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호·태영호·안찬일… 활동 봉쇄하는 '노스 리스트'
軍, 김정은을 '위원장님'으로… '숨죽인 罪人' 신세 된 탈북민들
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년 연설 하이라이트는 단연 '목발 탈북(脫北)' 주인공 지성호씨의 등장이었다. "당신 이야기는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모든 인간의 열망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명을 받고 의회 관람석에 앉아 있던 한 동양 남성이 목발을 치켜드는 순간,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 북한의 인권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 장면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며칠 뒤 지씨가 귀국했다는 소식을 듣고 TV조선 '뉴스9'은 그에게 스튜디오에 나와 증언해 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는 미국에서 보인 결의에 찬 모습과 달리 인터뷰를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어렵게 응하긴 했지만 미리 전달한 질문지 일부 문항에 난처해하더니 뉴스를 2시간여 남기고 결국 나오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태영호 전 북한 공사를 비롯한 탈북 저명인사들이 현 정부 들어, 특히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당분간 활동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보도도 있었다.
탈북 1호 북한 박사로 유명한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이 지난 4일 '뉴스9'에 출연해 고충을 털어놨다. 한 방송에서 김여정과 현송월을 '그 여자'라고 지칭한 적이 있는데 이후 한 달 이상 출연 요청이 끊겼다는 것이다. 공식적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방송사 측이 정부 눈치를 살피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탈북자 사회에서는 '블랙리스트'보다 탈북자를 걸러내는 '노스 리스트(north list)'가 더 문제라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한 탈북 인사는 최근 군부대 안보 강연을 갔다가 김정은을 '위원장님'으로 리설주를 '위원장님 부인'으로 불러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황당한 일이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안보의 최전선(最前線)에서조차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니 다른 곳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요즘 북한에서 전해지고 있는 봄소식에 국민 마음이 설레고 있다. 평양 시내 곳곳에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었고 '류경정주영체육관'을 가득 메운 북한 주민들 표정도 전에 없이 활기찼다. 우리가 혹시 북한을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착각에 빠질 만도 하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그 땅을 떠나온 3만여 탈북민은 어떤 기분일까. 얼마 전 만난 한 탈북민은 요즘 자신이 마치 죄인이 된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린다고 했다. 그동안 자신들이 전한 북한의 참상에 대해 마치 거짓말한 것 같은 죄책감도 든다고 했다.
올 초 북한인권정보센터가 발표한 탈북자 설문조사에서는 22.9%가 "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 이유가 단지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게 고달파서'만은 아닐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준비 회의를 주재하면서 "남북이 함께 살든 따로 살든 간섭하지 않고 서로 피해 주지 않고 (중략)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
대통령이 말한 '간섭하지 않고'의 뜻이 북한 인권 문제조차도 외면하겠다는 뜻은 아니길 바란다. 평양을 다녀온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이 "이게 뭐라고, 이 봄이 뭐라고. 모두가 함께 만든 그 봄 안에서 주책없이 자꾸 눈물이 났다"고 소셜미디어에 적었다. 이 글을 쓰면서 화창한 봄에 자꾸만 죄인이 된 것 같고 숨죽이고 있을 탈북민들 생각이 나서 자꾸 슬퍼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명을 받고 의회 관람석에 앉아 있던 한 동양 남성이 목발을 치켜드는 순간,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 북한의 인권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 장면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며칠 뒤 지씨가 귀국했다는 소식을 듣고 TV조선 '뉴스9'은 그에게 스튜디오에 나와 증언해 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는 미국에서 보인 결의에 찬 모습과 달리 인터뷰를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어렵게 응하긴 했지만 미리 전달한 질문지 일부 문항에 난처해하더니 뉴스를 2시간여 남기고 결국 나오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태영호 전 북한 공사를 비롯한 탈북 저명인사들이 현 정부 들어, 특히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당분간 활동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보도도 있었다.
탈북 1호 북한 박사로 유명한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이 지난 4일 '뉴스9'에 출연해 고충을 털어놨다. 한 방송에서 김여정과 현송월을 '그 여자'라고 지칭한 적이 있는데 이후 한 달 이상 출연 요청이 끊겼다는 것이다. 공식적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방송사 측이 정부 눈치를 살피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탈북자 사회에서는 '블랙리스트'보다 탈북자를 걸러내는 '노스 리스트(north list)'가 더 문제라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한 탈북 인사는 최근 군부대 안보 강연을 갔다가 김정은을 '위원장님'으로 리설주를 '위원장님 부인'으로 불러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황당한 일이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안보의 최전선(最前線)에서조차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니 다른 곳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요즘 북한에서 전해지고 있는 봄소식에 국민 마음이 설레고 있다. 평양 시내 곳곳에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었고 '류경정주영체육관'을 가득 메운 북한 주민들 표정도 전에 없이 활기찼다. 우리가 혹시 북한을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착각에 빠질 만도 하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그 땅을 떠나온 3만여 탈북민은 어떤 기분일까. 얼마 전 만난 한 탈북민은 요즘 자신이 마치 죄인이 된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린다고 했다. 그동안 자신들이 전한 북한의 참상에 대해 마치 거짓말한 것 같은 죄책감도 든다고 했다.
올 초 북한인권정보센터가 발표한 탈북자 설문조사에서는 22.9%가 "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 이유가 단지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게 고달파서'만은 아닐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준비 회의를 주재하면서 "남북이 함께 살든 따로 살든 간섭하지 않고 서로 피해 주지 않고 (중략)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말한 '간섭하지 않고'의 뜻이 북한 인권 문제조차도 외면하겠다는 뜻은 아니길 바란다. 평양을 다녀온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이 "이게 뭐라고, 이 봄이 뭐라고. 모두가 함께 만든 그 봄 안에서 주책없이 자꾸 눈물이 났다"고 소셜미디어에 적었다. 이 글을 쓰면서 화창한 봄에 자꾸만 죄인이 된 것 같고 숨죽이고 있을 탈북민들 생각이 나서 자꾸 슬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