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일부 병원에서 장기를 기증한 유가족에 대한 예우가 엉망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비난·분노·자괴감 가득한 반응들을 보며 뇌사 장기 기증의 전 과정을 중재하는 코디네이터 간호사로서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일전에도 비슷한 보도 이후 무려 1000여명이 장기 기증 서약을 취소했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장기 기증자 수의 두 배에 해당한다. 김수환 추기경이 생전에 각막을 기증한 사실이 알려져 장기 기증 희망자가 역대 최고에 달했던 때와는 상반된 형국이다. 장기 기증은 이렇게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기증 후 예우에 소홀했던 의료 기관과 관계자들은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이식 대기자는 2만9240명인 데 비해 생체 및 뇌사자로부터 기증된 장기는 4592건으로 크게 부족하다. 일부 병원의 잘못된 관리가 전체 병원의 일로 비쳐 기증 희망자가 감소할까 걱정이다. 장기 기증 현장에서 의료진은 생을 마감하는 뇌사자에 대한 안타까움, 어렵게 기증을 결심해준 유가족, 그리고 애타게 기다리던 장기를 받게 될 수혜자를 생각하며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고인에 대한 예우와 더불어 어떻게 하면 유가족이 죄책감 없이 따뜻한 이별을 할 수 있을지를 늘 고민해왔다.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를 예로 들면, 기증자에 대한 예우로 코디네이터가 수술 전에 의료진과 이런 기도문을 읽는다. "잠시 후면 ○○○님은 소중한 몸을 아픈 이를 위해 내어주고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이지만, 그의 선한 뜻을 기억해주시고 함께 해주십시오." 비록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뇌사 환자이지만 의료진은 "더 이상 고통받지 않게 마취를 잘해달라"고 부탁하는 유가족의 마음을 늘 가슴에 새긴다. 코디네이터는 수술 과정을 함께 하고, 장기 구득(求得)을 마치면 흰 시트로 덮인 시신 위에 하얀 국화를 놓는다. 단계마다 유가족에게 설명해서 긴 과정에서 생기는 불안감과 답답함을 덜어 드리려고 애쓴다.
뇌사자가 장기를 기증하면 유족은 소정의 진료비와 장례비를 지원받는다. 기증 비용은 과거에는 수혜자들이 분담했지만, 지난 7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국가가 지원한다. 지난 9월에는 국가가 기증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