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2.24 03:01
[군산조선소·협력업체 르포]
- 군산조선소, 6월이면 중단 예정
축구장 수십 개 넓이 작업장 텅~ 협력업체도 붕괴… 군산 초토화
- 본사 노조는 23년 만에 전면파업
구조조정 거부하며 "임금 올려라", 정치인들은 무작정 "중단 안돼"
23일 정오 전북 군산국가산업단지 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동문. 평소 같으면 점심을 먹으러 나오는 직원들로 북적였겠지만 이날은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간혹 작업복 차림 직원 몇몇이 출입문을 드나들 뿐 축구장 수십개 넓이 야드(작업장)는 텅 비었고, 높이 115m 골리앗 크레인(1650t급)은 멈춰 있었다. 이곳에선 현재 건조가 끝난 선박들 일부 마무리 작업만이 진행 중이다. 이 선박을 6월까지 넘기면 이후엔 조선소 전체가 가동을 멈춰야 할 상황이다. 수주한 물량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이미 인근 협력업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같은 시각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본사 앞에선 노조원 1500여 명(노조 추산)이 모여 출정식을 갖고 8시간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구조조정 박살' '투쟁 승리'라고 적힌 풍선 봉을 들고 사내 도로를 행진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전면 파업에 나선 건 1994년 이후 23년 만이다.
극심한 '수주절벽'으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현대중공업이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고 있다. 한쪽에선 일감이 없어 조선소는 물론 협력업체도 문을 닫을 지경이지만, 다른 한쪽에선 구조조정 반대를 외치며 파업에 나서는 아이러니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조선소 중단에 "군산 다 죽는다" 반발
울산에선 파업이 진행 중이지만 군산은 조용하다. 노조가 울산에서만 파업 투쟁을 하겠다는 지침을 내렸기 때문. 이를 두고 "군산은 일이 없는데 파업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해석이 나오는 실정이다.
이미 군산 일대 협력업체들은 빈사 상태다. 한 협력업체 직원은 "작년 10월 중순부터 일감이 딱 끊겼다. 근로자 20여 명은 대부분 실직했고, 청소 작업을 위해 두어 명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업자에 따르면 2009년부터 가동한 조선소 호황을 타고 인근에 들어선 원룸 450여 동 중 60~70% 정도가 비어 있다.
- ▲ 23일 오전 울산광역시 동구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노조가 파업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 위). 이날 현대중공업은 전체 조합원 1만3000여 명을 대상으로 1994년 이후 23년 만에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반면 이날 전북 군산시에 있는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공장은 일감이 없어 텅 비어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 6월 이후 군산조선소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연합뉴스·전수용 기자
◇노조 23년 만에 전면 파업
현대중공업은 세계 조선업 불황으로 작년 7월 울산조선소 도크 1기 가동을 중단했다. 1972년 창사 이래 처음이었다. 올 상반기에도 2~3기를 더 멈춰야 할 형편이다. 작년 희망퇴직 형태로 2000명가량을 내보냈고, 분사(分社)도 추진 중이다. 조선·해양플랜트 사업을 계속하고, 전기·전자(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건설장비(현대건설기계), 로봇(현대로보틱스) 등 비(非)조선 사업 부문을 분리해 경쟁력과 경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 오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이를 승인할 방침이다. 하지만 노조는 분사가 "인력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면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해 5월 시작한 2016년 임금·단체협상도 해가 넘도록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임금 삭감, 노조는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82차례 협상했지만 견해차만 확인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금은 파업이 아니라 재도약을 위해 노사가 힘을 모아도 모자란데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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