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7.20 03:14
성별 선택 임신 가능해지며 딸·아들 키우고 싶은 부모에 미국 등 선택 시술 허용 추세
부모의 행복추구권 인정을
전문직 여성 A씨는 자식 욕심이 많다. 30대 후반에 늦게 한 결혼이지만, 시험관 시술로 딸 쌍둥이를 낳아 키우고 있다. 그녀는 아기를 더 낳고 싶어 했다. 셋째는 이왕이면 아들이길 바랐다. 딸과 아들, 다 키워보고 싶었다. 불임 클리닉을 찾아가 아들 임신이 가능한지 물었다. "안 된다"는 대답이 바로 돌아왔다. 아기 성별을 구별해 임신 시술을 하면 불법이기 때문이다. 유전적으로 아들에게 또는 딸에게만 질병이 대물림되는 특수한 경우만 배아 성별을 선택할 수 있다.
A씨는 낙담했다. 셋째 아기 시술마저 주저됐다. 그러다 미국에서는 합법적으로 부모가 원하는 대로 아기 성별을 골라 임신 시술을 해준다는 말을 들었다. 부부는 LA로 날아갔고, 거기서 사내 아기를 임신하고 귀국해 현재 산부인과에서 임신 처치를 받고 있다. A씨처럼 미국에서 원하는 성별의 아기를 임신하고 온 여성을 심심치 않게 본다고 산부인과 의사들은 말한다.
현대 의학의 발달로 아들 딸을 원하는 대로 임신할 수 있게 됐다. 방법은 다양하다. 정자를 검사해서 X 또는 Y 염색체가 풍부한 것으로 나눈 다음에 딸을 원하는 경우는 X염색체가 지배적인 정자를, 아들을 원하면 Y가 풍부한 것을 선택해 인공수정하면 된다. 성공 확률은 80~ 90%다. 더 확실한 것은 시험관 아기 시술 때처럼 수정된 배아를 착상시키기 전에 세포를 하나 떼어 성별을 보는 것이다. 이른바 착상 전 유전자 검사다. 유전병 여부를 걸러주기 위해 시행한다. 이 과정에서 원하는 성별의 배아를 골라 임신에 이르게 할 수 있다. 현재 성별 감별 시술은 불법이어서 시험관 시술 때 배아를 무작위로 골라 자궁에 넣어야 한다. 게다가 임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배아 여러 개를 넣기 때문에 아들 쌍둥이, 딸 쌍둥이가 나온다.
성별 선택 임신 시술은 윤리 논쟁을 불러왔다. 중국·베트남 등 남아 선호가 심한 국가에서는 성비 불균형을 심화한다는 우려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나라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기의 성별 선호가 없는 선진국에서는 아들·딸 골고루 키우고 싶어 하는 부모에게 선택권을 주기 시작했다. 이에 1994년 국제산부인과의사연맹 윤리위원회는 가정 내 아들·딸 균형(family balancing)을 원하는 경우라면, 성 감별 임신 시술이 정당하다고 했다. 미국생식의학회도 2001년 둘째 아이부터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지했다.
한국 사회는 한때 지독한 남아 선호로 심각한 성비 불균형을 겪었다. 말순(末純)이, 후남(後男)이가 여아 이름에 쓰였고, 태아가 딸이면 낙태시키는 일도 벌어졌다. 이 때문에 의사가 태아의 성별을 부모에게 알려주는 것을 금지하는 희한한 법이 나왔다. 그러나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오히려 딸을 선호하는 부모가 많아졌다. 딸 한 명 낳고 그만 낳는 가정도 수두룩하다. 태아 성 감별 고지 금지법도 2009년부터 완화됐다.
정상적으로 여자가 100명 태어날 때, 남자는 104~106명 태어난다. 최근 10여년 동안 우리나라는 남자 105명으로 안정적인 정상 성비(性比)를 보이고 있다. 한때 133명에 이르던 셋째 아이 남초 현상도 2014년부터는 정상 성비로 내려왔다. 그만큼 태아 남녀 차별이 없다는 얘기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는 인식은 적어도 출산에선 현실이다.
아들 가진 부모는 딸도 두고 싶고, 딸 가진 가정은 아들 하나 더 낳아 키우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딸이 있으면 인생이 착해질 것"이라며 딸 바보를 부러워하는 아들 아빠들이 있고, "아들 있는 집 보면 왠지 듬직해 보인다"고 말하는 딸 엄마들이 있다. 그러고 싶어 산부인과 진료실을 두드리는 아이 하나 부부도 꽤 있다. 이제 둘째 아이부터는 성별 선택 임신 시술을 허용해도 되지 싶다. 애 낳는 게 애국이라고 말로만 할 게 아니다. 아이 더 낳길 원하는 잠재적 애국자들에게 이 정도의 행복 추구권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본다.
정상적으로 여자가 100명 태어날 때, 남자는 104~106명 태어난다. 최근 10여년 동안 우리나라는 남자 105명으로 안정적인 정상 성비(性比)를 보이고 있다. 한때 133명에 이르던 셋째 아이 남초 현상도 2014년부터는 정상 성비로 내려왔다. 그만큼 태아 남녀 차별이 없다는 얘기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는 인식은 적어도 출산에선 현실이다.
아들 가진 부모는 딸도 두고 싶고, 딸 가진 가정은 아들 하나 더 낳아 키우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딸이 있으면 인생이 착해질 것"이라며 딸 바보를 부러워하는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