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癌세포만 쏴죽이는 '총' 4년내 만들겠다"

최만섭 2016. 6. 22. 15:38

"癌세포만 쏴죽이는 '총' 4년내 만들겠다"

  • 안산=김강한 기자-입력 : 2016.06.22 03:07

  • [미래를 여는 한국 新기업] [9] 전원장치 제조 '다원시스'

    전원장치 만들며 기술 축적
    5000만원으로 시작… 20년 만에 매출 659억 회사로
    암세포만 타격하는 기술 상용화 목표로 공동 개발

    경기도 안산에 있는 중소기업 다원시스는 국내 전원 장치 제조 분야 1위 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659억원, 영업이익 87억원을 달성했고 2014년에는 정부가 선정한 월드클래스 300기업에도 선정됐다. 전원 장치 기술을 응용한 기초 과학 연구용 방사광 가속기 시스템(빛을 쏘아서 물질 내부를 분석하는 장비), 디스플레이 패널 세정 시스템 등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엔 암세포만 골라 제거할 수 있는 의료용 치료기까지 개발하고 있다. 박선순(55) 대표는 "누구든지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장치처럼 생긴 기기를 한 번만 통과하면 몸속에 있는 암세포를 제거하는 의료용 기기를 개발하는 게 꿈"이라며 "4년 안에 세계 최초로 이 기술을 상용화하겠다"라고 말했다.

    주차장에서 연구용 전원장치 만들며 기술 축적

    박 대표는 카이스트(KAIST)에서 전기전자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기업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짧게 현장 경험을 쌓은 그는 1996년 1월 학교 후배, 회사 동료 등 4명을 모아 5000만원으로 안산에서 사무실을 임대해 회사를 차렸다. 당시 국내에 없던 전원 장치 기술을 개발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공과금, 임대료, 임금 등 나가는 돈이 상당했다. 박 대표는 회사 운영을 위해 각 기업과 연구소에서 실험용으로 요청한 일회용 전원 장치를 만들어 팔았다. 그는 "처음엔 공장이 없어서 회사 주차장에서 동료들과 공구를 들고 전원 장치를 만들었다"며 "비가 올까봐 작업할 때를 빼고는 항상 비닐로 장비를 꽁꽁 싸매야 했다"라고 말했다.

    박선순 다원시스 대표가 지난 20일 경기도 안산시 다원시스 본사에서 레이저 용접장치로 반도체 칩을 정밀하게 회로판에 붙이는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 회사는 레이저 용접장치를 독자 개발한 데 이어 기초과학 연구용 방사광 가속기, 디스플레이 세정 장비 등 다양한 응용 기술을 만들어내고 있다.
    ▲ 박선순 다원시스 대표가 지난 20일 경기도 안산시 다원시스 본사에서 레이저 용접장치로 반도체 칩을 정밀하게 회로판에 붙이는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 회사는 레이저 용접장치를 독자 개발한 데 이어 기초과학 연구용 방사광 가속기, 디스플레이 세정 장비 등 다양한 응용 기술을 만들어내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박 대표는 7~8년간 이렇게 일회용 전원 장치를 만들어 팔며 핵융합 발전소에 들어가는 전원 장치 개발에 들어갔다. 정부가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한 핵융합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인 'KSTAR'에 전원 장치를 공급해보자는 생각이었다. 프로젝트도 따낼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2011년부터는 프랑스 카다라시에 건설 중인 국제 핵융합로 건설 프로젝트에도 사업자로 참여하고 있다"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 7년 넘게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유일하게 기술을 개발한 덕분에 KSTAR . 다원시스가 총 사업 규모 131억8000만유로(17조2700억원) 중 729억원에 해당하는 전원 장치 공급 계약을 따낸 것이다.

    암치료 패러다임 전환시킬 기술 개발에 도전

    다원시스 개요표
    박 대표는 지난해부터 암치료 기술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암치료에 쓰이는 붕소를 환자 몸에 주입한 뒤 중성자라는 물질을 가속기를 이용해 빠른 속도로 쏴 암세포만 정밀 타격해 제거하는 기술이다. 정부는 다원시스, 가천대 길병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이 공동 개발 중인 이 기술을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으로 선정해 2020년까지 5년간 100억원을 지원한다. 박 대표는 "몸 곳곳에 퍼져 있는 1㎜ 크기의 암세포도 제거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라며 "상용화될 경우 최소 1조원대의 엄청난 시장이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원시스는 올해 1월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그 사이 56㎡(17평)짜리 사무실에서 시작한 회사는 사무 전용 빌딩과 공장을 갖춘 1만6520㎡(5000평) 규모로 커졌다. 변하지 않은 것은 기술에 대한 그의 집념이다. 박 대표는 4년 전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매년 180시간씩 기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의 미래는 기술에 달렸어요.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고 키워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우리 회사의 전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