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不妊 모기 풀어 모기떼 박멸한다

최만섭 2017. 7. 20. 10:07

不妊 모기 풀어 모기떼 박멸한다

  • 최인준 기자
  • 입력 : 2017.07.20 03:00

    [친환경 해충방제 기술의 진화]

    - 구글의 생명공학 자회사 베릴리
    지카바이러스 모기 없애기 위해 수컷모기 불임세균에 감염시켜 2000만 마리 푸는 실험하기로

    - 美, 유전자 변형 나방 실험 승인
    배추좀나방의 유전자 변형, 자살 유발하는 유전자 이식… 3~4개월간 매주 3만마리씩 방사

    IT 기업 구글의 생명공학 자회사 베릴리(Verily)가 오는 21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시에 불임(不妊) 모기 2000만 마리를 푸는 실험을 한다.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 떼를 박멸하기 위해서다. 지카 바이러스는 신생아에서 두뇌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는 소두증(小頭症)을 유발한다. 베릴리는 세균인 월바키아를 수컷 모기에 감염시켰다. 이 모기가 암컷과 짝짓기를 하면 나중에 태어난 알이 제대로 자라지 않고 죽는다. 결국 모기가 생식 활동을 해도 불임인 것처럼 개체수가 늘지 않는다는 의미다.

    베릴리의 수컷 모기처럼 생물이나 생물 유래 물질을 이용한 생물학적 방제가 활발해지고 있다. 인체나 환경에 해로운 화학약품을 쓰지 않고 해충을 퇴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퇴치 효과도 화학 살충제를 능가한다. 기존 살충제는 내성을 가진 곤충이 늘면서 해마다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

    세균과 유전자로 해충 성장 차단

    베릴리의 불임 모기처럼 해충으로 해충을 잡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은 처음이 아니다. 미국 미시간대 연구진은 지난해 말 중국 광저우 인근 섬에 월바키아에 감
    된 흰줄숲모기를 매주 3차례씩 방사해 섬 전체 모기 수를 96%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방제 효과를 보려면 최소 수만 마리에서 수십만 마리의 감염 곤충을 단기간에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베릴리는 로봇을 이용한 불임 모기 제조 시스템을 개발해 매주 100만 마리씩 불임 모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집트숲모기 붙임 세균 감염시켜 방제 외
    일종의 자살 유전자를 이용해 해충을 줄이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 6일 코넬대의 유전자변형(GM) 배추좀나방 방사 실험을 승인했다. 배추좀나방 애벌레는 배춧과 농작물을 갉아먹는다. 전 세계 농업에 연간 50억달러(5조6100억원)가량의 피해를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넬대가 방사할 나방은 영국 바이오 기업 옥시텍(Oxitec)이 개발했다. 자살을 유발하는 유전자(DNA)의 조각을 수컷 나방의 유전자 가닥에 심었다. 자살 유전자를 가진 수컷 나방과 야생 암컷 사이에서 나온 알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죽어버린다. 실험 결과 95% 이상의 나방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지 못하고 죽었다. 코넬대는 10에이커(약 4만㎡) 농장에 3~4개월에 걸쳐 매주 최대 3만 마리씩 수컷 나방을 방사할 계획이다.

    식물 분비물로 해충의 동족 살육 유발

    식물이 분비하는 물질을 생물학적 방제에 쓸 수 있다는 연구도 나왔다.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 캠퍼스의 존 오록 박사는 식물이 해충의 공격을 받을 때 분비하는 메틸 자스모네이트에 주목했다. 식물은 이 물질로 해충을 쫓고 동료들에게 경고 신호를 보낸다. 연구진은 나방 애벌레들이 토마토가 분비하는 메틸 자스모네이트에 노출되면 나뭇잎을 먹지 않고 애벌레들끼리 서로 잡아먹기 시작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 자연생태와 진화' 10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메틸 자스모네이트의 농도
    3단계로 나눠 세 그루의 토마토에 뿌렸다. 각 나무에 애벌레를 8마리씩 두고 8일간 지켜봤다. 농도가 낮은 메틸 자스모네이트를 뿌린 토마토 나무에선 애벌레들이 줄기가 드러날 때까지 잎을 먹은 반면, 고농도로 뿌린 나무에선 잎을 먹지 않고 동료 애벌레들을 잡아먹었다. 오록 박사는 "실험 마지막 날엔 애벌레가 한두 마리만 남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식물의 방어 물질이 천연물질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향후 친환경 해충 방제 약품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오현우 책임연구원은 소나무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화랑곡나방을 방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 학술지 '케미스트리 에콜로지' 14일자 인터넷판에 발표했다. 이 나방은 곡물에 알을 낳아 해를 입힌다. 오 박사는 소나무 추출 성분이 나방의 유충 호르몬을 차단해 애벌레 80%가 죽었다고 밝혔다. 유충 호르몬은 곤충이 알에서 성충까지 변하는 변태(變態) 과정을 조절한다. 이 호르몬이 차단되면 나방이 성장을 하지 못하고 죽는다. 오현우 박사는 "유충 호르몬은 곤충에만 작용하기 때문에 이 호르몬을 막는 물질은 사람이나 가축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앞으로 소나무 재선충과 모기 등의 해충들을 저비용, 고효율로 방제하는 기술의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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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20/2017072000015.html#csidxc62d82ce705ce1ea1ddeca4eed8784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