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BAT 이어 TMD… 중국 '디지털 드래곤' 속속 등장

최만섭 2018. 10. 22. 14:14

BAT 이어 TMD… 중국 '디지털 드래곤' 속속 등장

조선일보
  • 성정민 맥킨지 글로벌연구소(MGI) 부소장 입력 2018.10.22 03:00
  • 무섭게 진화하는 디지털 혁명

    성정민 맥킨지 글로벌연구소(MGI) 부소장
    성정민 맥킨지 글로벌연구소(MGI) 부소장
    신입 팀원 환영 회식을 위해 중국 상하이의 한 식당을 찾았다. 테이블에 찍힌 QR 코드를 위챗으로 스캔해 직접 주문을 하고, 식사 후 앉은 자리에서 결제까지 하니 종업원과 마주칠 일이 거의 없다. 오후 내내 고객과 마라톤 회의를 하니 팀원 모두 지친 눈치다. 배달 앱 '어러마'를 통해 따뜻한 스타벅스 커피와 아이스팩에 포장된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배달시켰더니, 다시 토론에 활기가 넘친다. 늦은 오후가 되니 어제 출장길에 먹은 길거리 음식 때문인지 속이 불편해졌다. 알리페이의 헬스케어 메뉴를 통해 실시간으로 의사와 채팅 상담을 하며 주의 사항을 전달받았다. 퇴근길엔 선택의 즐거움이 있다. '이다오' 차량공유 앱으로 회사 주소를 입력 후 차를 부르니, 대여섯 종류의 자동차와 운전자의 평점 그리고 예상 도착 시간이 뜬다. 짐이 많아 널찍한 밴을 선택했다. 신선식품마트 허마셴셩 부근을 지나니 오늘 갓 들어온 캐나다산 랍스터가 좋다는 프로모션이 뜬다. 주문을 하니 30분 뒤 집으로 배달돼 풍성한 한 끼를 즐길 수 있었다.

    상하이에 살고 있는 필자가 자주 사용하는 모바일 앱으로 재구성해 본 하루다. 중국의 디지털 경제는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 광저우에서는 온라인에서 예약 후 '자판기'에서 원하는 차를 골라 시승한 다음 자동차를 구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했다. 공유 경제 열풍은 자전거, 우산, 배터리, 화물차 등의 영역까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중국 디지털 생태계의 힘

    중국은 이미 전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했다. 7억7000만명의 인터넷 사용 인구는 미국, 유럽을 합친 것보다 많고 이 중 90% 이상이 모바일 사용자다.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25세 이하의 '디지털 원주민'만 2억8000만명으로, 미국의 전체 인터넷 사용자 수에 육박한다. 이들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끊임없이 소비한다. 영상을 보는 내내 자신의 생각을 입력하고, 그것이 자막이 돼 쉴 새 없이 지나가는 '탄무(彈幕·동영상 댓글 자막)'는 나이 든 사용자가 보기에는 매우 걸리적거리는 방해물이지만,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1990년대 중반 출생)에게는 환영받는 부가서비스다. 이에 힘입어 동영상 서비스인 '비리비리'는 7000만명 이상의 월간 활동 유저를 확보, 올 초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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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LL비전에서 출시한 초경량 증강현실(AR) 글라스(사진 왼쪽). 기업 클라우드에 연결된 이 글라스를 끼면 기업 관리자가 해외 공장이나 플랜트 등을 둘러보며 현지 직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 오른쪽 사진은 중국 알리바바가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와 합작해 지난 3월 중국 광저우에 선보인 세계 최초의 자동차 자판기. 소비자는 모바일 앱으로 100가지 차종 중 시승할 차량을 선택한 뒤 최대 3일 동안 시승할 수 있다. /LL비전·알리바바
    이 생태계를 바탕으로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의 앞글자를 따 BAT라고 불리는 디지털 드래곤이 등장했다. 특히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각각 시장 가치가 500조원에 육박해 전 세계에서 기업가치 상위 10대 기업이 됐다. 이들이 디지털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BAT는 중국 국내 벤처투자의 40%가량을 차지하며 중국 주요 50개 스타트업 중 절반 이상이 BAT 출신이거나 자본 투자, 자회사 등의 관계로 엮여 있다. 이들은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것이 해결 가능한 '수퍼 앱'을 제공한다. 알리페이나 위챗은 매년 5~10개의 기능을 추가해왔고, 지불이나 메신저의 단순 기능을 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도전자들이 넘쳐나는 중국 디지털 세계

    거대한 시장은 새로운 도전자를 잉태한다. 최근에는 토우티아오, 메이퇀디엔핑, 디디추싱의 앞글자를 딴 TMD가 등장했다. 토우티아오는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을 통해 독자가 원하는 뉴스를 추천, 제안해준다. 메이퇀디엔핑은 음식 배달, 식당 리뷰, 엔터테인먼트 티켓 판매 등의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를 제공한다. 디디추싱은 공유 차량 모델을 기반으로 시작해 자율주행 분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이들의 시장가치는 각각 50조~70조원에 이른다.

    주요 국가 인터넷 사용자 비교 외
    BAT나 TMD 같은 신조어는 앞으로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다. 한국에는 두어 개에 불과한 유니콘(시가총액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이 중국엔 100개에 육박한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기존 리더들에 도전한다. 유통 영역에서는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이 선두 업체이긴 하지만 최근 핀둬둬가 등장해 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최대 90%에 달하는 할인을 제공하는 대신 주변의 친구들을 끌어모아 대량 주문을 유도하는 소셜 쇼핑을 통해 약 2억 명에 달하는 유저를 확보했고, 매력적인 가격 덕분에 60% 이상의 고객이 중국의 중소 도시에 분포해 있다. 반면 중국 대도시의 젊은 여성 고객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샤오훙슈는 패션, 화장품, 해외 구매 등의 영역에서 커뮤니티를 형성, 사용자 기반 콘텐츠의 소셜 쇼핑 서비스를 제공한다.

    ◇디지털화가 불러온 중국발 데이터 혁명

    중국 내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재미난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 혹은 투자자들의 맹목적 '돈 잔치'쯤으로 치부해 버린다면 오산이다. 경제의 디지털화는 초연결, 초지능화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의 기초가 된다. '21세기의 원유'로 불리는 데이터는 디지털화를 통해 생성·축적되고, 알고리즘의 성능 향상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덕분에 중국은 AI 분야에서도 앞서간다. 맥킨지 글로벌연구소(MGI)가 분석한 40여 개
    국의 AI 준비 정도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과 함께 선두그룹으로 분류된다. 전 세계 AI 스타트업 관련 투자 중 절반가량이 중국으로 몰리고, AI 관련 특허와 출판물 수는 미국을 앞선다. 이 같은 환경은 인재 유입의 선순환을 일으킨다. 외국으로 나가는 인재 대비 중국으로 돌아오는 유학생의 비율은 2000년 23%에서 2016년에는 79% 수준으로 증가했다.





    출처 : http://n
    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21/201810210161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