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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카운트다운… 고척돔, 흙 속에 과학을 심다

최만섭 2017. 1. 24. 08:58

WBC 카운트다운… 고척돔, 흙 속에 과학을 심다

입력 : 2017.01.24 03:06

[스포츠 연구소] 야구장 흙의 3가지 비밀

①똑같은 흙 깔리는 게 아니다
마운드·타석엔 발 딛기 좋게 벽돌만큼 단단한 흙 뿌려… 주자들 달리는 곳엔 푹신한 흙

②야구하기 좋은 흙 따로 있다
경기하기 적합하게 특별 배합… 미국서 만든 제품 주로 수입해

③가장 중요한 건 '수분'
흙 촉촉해야 불규칙 바운드 적어… 하루 3~4차례 물 뿌리며 관리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세계 야구의 최대 이벤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3월 6일부터 WBC 1라운드가 열리는 서울 고척 스카이돔도 '대회 6주 전 시설 점검을 마쳐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22일부터 26일까지 닷새간 내·외야 흙·잔디 정비 작업에 돌입했다.

고척돔 시설 조정은 미국 메이저리그(MLB) 구장관리 부문 자문위원인 머레이 쿡(56)이 방한해 진행하고 있다. 쿡 위원은 구장 관리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로, 2006년 WBC 1·2회 대회가 열린 도쿄돔,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장 등을 관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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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은 언제나 최고의 상태로 선수들을 맞아야 한다. 오프시즌에도 구장 정비·보수 작업은 계속된다. 3월 6일 개막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경기에 앞서, 머레이 쿡 미국 메이저리그(MLB) 구장관리 공식 자문위원(왼쪽에서 둘째)과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들이 고척돔 홈 플레이트를 교체하는 모습. /고운호 기자
야구장 관리의 핵심은 '흙'이다. 22일 고척돔에서 만난 쿡 위원은 "야구장에 쓰이는 흙은 선수들이 최상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모래·진흙 등의 성분을 배합해 만든 '야구 하기 좋은 흙'"이라며 "제대로 된 흙을 쓰면 불규칙 바운드가 줄고 경기가 더 완벽해진다"고 말했다. 야구장의 흙은 어떻게 다른 걸까. 그는 "야구장 흙에는 3가지 비밀이 있다"고 말했다.

위치마다 흙이 다르다

쿡 위원은 "야구장에는 통상 3종류의 흙이 쓰인다"고 말했다. 투수 마운드와 타석에는 '마운드 클레이'라는 흙이 쓰인다. 진흙과 모래가 9대1 비율로 섞인 흙이다. 진흙 비중이 높기 때문에 물을 뿌려가며 다져주면 벽돌만큼 단단해진다. 바닥이 단단해야 투수·타자가 디딤발을 확실히 땅에 고정하고 힘껏 공을 던지거나 칠 수 있다.

주자들이 달리는 '주로(走路)'에는 '인필드 믹스'라는 흙을 쓴다. 모래 6, 진흙 3, 토사(silt·모래와 진흙의 중간 굵기인 흙) 1의 비율로 섞인 흙이다. 모래 비중이 높아 진흙보다 덜 단단하고 푹신한 느낌이다. 주자들이 슬라이딩할 때 충격을 흡수하고, 타구가 땅바닥에 맞았을 때 너무 높이 튀어 오르지 않도록 한 것이다.

마운드 클레이와, 인필드 믹스 위에 이불처럼 덮는 '제3의 흙'도 있다. 구운 모래와 토사로 만든 '소일 컨디셔너'다. 선수들이 넘어졌을 때 큰 부상을 입지 않도록 쿠션 역할을 해주고, 흙이 머금고 있는 수분이 증발하는 것도 막는다.

야구장용 흙은 따로 있다

성분이 잘 배합된 흙은 기본적으로 경도(硬度)가 높다. 일반 흙처럼 물러서 쉽게 부서지면 선수들이 박차고 나갈 때 추진력을 얻기 어렵다. 경도가 무르면 스파이크 자국도 쉽게 남는데, 여기에 타구가 닿으면 불규칙 바운드가 된다. 전용 흙을 쓰면 불규칙 바운드를 줄일 수 있고, 선수들이 달릴 때도 더 편하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국내 구단들은 최근 미국에서 야구장 흙을 수입해오는 추세다. 고척돔에 깔린 흙은 그중에서도 수분을 더 많이 머금을 수 있는 '최신 개량 흙'이다. 쿡 위원은 "미국은 야구 역사가 오래돼 흙의 성분 비중에 따라 다양한 제품이 있다. 한국 기후에도 맞는 흙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수입하는 것"이라고 했다.

야구장 흙은 항상 젖어 있어야

귀한 흙을 가져다 쓰는 만큼 관리법도 섬세하다. 쿡 위원은 "야구장 흙은 항상 젖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수분이 쿠션처럼 작용하면서 공이 튀어 오르는 반사충격을 흡수해 준다. 흙 바닥이 항시 촉촉하려면 그만큼 구장 관리직원이 힘써야 한다. 통상 구장 관리 직원은 아침 9시 전에 출근해, 경기가 끝나고 난 다음까지 남아 있으면서 하루에 3~4차례 물을 뿌려야 한다. 특히 햇빛이 쨍쨍한 여름철에는 2~3시간 만에 흙이 바짝 마 르기 때문에 수시로 물을 뿌려가며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총 16개국이 참가하는 이번 WBC 4회 대회에서 한국은 대만·이스라엘·네덜란드와 A조에 편성됐다. 한국 대표팀은 내달 24일부터 고척돔에서 적응 훈련을 시작하며, 3월 6~9일 1라운드를 치른다. 상위 2개팀이 8강에 오른다. 준결승은 3월 21일, 결승은 23일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24/201701240005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