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노조

[시론] 자동차 노조 파업, 파국의 길이다

최만섭 2017. 8. 19. 09:58

[시론] 자동차 노조 파업, 파국의 길이다

  •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입력 : 2017.08.19 03:05

세계 車산업 성장 속 우린 역주행
위기인데 관성적으로 파업 돌입… 원인은 30년 후진적 노사 관계
임금 체계 선진화로 재도약해야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세계적으로 자동차 수요와 판매는 매년 2~3%씩 성장세를 보이는데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내수·수출 모두 부진한 가운데 자동차 생산량이 역주행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생산 순위도 인도에 밀려 6위로 내려앉았다. 올해 들어 내수 시장에서 수입차에 더욱 쫓기고 주력 수출국인 미국 수출도 최근 10% 넘게 줄어들고 있다.

현재 르노삼성은 선방하고 있지만 노사 관계 부담으로 새로운 투자를 주저하고 있으며, 쌍용은 어려운 경영 상황을 겨우 헤쳐 나왔으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 내기에 버거운 상황이다. 한국 지엠은 영업 적자 지속, CEO 교체, 국내 생산 물량의 글로벌 조정 등으로 불안감이 상존한다. 현대·기아는 중국 시장에서 판매가 절반 이상 줄면서 중국에 동반 진출한 부품업체들은 생존마저 걱정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위기의 근원이 30년 묵은 대립적이고 단기적, 이기적인 노사 관계에 있다는 것은 우리뿐 아니라 세계 자동차업계 모두가 지적하는 사실이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자동차 산업 선진국들은 노사가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공동 목표 아래 사측은 고용 및 기본 소득을 보장하고 노측은 임금 수준, 성과형 임금 체계 및 근로 유연성을 양보하면서 합리적 빅딜 패러다임을 정착시켰다. 그뿐 아니라 3~4년 단위의 노사 협상 주기로 안정성까지 확보했다.

그러나 우리 임금 체계는 외국의 직무급제와 달리 호봉형 기본급제 바탕 위에 집단적 쟁취로 얻어지는 일률 배분적 성과급과 부가수당으로 돼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 노사는 매년 임금 협상에 매달리며 3% 내외 인건비를 올리는 데다 통상임금 쟁송에 따라 회사별로 수조원 추가 인건비 부담이 발생해 최근 5년간 임금이 50% 이상 오르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경영 부담을 안고 있다. 이로 인해 부가가치가 가장 낮은 소형차 생산 위주인 우리나라가 임금 수준은 가장 높아졌고 글로벌 업체 본사들은 고비용 국가인 한국에서 생산 물량을 계속 유지해야 할지 저울질하고 있다. 총인건비가 매출액의 10% 이상으로 제일 높아 연구 개발, 설비, 기업 인수 등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투자에 그만큼 뒤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 생산 설비와 작업 환경은 가장 현대화돼 있지만 생산성은 뒤지고 생산 유연성도 우리나라가 가장 경직돼 있다.

노사 관계의 후진성에 따른 국제 경쟁력 위기가 빤히 보이는데도 국내 자동차 노조는 관성적으로 파업까지 벌임으로써 마케팅 및 수출·영업에 차질을 빚고, 부품업계와 지역 상권에 치명타를 주고 있다. 이는 파업 요건이 쉽고, 파업 기간 중 사용자의 대항권인 대체 근로 투입이 불법화돼 교섭력이 노조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노조는 진지하게 협상하기보다 박차고 나가 힘을 과시한다. 2년마다 노조 집행부 선거가 있는 것도 노-노 경쟁에 따른 강성 투쟁을 부추긴다. 올해도 쌍용차를 제외한 나머지 완성차 4개사에서는 노조가 파업을 가결했고 과도한 임금 인상, 복지 혜택을 주장하며 생산·연구·영업 활동 중단이라는 무기를 들고 협상 중이다. 영업이익이 줄고, 적자가 나고, 생산 비용은 증가하고, 근로시간은 줄어도 임금은 계속 올릴 수밖에 없어 국제적 생산 경쟁력이 떨어지는 나라에서 자동차 생산을 계속하겠다는 기업이 있겠는가. 20년 전 IMF 외환 위기 때 현대와 기아는 합병되고 대우·삼성·쌍용은 외국에 매각되는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1만명 넘게 실직했던 쓰라린 경험이 떠오른다. 일자리 5만개가 사라지는 호주의 자동차 산업 폐업 과정이
남의 일이 아닐지 모른다.

변화만이 살길이다. 노사는 휴전협정을 맺고 노사정은 소통하면서 과거 인권 투쟁 시대의 노사 패러다임을 세계시장 경쟁 시대에서 이기는 상생의 틀로 개조해 현재의 위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역전시켜야 한다. 선진형 임금 체계와 노사 관계 재정립이 우리 제조업 부활과 일자리 창출의 정답인 만큼 사회적 합의를 위한 정부의 리더십도 절실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18/201708180315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