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1.29 03:00
[어제 오전까지 한치의 흔들림 없다더니 저녁에 노조 요구 수용]
- 使측 "추후협상 진행"
코나 美수출위해 라인 늘렸지만 동의 안받았다는 노조 설득 못해
전략 차종 코나 수출 차질 불가피
- 경영위기 아랑곳 않는 노조
3분기 영업이익률 4년전의 절반… 올 美 판매 13%, 中선 34% 줄어
올해 賃協에 아직까지 매달려 "12월 초 강력한 투쟁으로 갈 것"
현대자동차가 이틀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진행된 노조의 기습 파업에 백기 투항했다. 노조의 파업 철회를 조건으로 경영상 필요했던 생산 라인 변경을 중단하고 추후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다음 달부터 미국에 수출하려던 전략 차종 생산에도 차질을 빚게 됐을 뿐 아니라 노조와의 싸움에 또 쉽게 굴복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현대차는 27일 오전 노조의 긴급 파업으로 가동을 멈췄던 현대차 울산 1공장이 34시간여 만인 28일 오후 10시부터 재가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는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코나'의 생산 확대를 요구하는 사측의 요구에 반발해 파업을 벌였다. 현대차는 28일 오전까지만 해도 윤갑한 사장 명의로 "이번 파업은 엄연한 불법으로, 회사는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저녁에 말을 바꿨다.
◇파업 34시간여 만에 노조에 굴복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부터 1공장 11라인에서만 생산하는 코나를 1공장 12라인에서도 생산하는 문제를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현대차는 지난 6월 출시, 국내 소형 SUV 시장 1위로 올라선 코나의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엑센트를 생산하던 1공장 12라인에서의 추가 생산이 필요했다.
그러나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현대차 노조 대의원 일부는 시설 변경 등 현행 소방법에 위배되는 사안을 요구하고, 현장 관리자의 전출을 요구하는 등 인사권을 침해하는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이 이에 응하지 않고 지난 24일 코나를 울산 1공장 12라인에서도 추가 생산하기 시작하자, 노조는 곧바로 오전 9시 20분부터 약 40분간 쇠사슬로 생산 라인 일부를 묶어 작업이 중단됐다.
현대차 노조는 27일 울산 1공장의 11·12 생산 라인을 멈춰 세우며 파업에 들어갔다. 긴급 파업 34시간 만에 현대차는 노조와 기존과 같이 11라인에서는 코나를, 12라인에서는 엑센트를 다시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문제가 됐던 '코나' 추가 생산 문제는 합의를 보지 못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와 코나 생산 확대 문제에 대해 협상을 다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에 끌려다니는 사측도 문제"
노조의 이틀간 파업으로 현대차는 약 2000대, 300억원가량의 생산 차질을 봤으며, 향후 코나의 수출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이는 올 1~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9% 줄어든 3조7994억원에 불과한 현대차에는 큰 타격이다. 2013년 9.6%였던 영업이익률은 올해 5.3%로 곤두박질쳤다. 특히 세계 양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올 1~10월 판매량은 작년에 비해 각각 13%, 34.5% 감소했다.
하지만 노조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올해가 한 달밖에 안 남았지만 현대차는 노사 임금 협상도 끝내지 못했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 협상과 관련, "사측의 결단이 없다면, 12월 초 강력한 투쟁으로 갈 길을 갈 것"이라고 선전포고한 상태다. 기아차 역시 노조 집행부 교체로 임금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연말 현대·기아차 노조가 임금 협상과 관련해 전면 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노조 리스크'는 심각하다. 기아차는 근로자 평균 연봉이 9600만원으로 독일의 BMW(9935만원)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높다. 하지만 생산성은 경쟁사보다 떨어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차 1대를 생산할 때 드는 시간은 한국 완성차 5사가 26.8시간으로 도요타(24.1시간), 미국 GM(23.4시간)보다 길다.
그러나 이번 현대차 노조 파업의 경우처럼 노조에 끌려다니는 사측이 더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은 매번 파업이 성공했기 때문"이라며 "회사는 노조에 굴복해 돈을 더 주고 무마한 뒤 그 돈을 차 값에 얹거나 하도급 업체를 압박해 보전해왔고, 이는 국내 자동차 산업 노사 관계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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