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의 맛] [9] 진안 홍삼
예부터 진안에선 가마솥에 시루를 얹어 인삼을 찐 다음 양지 바른 곳에 말려 홍삼을 만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솥뚜껑이 중요하다. 시연에 나선 송씨는 갓 딴 인삼을 뿌리가 상하지 않게 씻어 가마솥 찜통에 넣었다. 마지막으로 솥뚜껑을 덮으려는 순간 송씨는 솥뚜껑을 뒤집어 찜통에 얹혔다. 뒤집힌 솥뚜껑에 찬물을 부어 찜통 온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불을 지피고 김이 발생한 시점부터 1~2시간 동안 솥뚜껑에 수시로 찬물을 갈아주는 과정에서 홍삼의 맛이 결정된다. 마냥 뜨거운 수증기로 장시간 삼을 찌면 인삼의 유효 성분이 증기와 함께 날아가면서 약성(藥性)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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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 위기에 처한 진안 홍삼의 명맥을 살린 인물이 송인생씨의 부친인 송화수(85) 명인이다. 그는 3대째 내려온 전통 방식을 응용해 홍삼을 만들었다. 아무나 홍삼을 만들 수 없던 때라 사람들의 눈을 피해 가정용으로 소량 생산하며 명맥을 이어왔다. 송 명인은 국가 전매제가 폐지되자 자신의 기술을 주변에 전파했다. 그의 영향을 받아 진안은 홍삼의 고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2005년 전국 최초로 홍삼특구로 지정됐고, 지난해 312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성장을 이뤄냈다.
진안 홍삼이 유명해진 것은 기후의 힘이 컸다. 홍삼의 원료인 인삼은 서늘하고 건조한 기후를 좋아한다. 연평균 기온 13.8도, 여름철 평균 기온은 20~25도, 연평균 강수량 1200㎜ 정도에서 잘 자란다. 평균 고도 400m 이상의 산간 고랭지에 있는 진안은 이 조건에 잘 맞는다. 일교차가 커 인삼 생육 기간이 60일 정도 더 길다. 이렇게 자란 진안 인삼은 사포닌 함량이 많고 내부 조직이 단단해 향을 오래 간직한다.
질 좋은 인삼은 최상품 홍삼을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 국가 전매제가 폐지되면서 진안엔 홍삼 가공 업체가 잇따라 들어섰다. 2009년 15개사에서 지난해 110개사까지 늘었다. 2009년 267t이었던 홍삼 생산량도 2017년엔 560t으로 늘었다. 지난해 진안 홍삼 생산량은 전국의 35%를 차지했으며 이 중 30%는 미국·중국 등으로 수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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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홍삼은 전문 시험·검사 기관인 진안홍삼연구소의 검사를 거친다. 홍삼의 주요 성분인 사포닌이 10종 이상 들어 있어야 하고, 농약이 검출되지 않아야 품질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009년 진안읍 홍삼한방로 5406㎡ 부지에 2층 건물로 세워진 진안홍삼연구소엔 전문 인력 20여명이 홍삼 연구를 하고 관련 제품을 개발한다. 홍삼 액상 차, 홍삼 에너지 바, 홍삼 다이어트 선식, 홍삼 한방 화장품 등의 제품을 개발했고 이 중 일부 제품은 시판되고 있다.
진안군은 매해 10월이면 홍삼축제를 연다. 홍삼 관련 프로그램과 진안고원 문화 체험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지난해 26만5700여명이 다녀가며 155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 지난달 21일 막을 내린 올해 진안홍삼축제엔 25만여명의 관광객이 60여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겼다.
홍삼을 주제로 꾸민 '진안 홍삼 스파'도 인기다. 지난 2009년 문을 연 홍삼 스파에선 홍삼 팩을 하고 홍삼 물에 몸을 담글 수 있다. 홍삼·한방 성분과 음양오행의 원리를 접목한 '태극 버블 센스 테라피'에선 따뜻하게 데워진 돌의자에 앉아 목까지 차오르는 홍삼 거품으로 전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