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건 몰랐죠] 美 금리 인상, 국내 어떤 영향?
금리는 현재 구매 위해 미래소비 감소시키며 지불하는 값… 높을수록 소비·투자 위축
美서 금리 올릴 땐 한국도 인상 안 할 수 없어
인위적 금리 하락, 부작용 더 커… 가계부채 등 고려, 신중한 정책을
- ▲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현재의 소비 위해 미래 소비 당겨쓰고 '이자' 지불
먼저 금리, 즉 이자율이 무엇인지 알아봅시다. 이자율은 '현재의 화폐'와 '미래의 화폐' 간의 교환 비율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A가 B에게 100만원을 빌려 달라고 하면서 1년 후에 110만원을 주겠다고 하면, 이때 A가 제시한 이자율은 연 10%입니다. 현재 자금이 없는 개인 또는 기업은 이를 다른 사람으로부터 빌려 필요한 재화를 구매하거나 투자하고, 향후에 원금과 이자를 갚습니다. 원리금만큼 미래의 소비는 줄어들지요. 이자는 현재의 구매를 위해 미래의 소비를 감소시키면서 지불하는 값(프리미엄)입니다.
이자는 사람들의 '시간 선호' 때문에 발생합니다. 사람들이 미래의 소비보다 현재의 소비에 더 가치를 두는 것을 '시간 선호'라고 합니다. 시간 선호도가 높은 사람은 불확실한 미래보다 현재를 가치 있게 여겨 소득이 생기면 상당 부분 소비해버리고, 반대로 시간 선호도가 낮으면 현재보다 미래를 소중히 생각해 소득의 많은 부분을 저축합니다.
이처럼 금리는 현재와 미래의 경제활동을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자금을 빌리는 사람에게 금리는 미래 소득을 현재 사용하기 위한 비용입니다. 반면 자금을 빌려주는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금리는 현재의 구매력을 다른 사람에게 제공한 데 따른 보상입니다. 따라서 금리가 낮으면 사람들은 현재의 소비와 투자를 늘리고, 높으면 저축을 많이 하게 됩니다.
◇금리 낮을 때 기업 투자·연구개발 늘어
금리는 시장에서 기업·가계·은행의 자금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입니다. 금리가 높으면 자금을 빌리려는 수요는 줄어듭니다. 현재의 소비나 투자를 위해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반대로 자금을 빌려주겠다는 공급은 늘어납니다. 돈을 빌려주고 얻는 보상이 크기 때문입니다. 금리가 낮으면 거꾸로 자금 수요가 늘고 공급은 줄어듭니다. 자금 수요와 공급이 같아지는 수준에서 시장금리가 결정됩니다.
기업이 투자 결정을 내릴 때 금리는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 중 하나입니다. 기업이 현재 투자를 한다는 것은 미래의 이익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올해 1억원을 투자한 뒤 내년에 제품을 생산·판매해 2억원의 수입을 기대하는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이때 금리가 연 10%라면 기대 수입 2억원의 현재 가치는 10% 할인한 1억8000만원이 됩니다. 이익이 8000만원이 되는 셈이지요. 금리가 5%라면 기대 수입의 현재 가치는 1억9000만원이 됩니다. 금리가 줄어든 만큼 기업의 이윤은 늘어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금리가 낮을수록 기업이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금리가 낮아지면 기업은 이전에는 이윤을 기대하기 힘들어 착수하지 않았던 장기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도 고려할 유인이 생깁니다. 가까운 장래가 아닌 먼 미래에 수입이 기대되는 투자, 예컨대 장기간 연구가 필요한 연구개발(R&D) 투자에 청신호가 켜지는 것이지요. 반대로 금리가 높을 때는 기업이 장기적인 투자에 나서기가 어렵습니다.
이처럼 저금리는 기업의 투자를 증대시키고 R&D 투자를 비롯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장기 투자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가 기준금리를 0%까지 낮춰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것입니다.
◇인위적인 금리 하락은 과도한 인플레이션 부를 수도
하지만 정부가 인위적으로 낮은 금리를 오랫동안 유지시켰다가는 시장에서 과도한 투자와 소비를 유발하고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또한 풍부한 유동성(자금 흐름)은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을 지나치게 상승시켰다 일시에 거품이 붕괴할 우려도 생깁니다. 낮은 금리가 지속되면 결과적으로는 저축 부진으로 인한 투자 정체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최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통화정책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미국 금리의 급격한 상승은 전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사람들은 저축을 늘리고 채권 등 안전한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반면, 주식과 같은 위험이 높은 자산에는 투자를 줄입니다. 따라서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갑니다. 이달 초 우리나라 주가가 급락한 것도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문제는 미국이 금리를 높이면 우리나라도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한국보다 미국 금리가 더 높으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에 갖고 있던 자본을 빼내 금리가 높은 미국으로 옮기기 때문입니다. 자본 유출에 따른 외화 유동성 부족, 나아가 외환 위기 우려까지 빚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경제는 법인세와 최저임금 인상,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기업 환경이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 금리를 올리는 것은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급속도로 늘어난 가계 부채의 상환 부담을 키울 것입니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현명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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