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7.02 03:16
미 大選 이슈로 떠오른 부유세… 유럽선 '실패한 정책' 꼬리표
최초 도입 스웨덴, 2007년 폐지… '체포 수모' 베리만은 망명

1976년 1월 30일 저녁, 스웨덴의 영화 거장 잉마르 베리만 감독이 스톡홀름에서 사복경찰 2명에게 긴급 체포당했다. 스위스 자회사에 50만크로나(현재 가치로 5억7500만원)를 송금한 것이 소득세 탈루 혐의가 있다는 것이었다. 스위스 자회사는 베리만 감독이 스웨덴 국적이 아닌 외국 배우들에게 급여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했다. 당시 스웨덴은 유럽에서도 세금 폭탄으로 악명 높은 국가였다. 소득세 최고세율이 87%였고, 연금·건강보험 같은 준조세를 합하면 102%까지 치솟았다. 순자산(net wealth)에 부과하는 부유세(wealth tax) 세율은 4%에 달했다. 외국 배우들이 굳이 스웨덴에서 고율(高率)의 세금을 낼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한 달여 뒤인 3월 3일. 스웨덴의 여류 아동문학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한 신문에 '폼페리포사 인 머니랜드'(Pomperipossa in Moneyland)라는 단편을 발표한다. 머니랜드는 세금 많이 걷는 스웨덴을, 폼페리포사는 작가 자신을 비유한 것이다. 주인공 폼페리포사는 책이 너무 잘 팔리는 바람에 오히려 더 가난해지는 역설에 빠진다. 머니랜드의 최고 세율이 102%였기 때문이다. 린드그렌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말괄량이 삐삐'의 작가로, 자신이 직접 겪은 문제점을 어린이들 눈높이에서 쉽게 쓴 것이다. 이 동화는 스웨덴 사회에 격한 세금 논쟁을 촉발시켰고, 40년 넘게 집권해온 스웨덴 사민당이 그해 총선에서 패배하는 단초가 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오래된 스웨덴 사례가 최근 서구 언론에 재등장한 것은 미국 대선(大選)을 앞두고 벌어지는 부유세 논쟁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헤지펀드계의 전설' 조지 소로스를 비롯한 진보 성향의 미국 억만장자 18명은 순자산 5000만달러 초과분에 대해 연간 2~3%의 부유세 신설을 제안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2~3%의 부유세는 민주당 경선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의 공약이다. 남의 나라 얘기라고 치부하긴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도 역대 정권별로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방안이 논의될 때마다 초고소득층 과세나 명예 과세라는 이름으로 부유세 논란이 있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미국에서 부유세가 도입될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한다. 과도한 세금으로 인한 자본 유출 우려도 크지만, 무엇보다 미국 법률상 재산에 부과되는 세금은 지방세로 분류돼 있어 연방정부가 국세로 부유세를 걷는 것은 '위헌'이기 때문이다. 비상장주식이나 미술품처럼 재산별로 가치를 평가하기도 어렵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시카고대 로스쿨 대니얼 허멜 교수는 타임지 기고에서 "부유세는 (부의 불평등이라는) 중요한 이슈에 대한 잘못된 해결책"이라고 비판했다.
선진국들의 경험을 토대로 부유세에는 이미 '실패한 정책'이란 꼬리표가 붙어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유럽연합 회원국 중 부유세를 도입한 나라는 1990년대 12국에서 지금은 스위스·벨기에·노르웨이·스페인 등 4곳으로 줄었다. 세율도 낮은 편이다. 스위스의 세율은 0.1~0.3%로, 우리나라 종합부동산세(0.5~3.2%)보다도 낮다. 껍데기만 남은 것이다.
베리만 감독은 어떻게 됐을까? 이 사건을 수사하던 특별검사는 린드그렌 동화가 나온 지 20일 뒤 "자기 차를 훔친 혐의로 기소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처벌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큰 충격을 받은 그는 굴욕감과 신경쇠약증, 우울증에 시달리다 조국을 등지고 독일로 망명한다. 스웨덴영화연구소는 "(베리만의 망명으로) 1000만크로나의 경제적 손실을 보았고 수백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50만크로나 잡으려다 20배를 날린 셈이다. 20세기 초반에 가장 먼저 부유세를 도입했던 스웨덴은 2007년 이를 폐지했다.
한 달여 뒤인 3월 3일. 스웨덴의 여류 아동문학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한 신문에 '폼페리포사 인 머니랜드'(Pomperipossa in Moneyland)라는 단편을 발표한다. 머니랜드는 세금 많이 걷는 스웨덴을, 폼페리포사는 작가 자신을 비유한 것이다. 주인공 폼페리포사는 책이 너무 잘 팔리는 바람에 오히려 더 가난해지는 역설에 빠진다. 머니랜드의 최고 세율이 102%였기 때문이다. 린드그렌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말괄량이 삐삐'의 작가로, 자신이 직접 겪은 문제점을 어린이들 눈높이에서 쉽게 쓴 것이다. 이 동화는 스웨덴 사회에 격한 세금 논쟁을 촉발시켰고, 40년 넘게 집권해온 스웨덴 사민당이 그해 총선에서 패배하는 단초가 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오래된 스웨덴 사례가 최근 서구 언론에 재등장한 것은 미국 대선(大選)을 앞두고 벌어지는 부유세 논쟁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헤지펀드계의 전설' 조지 소로스를 비롯한 진보 성향의 미국 억만장자 18명은 순자산 5000만달러 초과분에 대해 연간 2~3%의 부유세 신설을 제안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2~3%의 부유세는 민주당 경선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의 공약이다. 남의 나라 얘기라고 치부하긴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도 역대 정권별로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방안이 논의될 때마다 초고소득층 과세나 명예 과세라는 이름으로 부유세 논란이 있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미국에서 부유세가 도입될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한다. 과도한 세금으로 인한 자본 유출 우려도 크지만, 무엇보다 미국 법률상 재산에 부과되는 세금은 지방세로 분류돼 있어 연방정부가 국세로 부유세를 걷는 것은 '위헌'이기 때문이다. 비상장주식이나 미술품처럼 재산별로 가치를 평가하기도 어렵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시카고대 로스쿨 대니얼 허멜 교수는 타임지 기고에서 "부유세는 (부의 불평등이라는) 중요한 이슈에 대한 잘못된 해결책"이라고 비판했다.
선진국들의 경험을 토대로 부유세에는 이미 '실패한 정책'이란 꼬리표가 붙어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유럽연합 회원국 중 부유세를 도입한 나라는 1990년대 12국에서 지금은 스위스·벨기에·노르웨이·스페인 등 4곳으로 줄었다. 세율도 낮은 편이다. 스위스의 세율은 0.1~0.3%로, 우리나라 종합부동산세(0.5~3.2%)보다도 낮다. 껍데기만 남은 것이다.
베리만 감독은 어떻게 됐을까? 이 사건을 수사하던 특별검사는 린드그렌 동화가 나온 지 20일 뒤 "자기 차를 훔친 혐의로 기소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처벌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며 무혐의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01/201907010320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