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예산 다큐 '성주, 붉은 달' 청주시민영화제서 조용한 증언]
반대 세력이 마을 장악한 듯
마을 회관에 걸린 현수막엔 평양 류경호텔 그림 그려져
"6·25를 겪었으니 대비는 해야" 사드 배치 찬성 주민도 적잖아
영화 관객들 간간이 탄성·박수
영화감독 최공재(46)씨는 영화계 후배 3명과 카메라 한 대를 들고 사드 배치 전후인 지난 9월 6~7일과 16~17일 성주 초전면 소성리에 머물렀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비판한 다큐멘터리 '부역자들'을 제작한 인물이다. 당시 상황을 담은 다큐 영화가 '성주, 붉은 달'이다. 총 제작 인원 4명, 총 제작비 400만원의 초저예산 영화다. 최씨는 지난 12일 청주 시민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처음 선보였다. 최씨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다른 성주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최 감독이 이 영화를 처음 기획한 것은 지난 7월. 영상 제작 업체를 운영하는 이우성(40)씨와 영상 시나리오 작가 박성현(43)씨, 그리고 대학원생 김다인(31)씨와 '작당들'이라는 팀을 만들었다. 평소 영화 현장에서 알고 지내던 후배들이었다. 최씨는 "영화판에는 좌파 세력이 많은데, '작당들'의 나머지 세 사람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말이 통한다 싶어 이번에 뭉친 것"이라고 했다.
수차례 모여 밤샘 회의를 하며 영상 기획안을 만들어갔다. 감독은 이씨가, 시나리오는 박씨가, 촬영과 내레이션은 김씨가 맡기로 했다. 최씨는 제작 총괄을 담당했다.
문제는 제작 비용이었다. 처음 책정한 예산은 800만원이었다. 투자를 받으러 다녔지만, 대부분 "일단 만들어 오면 비용을 주겠다"며 완곡히 거절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 기독교 단체로부터 투자금 300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최씨가 사비 100만원을 보탰다. 영화 분량은 26분. 제작비에 맞춰 줄였다. 이씨는 영화를 만드는 두 달 동안 집에 생활비를 갖다 주지 못했다. 그는 영화 엔딩 크레디트에 '아내에게 특히 고맙다'는 내용을 넣어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최씨는 "좌파는 편당 수천만~1억원의 후원을 받아 사람들 마음을 흔드는 다큐 영화를 뽑아낸다"며 "우리는 사명감 하나로 일한 것"이라고 했다.
9월 6일 '작당들' 팀은 성주에 들어갔다. 성주 소성리에 들어간 최씨 일행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마을회관 위에 걸린 대형 현수막이었다. '사드 가고 평화 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엔 북한 평양의 류경호텔과 개선문 등이 그려져 있었다. 남한 쪽에서 차들이 평양으로 들어가는 듯한 그림이었다. 최씨는 "현수막에 남한은 없었다. 북한의 체제 선전물 같았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주민도 많이 만났다고 한다. 한 소성리 주민은 "우리는 6·25를 겪었기 때문에 전쟁에 대해 대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자 다른 주민은 "그런 말 하면 큰일 난다"며 황급히 말리기도 했다.
지난 12일 '성주, 붉은 달'이 처음 상영된 '시민영화제'엔 50여명이 모였다. 매우 적은 숫자다. 영화를 보던 시민들은 간간이 탄성을 터뜨렸다. 사드 배치 반대 시위가
최씨는 수차례 시사회를 더 거친 뒤 '성주, 붉은 달'을 일반에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최씨는 "언젠가는 우리 뜻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지 않겠느냐"며 "내년부턴 서울에서 보수적 관점의 다큐 영화 등을 상영하는 '자유주의 영화제'를 여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