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1.02 03:00
[美 카네기멜론大 개발… 자살 위험群 91% 정확도로 구분]
자살 기도했거나 고민하는 사람
죽음·곤경·행복 같은 단어 보면 일반인과 다른 뇌 반응 보여
자살 생각하는 사람 찾아내면 의료진이 적절한 도움줄 수 있어
AI, 200만명 전자의료기록 학습… 자살 2년 앞서 80% 정확도로 예측
우리나라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 기록을 갖고 있다. 다른 질병은 조기 진단과 치료를 통해 대처를 할 수 있지만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겪는 마음의 병은 진단도 쉽지 않다.인공지능(AI)이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인공지능의 기계학습으로 뇌 영상이나 진료 기록을 분석해 자살을 할 가능성이 큰 사람들을 가려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사전에 자살 위험군(群)을 가려낼 수 있다면 의료진이나 가족이 먼저 손을 쓸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사람을 살리는 인공지능이 탄생한 것이다.
◇죽음 연관 단어에 반응하는 뇌 분석
미국 카네기멜론대 심리학과의 마르셀 유스트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31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에 "인공지능으로 뇌 영상을 분석해 자살을 기도할 가능성이 큰 사람들을 90% 이상 정확도로 가려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은 특정인의 뇌 영상을 분석해 일반인과 자살 위험군을 91% 정확도로 구분했다. 또 자살 위험군 중에서 실제로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은 94% 정확도로 가려냈다.
인공지능은 fMRI 영상들을 학습해 자살 의향을 가진 사람들의 영상 특징을 스스로 파악해냈다. 이를테면 자살 의향이 있는 사람들이 '죽음'이라는 단어를 보면 뇌에서 부끄러움에 반응하는 부위가 다른 사람보다 강하게 작동했다. 마찬가지로 '곤경'이라는 단어를 보면 슬픔과 연관된 부위가 작동했다. 반면 분노 영역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처럼 '죽음·잔혹·곤경·태평·행복·칭찬' 등 여섯 단어를 제시했을 때 뇌 5군데에서 특히 자살 위험군과 일반인의 차이가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인공지능은 이 여섯 단어와 다섯 군데 뇌 영역의 반응을 조합한 30가지 경우를 토대로 자살 의향이 있는 사람을 가려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피츠버그대의 데이비드 브렌트 교수는 "인공지능으로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을 가려내면 의료진이 미리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도록 도울 수 있다"며 "앞으로 분석 인원을 더 늘려 시험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료기록·댓글로도 자살 위험 예측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베리 호르비츠 박사는 이날 별도의 논평 논문에서 "이번에 개발된 인공지능 영상 분석법은 향후 다른 정신질환들을 진단하는 도구가 될 가능성도 크다"고 평가했다.
- ▲ 스마트폰에 페이스북의 자살 예방 프로그램이 작동한 모습. 인공지능은 사용자가 올린 글이나 영상, 음성을 모니터하다가 자살 위험군으로 판단하면 상담전화를 안내하고 친구와 대화를 유도한다. /페이스북
인공지능으로 자살 위험군을 가려낸 연구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연구진은 지난 3월 테네시주의 환자 200만명에 대한 전자의료 기록을 인공지능에게 학습시켜 자살을 2년 앞서 80% 정확도로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은 우울증 처방이나 진료 기록 등을 토대로 특정인이 실제로 자살을 기도하기 2년 전에 미리 자살 위험군으로 분류했다.
소셜미디어 기업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사용자들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나 영상, 음성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자살 위험군을 예측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자살 위험이 높은 사용자에게는 상담 전화를 알려주거나 친구와 대화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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