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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우릴 건드리면 큰일 난다 느낄 정도로 투쟁"

최만섭 2019. 6. 24. 05:54


민노총 "우릴 건드리면 큰일 난다 느낄 정도로 투쟁"

조선일보
  • 입력 2019.06.24 03:00

위원장 구속 다음날 靑 몰려가 "촛불정부 아닌 노동탄압 정부"
내달 대대적 총력 투쟁 예고… 청와대·여당은 논평 한줄 안 내

민주노총은 김명환 위원장이 구속된 다음 날인 지난 22일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노동 탄압에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촛불 정부를 포기하고 친재벌 정책 기조를 분명하게 선언했다"고 말했다. 촛불 정부가 아니라 노동 탄압 정부라고 했다.

민주노총 수도권 지역 간부들과 조합원 300여명이 22일 청와대 인근에서 전날 구속된 김명환 위원장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 수도권 지역 간부들과 조합원 300여명이 22일 청와대 인근에서 전날 구속된 김명환 위원장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민노총은 이날 "문재인 정부는 '촛불 정부'를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직무 대행이 된 김경자 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다시 민노총을 건드리면 큰일 나겠구나라고 느낄 수준으로 투쟁해야 된다"고 말했다. 민노총 위원장 출신인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를 비롯한 민노총의 지도위원(고문) 12명 전원도 22일 긴급 모임을 갖고 "위원장 개인이 아닌, 민주노총을 구속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파업으로 맞서겠다는 민노총

다음 달 3일 공공 부문 비정규직 20만명 파업, 다음 달 18일 민노총 전체 총파업을 예고한 민노총은 22일 비상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민노총은 "전면적이고 대대적인 노동 탄압 분쇄 총력 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역대 민노총위원장 구속 일지
민노총의 이 같은 강한 반발에는 자신들이 현 정부 탄생에 지분을 갖고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016년 촛불 정국에서 자신들의 맹활약으로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렸는데, 어떻게 위원장을 구속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김경자 위원장 직무대행은 "문재인 정권에서 위원장이 구속되고 수석부위원장이 직무대행을 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겠느냐"고 했다.

구속된 김 위원장은 민노총 내 온건파로 통한다. 현 정부 요청에 따라 내부 반발에도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런 김 위원장을 정부가 구속한 것이 민노총의 배신감을 더 키웠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노총 내부 세력 판도는 온건한 국민파와 중도 성향의 중앙파가 각각 40%, 강경 투쟁을 앞세우는 현장파가 20%를 차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국민파 출신으로 분류된다. 1995년 민노총 출범 이후 11명의 위원장 가운데 김명환 위원장까지 다섯 명이 구속됐다. 김영삼 정부 시절 권영길, 김대중 정부 단병호, 이명박 정부 이석행, 박근혜 정부 한상균 위원장이 구속됐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구속이 없었다.

◇정부와 민노총 밀월 관계 깨질까

김명환 위원장 구속 직후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당연한 결정"이라고 했다. 정의당은 "노동자의 정당한 요구를 구속했다"며 석방을 촉구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논평 하나 내지 않고 있다. 민노총의 정부 비난이 전례 없이 강도가 높은데도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수정, 탄력 근로제 확대 등 노동 정책 속도 조절이 필요해 민노총과 거리 두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여당 출신인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탄원서를 써달라는 민노총의 요청을 거절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민노총이 정부 위에 있다는 말이 계속 나와 경제 회복이나 개혁에 대한 국민 지지도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해고자 복직,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 등 민노총의 숙원(宿願)을 풀어주는 배려를 했는데도 경사노위 참여를 거부하고, 정부 기관을 점령하는 등 적반하장격으로 나왔
다는 것이다.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니까 민노총과 거리를 두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부와 민노총의 관계가 냉각되긴 하겠지만, 결국은 정부가 민노총에 고개를 숙일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노동계 관계자는 "내년 총선, 내후년 대선 등도 생각해야 할 것 아니냐. 진보 정부가 민노총과 계속 싸울 리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4/201906240019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