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사태] 민노총 위원장 "정씨 일가를 울산과 현대에서 쫓아내겠다"
이날 집회는 오후 5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시작했다. 전국 민노총 조합원 5000명이 모인 '영남권 노동자 대회'다. '2019 투쟁'이라고 적힌 붉은 머리띠를 맨 조합원들의 행렬은 회관에서 200m 떨어진 울산대병원 본관까지 이어졌다. 울산 동구가 지역구인 김종훈 민중당 국회의원과 정의당 울산시당 등 정치권 인사도 대열에 합류했다. 김종훈 의원은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은 조선 노동자 삶을 고려하지 않고 이윤만 챙기려고 대우조선 인수와 법인 분할을 추진했다"며 "회사는 주총 중단을 선언하라"고 말했다.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은 "노동조합을 총동원해서 정씨 일가를 울산과 현대에서 쫓아내겠다"고 했다. 한상균 전 위원장 등도 서울에서 내려와 현장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원들은 집회 시작 전부터 팔짱을 끼고 스크럼을 짜는 연습을 하며 전의(戰意)를 다졌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등에 '법인 분할 박살'이라 적힌 조끼를 착용한 조합원들은 부부젤라를 불어 분위기를 띄웠다. 오후 1시 열린 약식 집회에선 각 노조 지부장이 무대에 올라 결의사를 낭독했다. "금속노조 18만명의 저력을 보여주자" "기세를 보여줘야 적들이 안 좋은 마음을 품지 않을 것" "31일이 끝이 아니고, 계속 투쟁을 조직하고 함께해야 한다"는 말들이 나왔다. 조합원 50여명은 회관 4층 옥상에 도열해 "법인 분할 반대를 위해 투쟁하자"고 했다.
격렬한 구호가 쏟아졌던 집회는 오후 8시쯤부터 '울산 시민과 함께하는 법인분할 저지 촛불문화제'로 이어졌다. 밤늦게까지 계속된 이 행사에는 조합원의 어린 자녀들도 '단결' '투쟁'이라 적힌 붉은 머리띠를 매고 참가했다. 노조는 주총일인 31일까지 1박 2일 밤샘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회관 주변에 64개 중대 4200명을 배치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노사 분규 현장에 투입된 경찰 병력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앞서 사측은 시설물 보호와 조합원 퇴거를 세 차례 요청했으나 이날도 경찰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날 현장에선 물리적 충돌을 우려한 사측이 제3의 장소에서 주총을 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주총장 기습 변경 가능성이 제기되자 노조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노조는 주총 후보 장소로 울산대와 울산과학대 서부캠퍼스 등 두 곳을 예상하고 31일 각각 3000명 규모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전날 한국조선해양 본사 이전에 반대하며 삭발을 한 송철호 울산시장은 이날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향토 기업 현대중공업 존속 법인인 한국조선해양이 반드시 울산에 남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송 시장은 "울산이 현대중공업을 보내지 않을
현대중공업은 예정대로 31일 오전 10시에 주총을 열겠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사내 보안 담당 직원 200명과 사설 경비 업체에서 고용한 안내요원 800명 등 총 1000여명의 경비 인력을 확보한 상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주총 당일 아침 회관 주변에 경비원을 배치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