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조선업계 구조조정-[데스크에서] '지난여름' 우리가 한 일

최만섭 2016. 5. 6. 11:17

[데스크에서] '지난여름' 우리가 한 일

이인열 산업1부 차장
이인열 산업1부 차장
"해양 플랜트 관련 심해저(深海底) 시장 진출로 수주 금액을 800억달러(약 91조원)까지 끌어올릴 것이다." "해양 플랜트에서 약 10만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하겠다."

해양 플랜트 사업에 우후죽순으로 뛰어들어 수조원대의 손실을 본 대우조선해양이나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관계자들이 했던 말이 아니다. 요즘 해양 플랜트로 위기에 처한 조선업에 대해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우리 정부가 한 말이다. 2012년 5월 9일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힌 '해양 플랜트 산업 육성 대책'은 이 같은 내용으로 빼곡하다. 해양 플랜트란 바다 밑에서 석유나 가스를 시추하고 발굴하고 생산하는 설비를 말한다.

지경부뿐만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부산에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21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는 "조선 기자재를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이 해양 플랜트 기자재를 만들어야 한다"라든가 "조선 산업에서 해양 플랜트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는 발언들도 쏟아졌다. 심지어 해양 플랜트 부실이 막 곪아 터지던 시기에도 마찬가지였다. 2015년 1월 15일 '제64차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는 '해양 플랜트 운영 인력 중점 양성 방안'이 발표됐다. 같은 해 8월 28일에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19대(大) 미래 성장 동력으로 해양 플랜트 산업을 선정했다. 그런 정부가 막상 부실 문제가 공론화되자 '제3자'처럼 군다.

우리 조선 업체들이 해양 플랜트 사업에 뛰어든 시기는 2008년 하반기이다. 리먼 사태 여파로 글로벌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상선(商船) 발주는 급격히 줄어들었는데 유가(油價)가 상승하면서 해양 플랜트 발주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물론 조선사들의 주먹구구식 접근은 비판받아야 한다. 하지만 전문성 없었던 것은 조선 업체나 정부가 별반 차이가 없었던 점은 분명하다. 정부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해양 플랜트 사업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이를 엉망으로 진행한 개별 기업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해양 플랜트 호황에 '밥숟가락'을 올리려 애를 태우는 모습이 역력했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대형 프로젝트에 정부가 간여하는 행태는 해양 플랜트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죽하면 좀 뜬다는 업종마다 "정부는 제발 가만히 있어 달라"고 읍소할 지경일까. 한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이 정부 덕분에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일갈한다. 이제부터라도 정부의 산업정책은 미래 먹거리 산업이나 중소기업, 창업 중 심으로 방향을 트는 게 바람직하다.

부화뇌동한 것으로 따지면 정부나 정치권만 그런 것도 아니다. 부실해진 경제의 책임이 어찌 기업에만 있겠는가.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은 우리 사회가 실패를 분석해 배우려 하기보다 희생양을 찾는 데 더 열을 올리기 때문이다. 조선업과 해운업 같은 사태 재발을 막으려면 우리 모두가 지난여름 무슨 일을 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