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사설] 불필요한 ‘사드 소동’ 서둘러 진화하라

최만섭 2017. 6. 2. 07:37

[사설] 불필요한 ‘사드 소동’ 서둘러 진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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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둘러싼 ‘보고 누락 소동’은 소통 혼선에 따른 해프닝으로 끝나는 모양새다. 진행 중인 청와대 진상조사 결과가 나와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나는 사실로 볼 때 대통령이 격노해 조사 지시를 내릴 만큼 중차대한 하자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보고 누락 파문은 군사용어 혼선
불협화음 안보라인에 국민은 불안
여당은 섣부른 청문회 자제해야


혼선의 가장 큰 원인은 군사용어의 의미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제출한 최종 보고서에 ‘3월 6일부터 4월 23일까지 사드 체계 전개’라고 밝힌 것이 사드의 한국 반입 완료 시기를 의미하며, 사드 1개 포대가 통상 6기의 발사대로 구성되는 만큼 보고 누락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전개’란 실전배치뿐 아니라 부대 내 보관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사드 발사대는 현재 성주 부지에 2기가 배치돼 있으며 나머지 4기는 미군 모 기지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언론보도까지 수차례 나온 상황이다.
 
하지만 전개와 배치의 의미 차이를 알지 못한 정 실장이 당초 보고서 초안에 담겼던 ‘6기 발사대, 모 캠프에 보관, 4기 추가 배치’ 등의 문구가 최종 보고서에서 삭제된 점과, 이후 “사드 4기가 추가로 들어왔다면서요?”라는 정 실장 질문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반문한 데서 고의적 누락을 의심한 것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이런 불필요한 소동을 바라보는 국민은 불안하기만 하다. 사드처럼 국민적 관심사가 지대한 사항에 대해 전임과 후임 안보실장 사이에서 그처럼 인수인계가 허술하게 이뤄진 점도 그렇거니와, 안보실장과 국방부 장관이 질문과 반문을 거듭하면서도 어떻게 충분한 이해에 도달할 때까지 대화가 계속되지 않았는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외교관 출신인 정 실장이 군사용어와 군사작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면 이해가 될 때까지 보충질문을 했어야 했고, 한 장관도 반문으로 그칠 게 아니라 신임 안보실장이 알아듣도록 충분한 설명을 했어야 한다. 이처럼 말이 통하지 않는 안보라인이 위급한 상황에서는 어떻게 현명한 판단을 내리리라고 국민들이 믿고 안심할 수 있겠는가.

더욱 한심한 것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태도다. 청와대의 진상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청문회 개최를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사드 파문을 ‘하극상과 국기문란’으로 규정하고 한 장관 외에도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핵심이었던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까지 증인으로 채택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자칫 섣부른 정치보복으로 비춰질 수 있다. 또 이번 파문에 미국과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함에 따라 “국내적 조치”임을 명백히 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도에도 반하는 것이다. 가뜩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불거진 악재를 더욱 악화시키고,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쪽으로 선회하던 중국을 다시 자극하는 것이다.
 
청와대는 사드 파동에 대한 진상조사를 서둘러 끝내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치권도 안보를 정치 쟁점화함으로써 국론을 분열시키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 안보는 그 어떤 이유로도 볼모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