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압수수색 불가 방침을 밝혔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 등은 어제 “특검의 압수수색에 대해선 기존 관례에 따라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관례는 지난해 10월 검찰 압수수색 거부와 12월 국회 국정조사 특위의 청와대 현장조사 거부 등을 일컬은 것으로 보인다. 특검의 수사를 방해하고 지연시키겠다는 노골적인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박 대통령의 허언과 식언은 한두 번이 아니지만 해도 너무한다. 박 대통령이 떳떳하다면 압수수색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궁지에 몰린 탓인지 박 대통령은 요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하고, 재판부에도 반발하는 등 막무가내로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형사소송법 제110조 1항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문구를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고 있다. 청와대가 보안을 요하는 장소인 것은 맞다. 그러나 특검은 청와대 내부 정보를 북한에 넘겨주는 간첩이 아니다. 최순실씨와 무자격 의료업자들은 이런 보안 시설에 지난 3년간 수시로 들락거렸다.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는 위법 소지도 있다. 같은 법 같은 조 2항은 “전항의 책임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지금 상황에서는 청와대 압수수색으로 박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관련자들의 비리를 명확하게 밝히고, 헌재가 신속하면서도 공정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는 것이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
이미 청와대는 많은 범죄 증거를 인멸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이영선 행정관 등은 최순실씨와 연락하기 위해 만든 대포폰(차명 휴대전화)을 폐기하거나 내부 자료를 삭제했다. 검찰이 확보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휴대폰도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 등이 전무한 깡통폰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복마전의 주무대인 청와대에 관한 조사는 필수적이다. 특검은 관련법에 따라 비서실장실, 민정수석실, 의무실, 경호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압수수색은 특검이 사법부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진행하는 정당한 법 집행이다. 만에 하나 경호실 등이 무력으로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을 막는다면 그 자체로도 박 대통령은 탄핵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