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보인 변론 행태는 법조계 내부에서도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많다. 막말과 선동성 발언을 내뱉는 등 역사적인 심판의 격에 맞지 않게 정치 공세에 치중했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막말 논란은 지난 20일 15차 변론부터 불거졌다. 김평우 변호사는 자신이 준비한 변론을 당일 못하게 되자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향해 “그럴 거면 왜 헌법재판관씩이나 하냐”고 소리쳤다. 이 대행이 다음 기일에 시간을 주겠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그는 22일 16차 변론에서는 1시간35분 동안 변론을 펼치며 국회를 향해 “야쿠자냐”고 비난했다. 헌재를 향해서도 재판 절차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이런 식이면 헌재는 존재할 수 없게 된다” “헌재 자멸의 길”이라고도 했다. “(헌재가 8인 체제로 결정하면) 자칫 내란 상태로 들어간다”는 말까지 나왔다.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재판관들에겐 등을 돌린 채 발언해 불성실한 태도로 논란이 일었다. 이 대행이 박 대통령 측에 “품격 있는 재판 진행이 되도록 협조해 달라. 일반사건이 아니라 대통령 탄핵 사건이지 않나”고 당부하기도 했다.
재판 막바지에 나온 소추 의결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 재판관 기피 신청, 무더기 증인 신청도 사실상 재판진행을 방해하는 변론 지연 목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김 변호사는 국회가 13개 탄핵 사유를 개별 투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헌재가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 초기 준비절차에서 박 대통령 측이 철회했던 주장이다. 헌재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탄핵소추안이 포괄적이어도 찬성 여부는 개별 의원들이 판단한 것”이라며 “하나씩 쪼개서 투표하지 않았다고 절차위법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어차피 13개 탄핵 사유 중 무엇이 인정되는지는 헌재가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3월 13일 전 선고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던 박한철 당시 헌재소장을 “국민을 혼란에 빠트린 장본인”이라며 증인 신청하기도 했다. 한 서울지역 판사는 “재판 진행을 혼란스럽게 할 의도 말고는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며 “결론이 나면 되돌릴 수 없으니 어떻게든 변론을 지연시키거나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한편 이날 상임이사회를 열고 김 변호사의 발언이 변호사 품위유지의무 위반인지, 징계 논의를 위한 조사위원회 개최가 필요한지 등을 논의했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