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대화 전격 제의는 경제적 보상과 체제 안전 노려
트럼프, 극적 反轉에 희망 걸어… 성과 없으면 부메랑 될 것
한 달 전쯤 현 정부의 외교에 대해 잘 아는 전직 고위 외교관을 만났다. 그는 "결국 미·북 대화로 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예상은 적중했다. 아니 엄밀히 보면 틀렸다. 예상보다 훨씬 빨리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그만큼 다급한 것이다. 북한이 지난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핵·미사일 도발의 빈도를 높인 것은 대화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렇게 하면 미국이 먼저 손길을 내밀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하와이를 넘어 미 서부를 위협하는데도 미국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김정은은 트럼프와 말폭탄을 주고받았지만, 현실적인 힘은 트럼프에 비견될 바가 아니다.
그러자 한국 정부에 손을 내밀었다. 북한의 외교 전략인 통미봉남(通美封南·미국과 통하고 남한은 봉쇄)에 애당초 한국은 없지만 필요할 때는 '우리 민족끼리'가 등장한다. 지금이 그 상황이다. 대북특사단이 갖고온 '6개 항 언론발표문'을 "김정은이 불러주듯 했다"는 대목이 북한의 절박한 상황을 압축한다. 청와대는 김정은의 '숙성된 고민'이 답을 내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 '숙성된 고민'은 그들이 쳐 놓은 '대화의 덫'을 미국이 계속 외면한 데서 온 고민이었을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그 고민을 간파한 우리 정부가 '대화 열차'의 운전석에 올라탄 건 잘한 일이다. 지금까지는 모두에게 '해피엔딩'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북한은 대화 시작 전에 말꼬리를 잡히는 걸 피하려고 단번에 모든 걸 던졌다. 그 대가로 김정은은 최소한 올 5월까지 시간을 벌었다. 도발만 자제한다면 올 한 해는 무사할 것이다. 북한 경제를 겹겹이 에워싸고 있는 제재의 감시망이 느슨해지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북한의 핵무력 완성 시기를 올 상반기로 예측해 왔다.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북한은 도발은 하지 않겠지만 핵·미사일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 시비를 걸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어쩌면 이런 손익계산서를 다 따져본 다음에 내린 결정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우리 정부가 전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액면 그대로 수용하는 성의를 보였다. 세계가 주목하는 '불량 국가' 북한을 변화시키려는 욕심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성과가 없다면 이번 결정이 트럼프에게 부메랑이 될 것이다. 극적인 반전에 희망을 걸고 있으나 미국 조야에서 북한은 여전히 믿을 수 없는 존재이다.
트럼프가 정상회담 이전에 북한의 비핵화 이행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할 것인지, 아니면 일단 평양으로 날아가 볼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대화가 시작되면 북한은 판을 깨지 않는 수준에서 비핵화에 대한 모호한 입장을 오랫동안 유지하려 할 것이다. 그러면서 최대한의 '경제적 보상'과 '체제 안전 보장책'을 얻어내려 할 것이다. 무한한 인내심과 전략적 견고함이 없다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한의 비핵화(CVID)'라는 미국의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1994년 '제네바 합의' 후 미국과 북한은 수교 직전까지 갔었다가 북한이 몰래 핵탄두를 개발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합의는 휴지 조각이 됐다. 하물며 지금은 북한이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주장하는 시점이다. 한반도 정세가 종전 65년 만에 역사적 전기를 맞게 된 건 분명하다. 하지만 북한 정권의 본질이 달라졌다고 믿을 만한 증거는 아직 아무것도 없다.
김정은이 그만큼 다급한 것이다. 북한이 지난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핵·미사일 도발의 빈도를 높인 것은 대화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렇게 하면 미국이 먼저 손길을 내밀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하와이를 넘어 미 서부를 위협하는데도 미국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김정은은 트럼프와 말폭탄을 주고받았지만, 현실적인 힘은 트럼프에 비견될 바가 아니다.
그러자 한국 정부에 손을 내밀었다. 북한의 외교 전략인 통미봉남(通美封南·미국과 통하고 남한은 봉쇄)에 애당초 한국은 없지만 필요할 때는 '우리 민족끼리'가 등장한다. 지금이 그 상황이다. 대북특사단이 갖고온 '6개 항 언론발표문'을 "김정은이 불러주듯 했다"는 대목이 북한의 절박한 상황을 압축한다. 청와대는 김정은의 '숙성된 고민'이 답을 내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 '숙성된 고민'은 그들이 쳐 놓은 '대화의 덫'을 미국이 계속 외면한 데서 온 고민이었을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그 고민을 간파한 우리 정부가 '대화 열차'의 운전석에 올라탄 건 잘한 일이다. 지금까지는 모두에게 '해피엔딩'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북한은 대화 시작 전에 말꼬리를 잡히는 걸 피하려고 단번에 모든 걸 던졌다. 그 대가로 김정은은 최소한 올 5월까지 시간을 벌었다. 도발만 자제한다면 올 한 해는 무사할 것이다. 북한 경제를 겹겹이 에워싸고 있는 제재의 감시망이 느슨해지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북한의 핵무력 완성 시기를 올 상반기로 예측해 왔다.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북한은 도발은 하지 않겠지만 핵·미사일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 시비를 걸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어쩌면 이런 손익계산서를 다 따져본 다음에 내린 결정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우리 정부가 전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액면 그대로 수용하는 성의를 보였다. 세계가 주목하는 '불량 국가' 북한을 변화시키려는 욕심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성과가 없다면 이번 결정이 트럼프에게 부메랑이 될 것이다. 극적인 반전에 희망을 걸고 있으나 미국 조야에서 북한은 여전히 믿을 수 없는 존재이다.
트럼프가 정상회담 이전에 북한의 비핵화 이행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할 것인지, 아니면 일단 평양으로 날아가 볼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대화가 시작되면 북한은 판을 깨지 않는 수준에서 비핵화에 대한 모호한 입장을 오랫동안 유지하려 할 것이다. 그러면서 최대한의 '경제적 보상'과 '체제 안전 보장책'을 얻어내려 할 것이다. 무한한 인내심과 전략적 견고함이 없다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한의 비핵화(CVID)'라는 미국의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는
1994년 '제네바 합의' 후 미국과 북한은 수교 직전까지 갔었다가 북한이 몰래 핵탄두를 개발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합의는 휴지 조각이 됐다. 하물며 지금은 북한이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주장하는 시점이다. 한반도 정세가 종전 65년 만에 역사적 전기를 맞게 된 건 분명하다. 하지만 북한 정권의 본질이 달라졌다고 믿을 만한 증거는 아직 아무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