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음식 같은 양 먹어도 더 찌기도 덜 찌기도
장내 미생물·체형 등에 따라 음식마다 개인별 차이 생겨
"오빠는 참 (살이) 안 쪄." 출산 전 몸으로 돌아가겠다며 체중 감량에 돌입한 아내가 최근 이런 불만을 털어놨다. 자신은 음식의 강력한 유혹을 참아가며 땀 뻘뻘 흘리며 운동해도 체중이 1㎏ 줄어들까 말까인데, 남편인 나는 업무를 핑계로 돌아다니며 온갖 음식을 먹어대는데도 상대적으로 살이 찌지 않는다는 푸념이었다. 독자들은 오해 마시기를. 이미 상당히 과체중 상태다. 나는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란 말이 있잖아"라고 대답했다가 아내에게 한 대 얻어맞을 뻔했다.
아내 말처럼 살이 덜 찌는 체질이 과연 있을까. 최근 이스라엘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럴 수도 있는 모양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특정 음식에 대한 반응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 예를 들면 토마토는 건강에 이롭고 다이어트에 도움되는 식품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하지만 루티(Ruti)라는 이스라엘 여성에게는 아니었다. 루티는 세계 5대 기초과학 연구소 중 하나로 꼽히는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에서 진행한 실험에 참여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매일 먹는 음식과 식사 후 혈당 반응을 체크했다. 놀랍게도 루티의 경우는 다른 음식보다 토마토를 먹었을 때마다 혈당 수치가 급격하게 높아졌다. "수년 동안 살을 빼려고 애써왔다"는 루티는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거라 믿고 자주 먹었던 토마토가 혈당 수치를 올렸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그동안 혈당은 음식의 탄수화물 함량에 따라 고정된 것이라고 알았다. 하지만 와이즈만 연구 결과는 통념(通念)을 뒤집었다. 연구 결과는 같은 음식을 같은 양 섭취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살이 더 찔 수도 있고 덜 찔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와이즈만 연구진은 "사람에 따라서는 정제 밀가루로 만든 흰 식빵이 통밀 식빵보다 나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음식에 대한 개인별 반응 차이는 체형, 신체 활동 등에도 기인하지만 특히 장내 미생물(microbiome) 조성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1인당 평균 장내 미생물 숫자는 무려 100조마리로 몸 전체 체세포의 10배 이상이다. 무게는 약 2㎏으로 뇌보다 무겁다. 음식물의 소화와 흡수를 돕는 건 기본이고, 몸속으로 들어오는 박테리아 중 '아군'과 '적군'을 면역 체계가 구분할 수 있도록 '교육' 내지는 '훈련' 시키는 역할을 장내 미생물이 맡는다니 놀랍다. 와이즈만 연구진은 "과체중·비만인 사람은 날씬한 사람에 비해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와이즈만 연구는 절대적으로 이로운 음식도, 절대적으로 해로운 음식도 없음을 시사한다. 설탕·흰쌀·밀가루 등 이른바 '삼백(三白)'을 과다 섭취하면 물론 건강에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독약처럼 겁내며 꺼릴 필요는 없다는 소리다.
다이어트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에게 일괄적으로 성공적으로 적용되는 단 하나의 해법은 없다. 날씬하고 건강한 몸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지면서 '○○○ 다이어트'가 혜성처럼 등장해 유행하다 갑자기 사라진다. 탄수화물 섭취는 극단적으로 줄이고 단백질만 잔뜩 먹으면 살이 빠진다는 '황제 다이어트', 사과 등 특정 음식 하나만 먹는 '원 푸드 다이어트', 커피에 버터와 코코넛 오일을 듬뿍 타 마시는 '방탄 커피 다이어트'…. 모두 거짓이나 과장은 아니다. 특정 다이어트에 맞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맞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음을 염두에 두고 자신에게 적용해야 한다.
미국 브라운대학 레나 윙 박사는 '국가체중관리등록(NWCR)'을 30여년 동안 운영해왔다. 최소 30파운드(약 13.6㎏)를 감량하고 이를 1년 이상 유지한 이들을 꾸준히 모니터했다. 현재 NWCR에는 1만여명이 등록돼 있으며, 이들은 평균적으로 66파운드(약 30㎏)를 감량한 상태를 5년 이상 유지하고 있다.
윙 박사는 체중 감량과 유지에 성공한 이들은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을 뺐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여러 차례 실패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다이어트 방식을 찾아낸 것이다. 98%는 특정 다이어트법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자신에게 맞게 '맞춤형'으로 수정(cu
아내에게 '출산 전 체중처럼 단순 수치를 목표로 삼는 게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알려줘야 할까. '정말 살 빼야 할 사람이 누군데'라며 싫은 소리만 들을 게 뻔해 참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