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돌부처들인 줄 알았는데… 女컬링 4인방, 운동만큼 효심도 1등
김은정, 허드렛일 마다않고 아버지 벼·마늘 농사 도와
김선영은 메달 딸 때마다 할머니에게 가장 먼저 '우승 인사'
김영미·김경애, 대회 상금 모아 홀어머니에게 아파트 마련해 줘
경북 의성에서 나고 자란 대표팀 선수들은 의성여중 시절부터 함께 컬링을 시작해 호흡을 맞춘 지 12년째다. 김영미가 먼저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하자 곧이어 동갑내기 친구였던 김은정이 함께했고, 김영미의 친동생 김경애와 김경애의 친구 김선영이 합류하면서 현재 대표팀이 결성됐다. 대표팀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1위 캐나다를 비롯해 스위스(2위), OAR(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3위), 영국(4위), 스웨덴(5위) 등 강국을 줄줄이 격파하며 예선 1위로 4강에 올랐다. 외신들은 "컬링 불모지 한국에서 기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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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은 의성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 밑에서 학창 시절부터 '올림픽 꿈'을 키워왔다. 주장 김은정은 평일엔 컬링 브룸(비)을 잡다가도 휴식날인 주말엔 농기구를 잡고 부모의 농사일을 도왔다. 벼농사, 마늘 농사 등을 짓는 부모의 허드렛일을 도맡았다고 한다. 겨울 찬바람에 마늘이 얼까 싶어 밭에 비닐을 일일이 씌우는 것도 김은정의 집안일 중 하나였다.
분토2리 마을 주민 신순희(73)씨는 "부모님 농사일을 열심히 도우면서 싫은 내색 없이 항상 웃고 다녔다. 주민들도 '자식 농사 참 잘했다'고 칭찬한다"고 전했다. 아버지 김광원(60)씨는 딸이 효녀라는 말에 "애들이 뭐, 촌에서 다 그렇지요"라며 웃었다.
김은정은 200가구 남짓한 마을 어르신들에게도 '예쁜 손녀'로 통한다. 그는 일본·캐나다 등에서 열리는 컬링 국제대회에 참가한 후엔 항상 마을 어르신들의 간식을 선물로 챙겨왔다. 김재일(80) 할아버지는 "외국에 나갔다 오면 힘들 법한데 꼭 마을회관에 들러 외국 과자를 슬쩍 놔두고 간다"고 했다.
대표팀에서 찰떡궁합을 보여주는 김영미·김경애 자매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친할머니 손에 컸다. 어머니 조순희(62)씨는 의성에 있는 전봇대 제조 공장에서 일하며 두 딸의 운동 뒷바라지를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사과 농장에서 소일거리가 들어오면 마다하지 않고 일했다. 김 자매는 이런 어머니 모습을 보며 '꼭 성공해 효도시켜 드려야겠다'며 이를 악물고 컬링 연습에 매진했다. 대회 우승 상금을 차곡차곡 모은 두 딸은 지난해 오래된 집에서 살고 있는 어머니를 위한 아파트를 마련해 드렸다.
세컨드를 맡은 김선영의 부모는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다. 김선영의 고모 김순자씨는 "92세 잡수신 할머니가 계신다. 선영이는 메달을 따면 제일 먼저 할머니에게 걸어 드리는 손녀"라고 했다.
요즘 대표팀 부모들은 강릉 컬링경기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