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노조

'착취와 쟁취'… 1980년대식 투쟁 매달리는 귀족勞組

최만섭 2016. 10. 3. 06:47

'착취와 쟁취'… 1980년대식 투쟁 매달리는 귀족勞組

입력 : 2016.10.03 03:00

[현대차·철도노조 長期파업 왜]

- '회사·정부는 죽일놈' 인식
현대차 평균 47세, 철도 45세… 국내 전체 근로자 평균 임금인
3619만원보다 2~3배 받으면서 청년실업·비정규직 고통 외면

- 노조 지도부의 '내부 정치'
회사나 정부 입장 받아들이면 어용노조 비판 받아
자리 보전하려 강경투쟁 일관

올해 임금협상을 놓고 7월 19일부터 24차례 파업을 벌인 현대자동차 노조는 4일 울산공장 노조 사무실에서 중앙대책위를 열고 이번 주 파업 일정을 논의한다. 지난 27일부터 성과연봉제 철회를 요구하면서 파업에 돌입한 철도노조는 같은 날 지역본부 조합원들까지 모이는 상경 투쟁을 예고했다. 함께 연대 파업을 벌였던 다른 노조들과 달리 여전히 '강경 투쟁'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낡은 프레임에 갇힌 강성 노조

현대차노조는 올해뿐 아니라 최근 5년간 해마다 파업을 하면서 임금을 높였고, 철도노조도 2013년 23일 파업으로 수서역 KTX 자회사 설립을 반대하는 등 '실력 행사'를 자주 해왔다. 두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의 금속노조와 공공운수노조에서 가장 조합원 수가 많은 곳이다. 현대차노조의 조합원은 4만9000명, 철도노조는 1만8000명에 달하고, 노조 조직률도 70%대에 이른다. 연봉도 근로자 평균 임금(3619만원)의 2~3배를 받는다.

일손 놓고… 화물열차, 평소의 30% 운행 - 올해 노동계의 ‘추투(秋鬪)’가 소강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금속노조와 공공운수노조의 대표 격인 현대자동차노조와 철도노조는 임금 인상과 성과연봉제 철회 등을 이유로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위 사진은 지난 30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노조가 파업 집회를 하는 모습. 아래 사진은 철도노조 파업으로 인해 화물열차 운행률이 평시 대비 30%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2일 의왕ICD(내륙컨테이너기지)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일손 놓고… 화물열차, 평소의 30% 운행 - 올해 노동계의 ‘추투(秋鬪)’가 소강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금속노조와 공공운수노조의 대표 격인 현대자동차노조와 철도노조는 임금 인상과 성과연봉제 철회 등을 이유로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위 사진은 지난 30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노조가 파업 집회를 하는 모습. 아래 사진은 철도노조 파업으로 인해 화물열차 운행률이 평시 대비 30%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2일 의왕ICD(내륙컨테이너기지)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김지호 기자

'고(高)임금 귀족 노조'라는 비판에도 두 노조의 파업이 계속되는 건 지도부와 조합원들이 착취와 쟁취라는 낡은 노동운동 프레임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대차노조와 철도노조 조합원의 평균연령은 47세와 45세로 1980~1990년대의 노동운동을 직접 경험했던 세대"라면서 "노조 파업 집회에서 노조원들은 아직까지 '정부와 회사는 죽일 놈' 식의 일방적인 구호를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성과연봉제, 현대차노조는 임금피크제와 임금 인상 억제 등 정부가 중점 추진하고 있는 노동정책에 맞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 임금 인상 억제 등과 관련해선 노동계 일부에서도 "능력 위주 임금 체계 도입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 해소 등의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는 분위기다. 2014년 조세재정연구원에서 공공기관 근로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직무의 동기부여와 성과를 향상시키는 데 가장 적절한 임금 체계로 성과연봉제(45.4%)를 꼽았다.

내부 조직 논리도 파업 장기화의 원인

노동 전문가들은 현대차노조와 철도노조만 끝까지 남아 버티는 건 지도부가 자리를 보전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노조의 경우 지난 8월 노사가 내놓은 1차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임금 인상률 등이 전년에 비해 낮다는 점 등이 원인이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만약 앞으로 나올 2차 합의안도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된다면 관례상 박유기 현 위원장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것"이라며 "위원장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파업 등 강한 수단을 통해 회사 측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노조의 경우 최근 지도부가 사측이 요구한 복지 삭감, 자동 근속 승진제도 폐지,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받아들이면서 '어용 노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김영훈 현 위원장 등 주요 간부들이 내년 1~2월 노조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사측과 극한 대립을 불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전직 코레일 간부는 "노조는 성과연봉제 등이 도입될 경우 조합원들이 노조 지부장보다는 소속 부서장의 눈치를 보게 되고, 적극적으로 노조 활동을 하는 사람은 근무 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게 되 면서 노조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규창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 노조가 워낙 기득권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노동운동 위기를 돌파할 비전과 철학을 갖지 못한 채 낡은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며 "청년 실업을 고민하고, 비정규직 등 다양한 고용 형태 근로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노조 중심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