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0.18 03:04
카탈루냐 독립 반대하는 카탈루냐 출신 소설가 멘도사
16일(현지 시각)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멘도사는 "문화·역사적 자부심은 존중하지만 정세를 고려치 않는 독립의 결과는 재앙일 것"이라고 말했다. 요지는 "'우리끼리'의 표어는 공허하다"는 것. "독립주의자들은 카탈루냐의 부(富)를 가난한 지역과 나누는 게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우리끼리 잘 살자고 한다. 그러나 분리될 경우 오히려 극심한 경제적 타격이 오게 된다. 벌써 기업 500여곳이 본사 이전을 선언했다."
변호사 출신답게 과격파를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집회에서 헌법을 모욕하고 국기를 불태운다. 답을 정해놓고 반대 의견에 귀를 닫는다. 이것이 민주주의인가?"
스코틀랜드나 홍콩 등 다른 유럽 및 아시아 국가에서도 분리 독립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인간의 본성은 언제나 개별적으로 존재하고자 하는 것 같다"면서도 "개인과 국가의 욕망은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자식은 부모로부터, 때로 부부조차 상대로부터 떨어져 있고자 한다. 하지만 국가는 다른 식으로 작동한다. 정치·경제·문화적 영토가 얽혀 있기에 신중해야 한다."
그는 '프랑스 최고 외국도서상'(1998) '프란츠 카프카상'(2015) 등에 이어 지난 4월 스페인 언어권 최고 권위의 문학상 '세르반테스상'을 받았다. 선정위원회 측은 "섬세한 아이러니를 통해 스페인에 새로운 서사 방식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멘도사에 따르면 "문학은 보편으로부터의 독립인 동시에 타인과 연결되려는 욕망의 작용"이다. "작가와 독자는 개인이다. 그러나 소설을 쓰고 읽을 때 얼굴도 모르는 등장인물을 상상하고 개입하고 심지어 동일시한다. 연결은 불가피하다." 18일엔 '호세 루이스 삼페드로' 문학상을 수상한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도 종종 거론되는 그는 "정치적 계산이 들어간 노벨상보다 진솔한 국내 문학상이 더 좋다"고 말했다.
난해한 실험주의 대신 사실에 기반한 글쓰기를 택했다. "1970년대 프랑코 독재 정권 시절 영국 런던에서 유학하며 카탈루냐 역사책 등 금서(禁書)를 자주 읽었다. 1973년 미국으로 건너가 UN 통역관을 하면서는 레이먼드 챈들러 '기나긴 이별' 같은 미국 탐정 소설을 탐독했다. 역사적 사실과 악당을 등장시켜 사건을 추적하는 문체가 이때 구축됐다."
삐딱하면서 유머러스한 문체로 대중적 인기 역시 높다. 스페인 교과서에도 실린 '구르브 연락 없다'(1991)는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외계인의 시점으로 작성된 황당무계한 인간 생태 보고서. "도시는 늘 아름답기만 한
그리고 도시는 지금 혼란에 빠져 있다. "다른 이유보다 인간적 정체성이 희미해지고 있어서 아닐까. 사람들은 점차 관계하지 않고 자기 세계에만 빠져들고 있다. 문학은 거기서 사람을 꺼내 타인과의 연결을 도모한다. 내가 소설을 쓰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