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7.29 03:17
베이징 포럼서 본 '대국病' 걸린 大國 민얼굴
공산당 선전 기관원들 '한국 보복당할 것' '적당히 넘어갈 생각 말라' 노골적 협박 모욕
인민일보 사장과 포럼 사회자들이 "중국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으나 우리의 정당한 이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실크로드 미디어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라 해도 정치·외교 문제를 거론할 수 있지만 이렇게 강한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자세를 고쳐 앉았다. 어떤 인민일보 발언자는 "일본, 필리핀, 한국이 중국 인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줬다"고 했다. 일본은 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 필리핀은 남중국해 문제, 한국은 사드 문제로 상처를 줬다는 것이다. 댜오위다오는 일본 쪽에도 할 말이 있다는 것, 남중국해 난사군도는 공해(公海)이기도 하지만 거리도 필리핀에 훨씬 가깝다는 점, 북핵(北核)에 죽지 않기 위해 한국이 어쩔 수 없이 사드를 배치한다는 사실은 어디서도 언급되지 않았다.
중국 인민일보는 알다시피 언론사가 아니라 공산당 선전 기관이다. 포럼에 공개적으로 얼굴을 드러낸 사람은 한 명도 없었지만 공산당 선전부가 무엇을 어떻게 쓸지 결정한다. 아마도 포럼 개막에 앞서 당 선전부에서 '남중국해 문제와 사드 문제를 제기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모양이었다. 중국 공산당이 북한 노동당처럼 막말을 할 수는 없어서 막말용으로 만들었다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 그곳에선 고려할 가치가 없는 막말이 쏟아지곤 하는데 어떤 이는 그것이 중국 공산당의 본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그 인터넷 사이트의 책임자라고 나온 사람은 포럼에서 "한국은 반드시 보복당할 것이다"고 했다. 미디어 차원에서 서로 이해를 넓히자는 토의가 아니라 협박이고 모욕이었다. '중국 실크로드' 포럼의 초청에 응해 자국을 찾은 외국 언론인들 면전에 대고 할 소리는 더욱 아니었다. 보다 못한 우리 언론인 한 사람이 '사드는 북핵 때문이고 북핵엔 중국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자 이 기관원은 흥분까지 했다. 중국서 "남중국해 문제에 묻혀서 사드가 적당히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말도 들었다.
'우리가 대국이라는 걸 모르느냐?'는 중국인들의 대국병(大國病)은 이제 당의 아래 기관원들까지 대놓고 '대국' '소국' 운운할 정도가 됐다. 이번 포럼에서도 "위대한 중화민족"이라는 소리를 몇 번은 들은 것 같다. 사드, 남중국해 등 각자 생각이 다른 국가 간 문제에선 서로 할 말이 있기 마련이다. 이럴 때 중국은 '대국 대(對) 소국'이라는 눈으로 문제를 본다. 양쪽이 충돌하면 소국이 물러서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서해 경계선을 등거리가 아니라 인구 비율대로 정하자는 기상천외한 발상도 여기서 나온다. 남중국해 문제에서 중국인들이 더 화가 난 것도 필리핀이라는 소국에 당했기 때문이다. 사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제2의 마오쩌둥'이라는 시진핑이 어떤 보고를 받았는지 '사드 반대'를 공개 천명한 이상 중국이 보복은 한다고 본다. 이미 중국에서 일하는 한국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 중국인들이 잘 안 만나려 하고, 만나도 "주위에서 한국인들 만나지 말라고 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일부러 사드 얘기를 꺼내는 사람도 있다. 중국은 일단은 한국에서 사드 반대 운동이 크게 일어나길 바라고 있다. 성주에 사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관을 찾아내 그의 반대 주장을 인민일보에 크게 실은 것도 그 일환이다. 그러다 적당한 시점에 한국 여론을 이간할 수 있는 보복 카드를 내밀 수 있다.
이 포럼에서 중국의 오만과 무례만이 아니라 그 힘도 보았다. 아시아의 여러 나라 언론인들이 "미국이 중국의 평화 굴기를 방해한다" "중국과 전면적으로 협력하겠다"고 했다. 자리를 둘러보니 상당수가 화교로 보였다. 경제를 중국에 의존한 나라도 한둘이 아니었다. 중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베트남이나 필리핀은 눈에 잘 띄지도 않았다. 둘째 날 일대일로 포럼에 온 세계 100여국 언론 관계자들은 서양인들까지 포함해 모두 중국 비위를 맞추는 발언에 열심이었다. 돈 때문이라고 해도 결국은 중국의 힘이었다.
필자는 사드와 관련해 '중국의 입장도 이해는 해야 한다'는 글을 두 번 썼다. 중국의 이 힘이 거칠어지는 걸 막자는 취지였다. 지금 보면 무망(無望)한 기대였던 듯하다. 누구는 우리 정부가 잘못해서 중국을 설득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아무리 잘했던들 이 '대국병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