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산업을 병원 밖으로] [上]
기술 가진 국내 대형병원들 "투자하겠다" 해외 제안에도 비영리 규제 탓 회사설립 '0'
美메이요클리닉은 회사 85개, 7兆달러 규모 의료산업 선점
삼성서울병원 유전체연구소는 지난해 환자의 암 발생 유전자 변이를 파악해 환자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하는 진단 기술을 개발해 완성했다. 이른바 '캔서 스캔(cancer scan)'이다. 이 병원에서 수술이나 치료받은 암 환자 1만명의 진료 데이터와 수술·병리 자료를 비교 분석하고 발전시킨 의료 기술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잘 짜인 임상 데이터 기반 유전체 분석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싱가포르 국립암센터와 투자사는 캔서 스캔을 갖고 동남아 일대 3억 인구를 대상으로 암 진단 사업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이에 병원과 유전체연구소 박웅양 소장은 의료 기술 사업화를 위한 회사 창업을 하려 했다. 'X플레인 지노믹스'라고 회사 이름까지 지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의료 기술 회사는 출범하지 못했다. 국내법상 삼성서울병원은 비영리법인 삼성공익재단이 세운 병원이라 회사를 설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술의 사업화를 촉진하는 지주회사도 안 된다. 삼성서울병원 소속 교수의 창업에도 병원은 5% 이상 지분 참여를 할 수 없다. 이는 병원이 회사에 투자나 관여를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고 창업 전문 변호사들은 말한다. 병원이 가진 고유의 임상 경험과 새로이 개발한 의료 기술을 사업화할 수단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셈이다. 현재 싱가포르의 조인트벤처 설립 제안서는 책상 서랍에서 잠자고 있다.
한 해 방문 환자 202만명, 수술 건수 4만7000여 건, 국제학술지 논문 1100여 편을 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삼성서울병원에서 의료 기술 회사 창업은 제로다. 국내 거의 모든 대학·대형병원이 이 같은 사정에 놓여 있다. 미국의 유명 병원 메이요클리닉은 의료기기·진단·치료·헬스IT 등 다양한 분야에서 85개 회사를 만들었다. 병원이 의료 기술을 이전해 지분을 20~50% 취득한 회사도 81개다. 메이요클리닉은 최근 10여 년간 기술 사업화로 얻은 3600억원의 수익을 환자 진료 질을 높이고 연구 개발하는 데 재투자하고 있다. 변리사·변호사·박사 연구원 등 전문가 50여 명이 기술 사업화 팀을 구성해 돕고 있다.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은 약 7조달러(한화 약 8000조원)로, 자동차 산업의 4배가 넘는다. 매년 6.8%씩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4차 산업 시대에 주역으로 활동해야 할 국내 대형병원들이 우수한 의료진과 기술, 방대한 임상 데이터를 갖고 있으면서도 각종 규제에 묶여 의료 기술 산업화는커녕 진료 수입에만 의존하는 1차 산업형 병원에 머물러 있다.
이에 병원과 유전체연구소 박웅양 소장은 의료 기술 사업화를 위한 회사 창업을 하려 했다. 'X플레인 지노믹스'라고 회사 이름까지 지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의료 기술 회사는 출범하지 못했다. 국내법상 삼성서울병원은 비영리법인 삼성공익재단이 세운 병원이라 회사를 설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술의 사업화를 촉진하는 지주회사도 안 된다. 삼성서울병원 소속 교수의 창업에도 병원은 5% 이상 지분 참여를 할 수 없다. 이는 병원이 회사에 투자나 관여를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고 창업 전문 변호사들은 말한다. 병원이 가진 고유의 임상 경험과 새로이 개발한 의료 기술을 사업화할 수단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셈이다. 현재 싱가포르의 조인트벤처 설립 제안서는 책상 서랍에서 잠자고 있다.
한 해 방문 환자 202만명, 수술 건수 4만7000여 건, 국제학술지 논문 1100여 편을 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삼성서울병원에서 의료 기술 회사 창업은 제로다. 국내 거의 모든 대학·대형병원이 이 같은 사정에 놓여 있다. 미국의 유명 병원 메이요클리닉은 의료기기·진단·치료·헬스IT 등 다양한 분야에서 85개 회사를 만들었다. 병원이 의료 기술을 이전해 지분을 20~50% 취득한 회사도 81개다. 메이요클리닉은 최근 10여 년간 기술 사업화로 얻은 3600억원의 수익을 환자 진료 질을 높이고 연구 개발하는 데 재투자하고 있다. 변리사·변호사·박사 연구원 등 전문가 50여 명이 기술 사업화 팀을 구성해 돕고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은 약 7조달러(한화 약 8000조원)로, 자동차 산업의 4배가 넘는다. 매년 6.8%씩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4차 산업 시대에 주역으로 활동해야 할 국내 대형병원들이 우수한 의료진과 기술, 방대한 임상 데이터를 갖고 있으면서도 각종 규제에 묶여 의료 기술 산업화는커녕 진료 수입에만 의존하는 1차 산업형 병원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