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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U-'이산화탄소 포집과 활용(carbon capture & utilization·CCU)'

최만섭 2017. 5. 1. 09:49




지구 열 받게 하는 이산화탄소, 미래 자원으로 대변신

  • 이재성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
  • 입력 : 2017.05.01 03:00

    - 전세계 온실가스 감축 혈안
    195개국 기후변화 대응 나서
    한국, 2030년 5.4억톤 배출 목표… UN 전망보다 37% 줄이기로

    - 다양한 탄소 자원화 방안 연구
    유전에 주입, 원유 채굴에 사용
    고부가가치 플라스틱 원료로 수소와 반응, 디젤 연료 만들어

    이재성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
    ▲ 이재성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
    2015년 12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 195국이 참여한 파리 기후협정이 발효되면서 '신(新)기후체제'가 출범했습니다. 목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2도보다 낮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산업 혁명 이후 지구의 온도는 꾸준히 높아졌고 이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이상기온 현상은 지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가 지구 온도 낮추기에 발 벗고 나선 겁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입니다. 공장이나 자동차 등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 등이 많아지면서 지구가 뜨거워졌기 때문입니다. 파리협정 참여국들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스스로 정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5.4억톤(t)으로 정했습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에서 전망한 2030년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8.5억t)에서 37%를 줄인 수준입니다. 이 목표를 이루기는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온실가스를 총 7억t 배출했습니다. 배출량 기준으로 세계에서 여섯째입니다. 특히 석유화학·철강·정유 등 한국의 주력 산업은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대표적 장치 산업입니다. 온실가스 감축 문제를 산업이나 경제 영역과 떼놓고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산화탄소, 배출 전에 붙잡는다

    이산화탄소는 온실가스 중 비중이 가장 큽니다. 이 때문에 온실가스 저감 기술은 주로 이산화탄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은 '이산화탄소 포집과 저장(carbon capture & storage·CCS)' 기술입니다. 산업체나 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뒤 고갈된 가스전이나 유전, 석탄층 등에 저장하는 방식입니다.

    스웨덴 전력 기업인 바텐폴이 독일 동부 옌쉬발데에서 운영하고 있는 석탄발전소.
    ▲ 스웨덴 전력 기업인 바텐폴이 독일 동부 옌쉬발데에서 운영하고 있는 석탄발전소. 바텐폴은 유럽연합의 지원을 받아 이 공장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장치를 시험하고 있다. /바텐폴
    '포집 기술'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화석연료를 연소시킨 뒤 배기가스에 포함돼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흡수재로 잡는 방식이 있습니다. 또 석탄이나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기 전에 수소만 먼저 분리할 수도 있습니다. 수소가 없는 연료는 연소 과정에서 다른 부산물 없이 물과 이산화탄소만 나오기 때문에 일반적 연료보다 이산화탄소만 잡아내기가 쉽습니다. 마지막으로 순수한 산소로 화석연료를 태우는 방식도 있습니다. 이때도 물과 이산화탄소만 만들어집니다.

    CCS 기술로 이산화탄소를 처리할 때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압축해 적당한 장소로 옮깁니다. 하지만 거대한 저장 시설과 수송관 건설에만 1조원 이상이 필요합니다. 특히 땅이 좁은 우리나라는 CCS보다는 '이산화탄소 포집과 활용(carbon capture & utilization·CCU)'이 더 적합한 방법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수요량 2020년 1억 4000만t

    CCU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유용한 자원으로 활용하는 기술입니다. CCS에 비해 기술 발전은 느리지만, 이산화탄소를 자원으로 재활용해서 유용한 화합물로 만든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의 이산화탄소 자원화 목표
    2011년 기준으로 세계 이산화탄소 활용 시장의 수요는 약 8000만t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5000만t이 원유를 캐내는 데 사용됩니다. 원유는 채굴할수록 유전 내 압력이 낮아져 잘 나오지 않습니다. 여기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면 유전 내 압력이 높아져 채굴 효율을 30~60%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을 원유 회수 증진(enhanced oil recovery·EOR)이라고 부릅니다. 콜라 같은 탄산음료를 만드는 데에도 이산화탄소가 필요합니다. 글로벌 CCS연구소에 따르면 이런 다양한 수요를 고려할 때 2020년에는 이산화탄소 연간 수요량이 약 1억4000만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는 대부분 공정을 거쳐 인위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기술이 발달하면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화학물질로 만드는 기술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잘 깨지지 않는 단단한 구조인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로 만들어 다른 물질과 쉽게 반응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일산화탄소는 다른 물질과 결합하면 메탄올, 초산, 개미산, DMC(dimethyl carbonate), 고분자 화합물, 연료 등으로 변환됩니다. 또 에틸렌이나 프로필렌을 이산화탄소와 결합해 고부가 플라스틱 원료를 만드는 기술도 일본에서 연구 중입니다. 독일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e디젤(경유)'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로 바꾸고, 이를 수소와 반응시켜 디젤 연료로 합성한 것입니다.

    주목받는 탄소 자원화 기술

    국내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수소와 반응해 디젤 연료를 만드는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로 바꾸는 공정 없이 반응 한 번으로 디젤과 같은 액체 연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이 주도하는 이 기술의 핵심은 산화구리철(CuFeO₂)을 이용해 만든 촉매입니다. 이 촉매는 지구상에 가장 많고 싼 철과 구리를 델라포사이트(delafossite)라는 독특한 구조로 합성한 형태입니다. 하지만 촉매에 반응하지 않고 남아있는 이산화탄소가 많아 실용화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촉매로 이산화탄소를 반응시켜 경질 올레핀(플라스틱 기초원료)을 합성하는 기술도 연구 중입니다. 경질 올레핀은 에틸린(ethlyene), 프로필렌(propylene), 부타디엔(butadiene)처럼 탄소가 2개에서 4개까지인 화합물을 뜻합니다. 이 물질들은 석유화학 산업에서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원료로 원유에서 만들어집니다. 만약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반응시켜 이것들을 얻을 수 있다면 이산화탄소 감축은 물론 한정된 화석연료 대체 효과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세계 각국은 이제 이산화탄소를 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 자원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기술 발전만 뒷받침된다면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는 곧 기존 석유화학 산업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30/2017043001957.html#csidx6bf12d8fc5cb59c8d7683d0eac6f5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