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노조

사설] 붉은 머리띠 '연봉 1억'들 더 이상 勞組 아니다

최만섭 2016. 10. 4. 09:21

[사설] 붉은 머리띠 '연봉 1억'들 더 이상 勞組 아니다

입력 : 2016.10.04 03:14

올해 노동계 추투(秋鬪)에서 끝까지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있는 노조는 현대자동차·철도 노조 두 곳뿐이다. 둘 다 민간과 공공 부문 대표 노조들이다. 공통적으로 고(高)연봉 사업장이라는 특징이 있다. 현대자동차는 평균 연봉 9600만원으로 민간 부문 최고이며, 철도 노조도 6700만원으로 공공 부문 평균보다 높다. 두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와 공공운수노조에서 조합원 수가 가장 많다(현대차 노조 4만9000명, 철도 노조 1만8000명). 두 노조는 상대적으로 고령화(高齡化)되어 있다. 현대차 조합원 평균연령이 47세, 철도 노조 조합원이 45세다. '고임금·기득권·고령화 노조'로 요약된다.

철도 노조는 성과연봉제 반대, 현대차 노조는 임금피크제 반대와 임금 인상이 요구 조건이다.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는 능력 위주 임금 체계 도입,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해소에 필요한 제도다. 청년 실업난 상황에선 더더욱 필요하다. 그런데도 두 노조가 끝까지 투쟁하는 것은 간단히 말해 정년(停年)까지 월급 최대로 받아내되 경쟁 없이 편안하게 살겠다는 것이다. 이들의 머릿속에 기업의 장래와 미래 세대는 없다. 지금 당장 있는 대로 빼먹고 나와 내 가족만 잘살면 된다는 이기주의와 한탕주의뿐이다.

돈을 많이 받는다면 개개인 경쟁력이 높고, 조직 내 사기도 높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같은 자동차 1대를 만드는 데 현대차 국내 공장에서는 26.8시간,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는 14.7시간이 걸린다. 임금은 한국 노동자가 20% 더 높다. 철도 노조는 수년 전 수서발(發) 별도의 고속철도 회사를 설립하는 것에 극구 반대해 왔다. 경쟁은 무조건 싫어한다. 막강한 노조의 집행부 선거는 정치인 선거 뺨친다. 다음 노조 선거를 놓고 노조 내 파벌들이 "끝까지 싸우겠다"는 선명성 경쟁을 한다.

연봉 1억원 노조원들이 붉은 띠 두르며 시위·파업하는 사이, 9월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4% 감소했고, 화물열차 운행률은 평소의 30% 수준으 로 추락했다. 4일에는 철도 노조가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시위를 한다고 한다.

노동 관련법이 만들어지고 노조를 보호하게 된 것은 근로자들이 가난한 약자였기 때문이다. 지금 붉은 띠 두른 연봉 1억짜리 근로자들은 가난하지도 않고 약자도 아니다. 이들은 막대한 이익을 지키고 확대하기 위해 모인 특수 이익집단이다. 노조라는 외피를 쓰고 법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