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 수도권 충전소 1개… 최고 수소車 만들고도 못달린다

최만섭 2018. 6. 5. 21:09

한국, 수도권 충전소 1개… 최고 수소車 만들고도 못달린다

  • 김성민 기자
  • 곽래건 기자
  • 입력 : 2018.06.05 03:08

    [미래산업 전쟁… 한국이 안 보인다] [4] 뒤처지는 '수소 사회'
    충전소 30개 계획했지만 일반인용 7개뿐… 캐나다 56개 獨 35개

    지난 1일 서울 광화문에서 차를 타고 서울 강변북로 일산 방면으로 가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노을공원 쪽으로 우회전했다. 이후 200m 가까이 직진한 뒤 유턴하니 '상암 수소스테이션'이라고 쓴 입간판이 보였다. 이후에도 우회전과 좌회전을 반복해 꼬불꼬불 길을 돌아가니 상암 수소스테이션이 나타났다. 일부러 숨겨놓은 듯한 장소였다. 게다가 공사 중이라 수소를 충전할 수도 없었다. 이 충전소가 아직 가동하지 않아 현재 서울과 경기 수도권 전체에서 수소차 충전을 할 수 있는 곳은 서울 양재동에 있는 충전소 단 하나다.

    세계 각국이 수소 시대 진입을 추진하며 수소차 시설을 급속도로 늘리고 있지만, 한국은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2015년 12월 15일 '수소차 보급 및 시장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대로라면 올해까지 수소차 2500대, 충전소 30곳이 설치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수소차는 190대, 충전소는 15곳에 불과하다.

    민간 업체의 수소차 진입은 우리가 한발 빨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믿기 어려운 수치다. 현대자동차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 '투싼 ix35'를 양산해 판매를 시작했고, 올해 3월에는 현재 출시된 모든 수소차 중 주행거리가 가장 긴 차세대 수소차 '넥쏘'를 출시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 부족으로 두 번째 발걸음은 떼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은 빨랐지만…

    일본 정부는 2014년, 중국은 2016년 국가 에너지 계획에 수소 사회를 명시했다. 하지만 한국은 2015년 12월 수소차 보급 계획만 발표한 후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지난 4월에야 수소 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기반 조성과 이행 계획을 수립하자는 '수소 경제법 제정안'을 의원입법으로 발의한 상태다. 이웃 국가보다 3~4년 늦었다. 2016년엔 수소 사회 인프라 구축을 위한 민간 협의체인 수소 융합 얼라이언스 추진단이 꾸려졌지만 정부의 무관심으로 별 활동을 하지 못했다. 지난 4월 수소 충전소 설치·운영을 위한 특수목적법인을 11월에 만들자는 MOU만 맺은 상태다. 이러다 보니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느리다. 충전소는 일본이 작년 기준 97곳, 캐나다는 56곳, 독일은 35곳이다. 하지만 한국은 연구용 8곳, 일반인용 7곳뿐이다.

    보조금 정책도 엉망이다. 현대차가 지난 3월 출시한 수소전기차 '넥쏘'는 5월 말까지 1200대가 계약됐다. 올해 책정된 수소차 구매 보조금 규모(240대)를 훌쩍 넘었다. 정부는 수소차 보조금을 늘리지 않았다. 결국 국회가 전기차 보조금을 떼내 수소차에 붙이면서 500대 보조금을 추가로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재부가 현재 수소차를 생산하는 업체가 현대차 한 곳뿐이라 보조금을 늘릴 경우 특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추경을 거부한 것으로 안다"며 "미국이나 유럽은 자국 업체가 수소차를 만들지도 않는데 보급 정책을 펴는데, 세계 최고 양산 수소차를 가진 한국은 반대인 셈"이라고 말했다.

    ◇수소차 보급 더뎌 부품업체도 타격

    이는 차 부품업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넥쏘에는 국내 1~2차 협력업체 300여 곳이 납품한 부품이 들어간다. 부품 국산화율은 98%다. 이들은 정부의 수소차 보급 계획과 현대차의 개발 일정에 맞춰 연간 3000대 이상의 차에 들어갈 수소차 부품 생산설비를 구축했다. 하지만 계획대로 안 되면서 공장 가동률이 20%에 그치고 있다. 부품업체 우신공업의 이관순 연구소장(이사)은 "도요타의 수소차 미라이에 들어가는 동종 부품과 비교하면 우리 부품이 훨씬 경량화돼 있어 좋지만 매출이 너무 적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선점 효과를 완전히 지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현재 수소차는 현대차와 일본 도요타·혼다만 양산하지만, 2020년이 되면 10여 곳이 생산해 본격적인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머뭇거리다가는 한국이 가장 선도적인 수소차 상용화 기술을 가지고서도 주도권을 잡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05/2018060500184.html#csidx484c697b33a758ab5d344b4b11af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