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이 자사 보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최근 보도가 지나치게 정파적이어서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 신문의 주필이 지난달 설 연휴를 앞두고 행한 박근혜 대통령 인터뷰의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은 시점에 이런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는 점에서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해 촛불시위 국면에서 쓴 사설(12월30일치)을 보면 말문이 막힌다. ‘광장의 촛불은 결국 좌경화 이념의 교두보였던가’라는 제목부터가 촛불 민심에 케케묵은 ‘색깔’을 씌우고 있다. 1월9일치 1면에 올린 ‘3.7만명>2.4만명 서울 태극기 집회 참가자 ‘촛불’ 첫 추월’이라는 기사도 친박단체들이나 할 법한 주장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박근혜 비호 신문’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균형감 잃은 보도다.
이런 편향된 보도의 정점은 이 신문의 주필이 진행하는 ‘정규재 티브이’의 박 대통령 인터뷰다. 정 주필은 이 인터뷰에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핵심 사안은 모두 피해간 채 ‘정윤회씨와의 밀애설이 있다’는 둥 하는 본질과 무관한 질문으로 일관했다. ‘블랙리스트에 대해 알지 못하느냐’ 같은 정작 필요한 질문에서는 박 대통령이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는데도 한마디 후속 질문도 하지 않았다. 대통령에게 엉터리 변명을 늘어놓을 판만 깔아준 것이다. 이 정도면 ‘언론의 품격과 정도’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민망한 일이다.
정 주필만이 아니다.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편집위원은 지난달 블로그에 ‘한국에 중국 유학생 6만 명이 머물고 있는데, 중국이 이 유학생들을 촛불시위에 몰래 참여시켰다’고 밑도 끝도 없는 주장을 했다. 외교 문제까지 빚어질 수 있는 사항인데도 최소한의 근거 제시도 없다. 언론과 언론인 전체를 먹칠하는 이런 몰상식을 걷어내는 데 언론이 먼저 스스로 나서야 한다. 언제까지 국민에게 ‘기레기’ 소리를 들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