 4강' 선언 등도 '멋있는 말'만 가득
경제는 당위 아닌 현실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 경제 보복과 관련, "결국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임을 경고해 둔다"고 했다. 우리에게 정면 보복을 하고 있는 일본에 대해 당장 후련한 말이긴 하지만 '어떻게'가 빠져 있다. '경고'하는 마당에 '어떻게'까지 구구절절 얘기하긴 어렵겠지만, 우리 스스로 냉정히 생각해봐도 우리 주력 수출품의 원자재 공급이 끊길 판에 일본이 입는 타격을 어떻게 더 크게 만들 수 있을 것인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기업인들은 대통령의 말에 수사(修辭)가 없을 수 없다 하더라도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어야 할 경제정책에서조차 '어떻게'가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아 답답하다고 말한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2030년까지 제조업 세계 4강에 들겠다는 정책 목표를 발표했을 때 재계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산업을 성장시켜 세계 순위 다툼을 벌이겠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성장보다는 분배 쪽에 무게중심이 기울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세계 4강 운운은 다소 뜬금없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제조업 세계 4강'은 '당위'일 수 있지만 이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조차 '멋있는 말'로만 점철돼 있다. '제조업 부가가치율을 현재 25%에서 30%로 높이고, 신산업·신품목 비중도 16%에서 30%로 확대하고, 세계 일류 기업도 현재 573개에서 1200개로 늘리고, 혁신으로 선도형 신산업을 육성하고, 사람·기술·금융·조달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을 혁신해야 한다'는 식이다. 대책은 '시스템 반도체, 바이오 헬스, 미래차 등 신산업 분야에 정부가 총 8조40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것 등이다.
한 재계 인사는 "신산업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규제를 철폐하고, 사람 채용이나 자원 활용을 실질적으로 쉽게 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그런 기본은 빠져 있고, 사상누각 같은 첨탑에 올라앉아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제조업 하겠다면서 국가 에너지의 근간을 흔드는 나라는 없다"면서 "탈(脫)원전 정책으로 에너지 기반을 흔들고 무슨 힘으로 제조업 4강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인건비 등 비용 상승, 경직된 고용 정책, 상생법에 막혀 언제 해결될지도 모른 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인·허가, 안전사고 한 번으로 한 달 이상 가동이 중단돼 버리는 생산 현장 등 기업들은 현실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현실적인 이런 고통은 문재인 정부가 해결하려는 버킷리스트에 들어 있지 않은 것 같다. 동남아 공장에서 거둬들이는 이익으로 국내 공장 적자를 메우다가 결국 국내 공장마저 해외로 옮기기로 했다는 한 기업인은 '제조업 4강 비전'에 대해 "꿈꾸듯 고고하다. 손에 흙 한 톨 묻히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는 당위가 아니라 현실이다. 현실에서 구현시킬 능력이 없는 경제정책은 그냥 '당위'일 뿐이다. '최저임금 1만원'을 구현할 수 있는 건 '저소득층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당위가 아니라 임금을 올릴 수 있는 실력이다. 일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