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한삼희의 환경칼럼] 온돌 예찬

최만섭 2018. 5. 5. 10:28




[한삼희의 환경칼럼] 온돌 예찬


한삼희 수석논설위원 입력 : 2018.05.05 03:15 


구들 강습 받아보니 에너지 효율 좋고 건강에 이로운 외부, 축열, 접촉 난방



 

   한삼희 수석논설위원 한삼희 수석논설위원

 

문화재청이 2일 '온돌'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좋은 소식이다. 나중에 황토방 하나 지어볼까 해서 지난달 한옥구들문화원(충북 진천)에서 사흘짜리 '구들 놓기' 강습을 받았다. 국제온돌학회 김준봉 회장(심양건축대 교수), 목포대 황혜주 교수, 안동대 정연상 교수, 유명성구들연구소 유 소장 등이 가르쳤다. 배우면서 보니 온돌엔 오묘한 원리가 있었다.


우선 온돌은 외부 난방 방식이다. 열원(熱源)이 집 밖에 있다. 서양식 벽난로는 집 안에서 연료를 태운다. 연기 때문에 창문을 크게 해 환기시켜야 한다. 실내 연소라서 방안 산소를 잡아먹고 청결에도 문제가 있다. 온돌은 연기도, 산소 고갈도 걱정할 이유가 없다.











또 온돌은 축열(蓄熱) 방식이다. 바닥에 미로(迷路)처럼 황토 벽돌 고래를 쌓은 후, 그 위로 구들장을 깔고 황토 미장으로 덮는다. 그러면 아궁이의 장작 불길이 구들장 아래 굴처럼 만들어진 고래를 타고 다니며 황토벽과 구들장을 달군다. 황토 벽돌은 친(親)환경 광물질이고 불에 변형되지 않아 영구적이다. 일정 시간 장작을 지핀 다음 아궁이를 닫아두면 달궈진 고래와 구들장, 구들장을 덮은 황토 바닥에서 천천히 열을 방출한다.


고래 구조나 구들장 두께, 황토 미장 두께에 따라 방열(放熱) 시간이 몇 시간일 수도, 며칠일 수도 있다. 하동 칠불암 구들장은 원래 아(亞)자 모양의 아자방(亞字房) 구조였다. 장작을 한번 채워넣고 태우면 스님들 동안거(冬安居) 100일이 따뜻했다고 한다. 구들장 두께가 30㎝, 아궁이 바닥에서 구들장까지 높이가 180㎝나 됐다는 것이다.


강습 때 보니 묘하게도 구들 굴뚝이 땅 아래로 기는 것들이 있었다. 경복궁 교태전(왕비 침전)도 굴뚝이 마당 밑을 지나간다고 한다. 장작 탄 열기가 고래와 구들을 데우면서 미지근해진 다음 식은 연기가 빠져나가기 때문에 굴뚝이 고래 바닥보다 낮다는 것이다. 장작 태우던 열기가 식었다는 것은 고래 안에 열 에너지를 놓아두고 나왔다는 뜻이다. 열 효율이 좋을 수밖에 없다.


서양식 쇠난로는 연료를 태우고 나면 곧바로 식어버린다. 기압차를 이용하려 높게 올린 연통을 통해 방출되는 에너지 손실이 만만치 않다. 라디에이터 방식은 공기를 덥히는 대기 난방이다. 실내 공기가 텁텁해진다. 찬 바닥엔 카펫을 깔아야 한다. 알레르기성 질환에 취약하다. 전통 구들은 황토가 습기를 먹었다 뱉었다 하며 습도를 조절해준다.


온돌은 바닥에 피부를 대는 접촉(接觸) 난방이다. 방에 들어오면 신발을 벗고 앉아 생활해야 한다. 우리의 좌식(坐式) 생활은 온돌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한국 사람은 술에 취해 잔디밭에 쓰러져 자더라도 나뭇가지에 옷을 건 후 신발은 벗고 드러눕는다. 한복 바지나 치마가 헐렁한 이유는 온돌에 주저앉아 생활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아랫목에 두툼한 이불을 깔아두면 이불 속은 열 주머니처럼 절절 끓었다. 어머니들은 이불 속에 식구들 밥그릇을 넣어 보온(保溫)했다. 구들장과 황토 바닥이 가열되면 원(遠)적외선이 나온다. 반면 이불 밖 공기는 서늘해 코끝이 시원했다. 그 아랫목 이불 속에 몸을 집어넣고 땀을 흘리면 혈액 순환이 잘돼 몸이 거뜬했다. 찜질방 문화는 구들장에서 태어났다.


강습을 받아보니 지역마다, 사람마다 구들 놓는 방법이 다양했다. 어깨너머 전수(傳受) 기술이어서 과학적인 표준화가 미진하다는 느낌이다. 건축법에 구들 놓는 사람을 미장공으로 분류했다는 것도 온돌 문화에 대한 관심이 미약했다는 걸 보여준다. 국가문화재로 지정한 김에 사라져 가는 온돌 장인들을 발굴해 전통 기술을 보전하고 현대화도 꾀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04/201805040320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