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9.08 03:06

'구동존이'는 저우언라이 이후 중국 최고 지도자들이 외교적 난제를 만날 때마다 가장 즐겨 쓰는 용어가 됐다. 덩샤오핑이 1979년 미국과 수교하면서 대만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도, 1992년 한국과 수교를 앞두고 북한이 걸림돌이 됐을 때도 '구동존이'를 앞세웠다. 2011년 초 백악관을 방문한 후진타오 당시 주석은 "구동존이 정신으로 등고망원(登高望遠·높은 데서 멀리 바라봄)하자"고 했다. 60년 전 저우언라이가 설명한 '구동존이'는 이렇다. "큰 공통점에도 작은 차이점이 있고, 큰 차이점에도 작은 공통점이 있다. 문제나 갈등에만 집착한다면 서로 공동의 이익을 놓친다"는 것이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를 놓고 한·중 관계가 '역대 최고'에서 '역대 최악'으로 추락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난 5일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항저우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예상대로 박 대통령은 사드 당위성을, 시 주석은 사드 반대를 강조했다. 양국 간의 '접점'은 보이지 않았다. 시 주석은 '음수사원(飮水思源·물을 마실 때 그 물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한다)'이라는 성어까지 쓰며 중국이 한국 독립을 지원했던 역사를 거론했다. 한국이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중국의 옛 도움을 잊는 행동이라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나의 넓지 않은 어깨에 5000만 국민의 안위가 달렸다"고 응수했다.
그러나 사드 때문에 한·중 관계가 뒤틀리면 서로 손해라는 것은 중국도, 한국도 잘 안다. 중국이 끝까지 '사드 몽니'를 부리면 중국의 '펑유(朋友·친구)'는 점점 더 미국 쪽으로 다가갈 것이다. 중국이 이를 견제하려고 북한을 끌어안으면 '핵 도미노'가 한국·일본을 넘어 대만까지 닿을 수 있다. 우리도 중국을 멀리해선 통일 시대를 준비하기 어렵다.
이번에 두 정상이 한목소리로 '구동존이'를 언급한 것은 사드가 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