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평창의 밤하늘 우리 드론은 왜 날지 못했나

최만섭 2018. 2. 27. 10:30

평창의 밤하늘 우리 드론은 왜 날지 못했나

  •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 박순찬 기자입력 : 2018.02.27 03:00 | 수정 : 2018.02.27 09:50
  • [한국 드론은… 1200개 업체 중 수익 낸 곳은 30여 곳뿐]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규제가 많아서다
    올림픽서 증명된 IT 코리아 초라한 성적표

    세계 두번째로 드론택시 기술 한국이 개발했지만 상용화 못해… 외국에선 농사·건설에도 쓰여
    중국은 휴대폰 앱으로 승인… 한국에선 비행 허가는 국토부, 촬영 허가는 국방부 승인 받아야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전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미국 인텔의 드론쇼가 폐막식에서도 행사의 대미(大尾)를 장식했다. 인텔은 드론 300대의 실시간 비행으로 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이 하늘로 도약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앞서 개막식에서는 1218대 드론쇼의 영상을 공개해 군집 비행 최다 대수 기네스북 기록을 세웠다.

    중국 업체 이항은 지난 6일 드론 택시 '이항184'의 자율 비행 시험 영상을 최초로 공개했다. 프로펠러 8개를 단 드론은 조종사 없이 탑승객만 태우고 300m 높이에서 시속 130㎞까지 속도를 높여 15㎞를 안전하게 비행했다. 이항은 지난해 드론 1000대의 동시 비행도 성공시켜 인텔 이전에 드론 군집 비행 기록을 갖고 있었다.

    인텔에 내준 평창 하늘 지난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인텔의 드론 300대가 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이 하늘에서 뛰노는 모습을 연출했다.
    ▲ 인텔에 내준 평창 하늘 지난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인텔의 드론 300대가 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이 하늘에서 뛰노는 모습을 연출했다. /연합뉴스
    미국·중국 등 글로벌 기업들이 드론 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엄청난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인텔은 2015년 드론 100대의 군집 비행에 성공한 이후 3년 만에 그 수를 12배로 늘렸다. 이항은 2016년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에 드론 택시 시제품을 선보인 지 2년 만에 세계 최초로 야외에서 실고도 비행시험에 성공했다.

    해외기업의 비약적인 발전 모습을 본 국내 업계는 '드론 쇼크'에 빠졌다.

    드론 군집 비행 기술은 우리나라도 2013년 개발했으며, 드론 택시로 전용 가능한 수직이착륙 무인기도 2012년 세계 두 번째로 확보했다. 하지만 모두 상용화 문턱을 넘지 못했다. 드론 기술을 개발해도 규제에 막히고 투자도 부족해 상업화에서는 글로벌 기업을 도저히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철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가 뒤늦게 드론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중국, 미국 같은 선두 국가는 이미 빠르게 앞서나가 있어 사실상 게임이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해외 드론, 스마트폰 성장 경로 따라가

    드론 신시장을 열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
    글로벌 기업들은 초창기 레저용에서 벗어나 교통·택배·건설·농업 등 다양한 분야로 드론 쓰임새를 확대하고 있다. 프랑스 항공업체 에어버스와 독일 자동차업체 다임러 계열사인 이볼로는 최근 자체 개발한 드론 택시의 시험 영상을 잇따라 공개했다. 일본 자동차 업체 도요타는 인텔과 함께 드론 택시 제조업체에 1억달러를 공동 투자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2년 전 영국에서 드론 택배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조종사의 가시권을 벗어난 곳에서 본격적인 드론의 자율 택배 비행 시험을 할 계획이다. 미국 드론 업체 집라인은 국제화물운송업체 UPS와 함께 아프리카 르완다와 탄자니아에서 혈액과 의약품 드론 택배 사업을 하고 있다.

    농업에서도 드론의 활용이 늘고 있다. 중국 DJI는 2015년에 파종(播種)과 농약 살포가 가능한 드론을 출시했다. 지난해 영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드론과 로봇 트랙터만으로 보리농사를 짓는 데 성공했다.

    시장분석기관 유로컨설트는 "농·임업 분야에서 사용되는 드론 대수가 앞으로 연평균 38.5%씩 성장해 2025년에 전체 드론 활용 산업 시장에서 69%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드론의 운영체제도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처럼 개방형 운영체제인 드론코드가 등장했다. 미국 인텔과 3D 로보틱스, 프랑스 패럿 등이 드론코드 진영에 있다. 이들은 독자 운영체제를 포기하는 대신 특정 응용 분야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개발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일례로 3D 로보틱스는 건설과 토목 분야에서 공사 진행 상황을 입체 영상으로 보여주는 스캐닝 기술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유로컨설트에 따르면 전 세계 드론 시장은 2016년 29억달러(약 3조1137억원)에서 연평균 18%씩 성장해 2030년 291억달러(약 31조2446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 규제에 막히고 투자 부족해

    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한국 드론 산업은 초라하다.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에 등록된 1200개 업체 중에서 수익을 낸 곳은 30여 개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매출 10억원 미만의 중소업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한국은 드론과 자율차 등 무인이동체 세계 시장의 불과 2.7%만 차지하고 있으며, 핵심 기술력도 세계 최고 수준의 60%대에 그치고 있다.

    이렇게 된 첫째 이유로는 규제가 꼽힌다. 우리나라는 도심에서 드론 비행이 금지돼 있고 비행 승인은 국토교통부, 촬영 승인은 국방부로 이원화돼 있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반면 중국은 스마트폰 앱으로 비행 승인, 기체 검사를 신청할 수 있을 만큼 절차가 간편하다. 인구 밀집 지역에서도 드론의 비행고도, 거리 등 비행 현황을 실시간 보고하는 조건으로 승인을 내준다.

    국내 시장만 바라보는 좁은 시각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정기훈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는 "국내에서도 몇 년 전부터 드론 택시나 농작물 분석 드론을 개발하자는 얘기가 나왔으나 국내 교통이나 농업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외면받았다"며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기업이 국내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드론 신시장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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