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망쳐놓고 자기 몫 챙긴 회장… 적자 쌓여도 거액 받은 경영진
그 와중에 임금 올리라는 노조… 손에 피 안 묻히려 내빼는 관료
저마다 살 길 바쁜 구조조정, 어떤 결말이 날지 이미 뻔해
한진해운 최은영 전(前) 회장 모녀의 주식 매각은 간단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한진해운의 자율 협약 신청 발표를 하루 앞두고 팔아 치웠으니 의심받지 않을 도리가 없다. 설사 내부 정보를 몰랐고 '우연히' 매각 시점이 겹쳤다 해도 마찬가지다. 한진해운의 정상화가 불가능한 것은 다들 알고 있다. 그런데 기업을 그 꼴로 만든 장본인이 나 혼자 살겠다며 빠져나갔다. 보유 자산 1000억원의 재벌 오너가 고작 27억원어치 주식을 건지려 치사한 짓 한 꼴이 됐다.
한진그룹 창업주 조중훈(1920~2002)의 좌우명은 '수송보국(輸送報國)'이었다. 수송업을 통해 나라에 보답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평생에 걸쳐 이 네 글자를 사업 좌우명으로 삼았다. 돈을 벌려는 게 아니라 국가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으로 사업을 했다. 조중훈이 지금 사태를 보았다면 어땠을까. '보국'은커녕 잇속 챙기기 바쁜 며느리(최은영 전 회장)를 보고 장탄식하지 않았을까.
기업 구조조정이란 고통 분담의 프로세스다. 경영진·근로자·채권단이 손해를 나눠 갖는 타협선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막 오른 구조조정 드라마는 초장부터 저마다 '각자도생(各自圖生·제각각 살길을 꾀함)'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당장 한진해운 대주주의 사재(私財) 출연부터 싸움이 붙었다. 채권단이 성의 표시를 요구하자 한진 측은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한진해운을 맡은 지 2년밖에 안 되는 조양호 회장이 개인 돈을 내야 하는지는 양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최은영 전 회장만큼은 책임 논란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한진해운이 망가진 것은 그의 재임 시절 비싼 값에 용선(傭船) 계약을 맺는 등 판단 미스를 했기 때문이다. 최 전 회장은 회사가 수천억 적자를 내는 동안에도 꼬박꼬박 거액 연봉을 타 간 것으로 유명했다. 그래 놓고 근로자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할 수 있을까.
회사가 거덜나도 자기 몫을 알뜰히 챙긴 것이라면 대우조선해양 경영진도 뒤질 수 없다. 고재호 전 사장은 3조원의 부실을 분식 처리하고 21억원을 타 갔다. 다 죽어가는 대우조선엔 정·관계의 온갖 하이에나 떼가 달라붙어 썩은 살점을 뜯어먹었다. 산업은행 임원과 전직 관료, 장성들이 고문·자문역·상담역 등의 이름만 걸어놓고 월급을 타 갔다. 그렇게 기업을 망쳐 놓고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왜 우리만 당해야 하느냐는 근로자들 반발은 당연한 항변이다. 작금의 사태가 빚어진 가장 큰 책임은 경영진에 있다. 선제적 구조조정과 산업 재편을 태만히 한 정부와 채권단도 공범이다. 그런데 정작 큰 피해는 근로자가 보고 있다. 기업이 망해도 대주주나 임원들은 한몫 챙겨 가지만 근로자가 해고되면 살길이 막막해진다. 이런 근로자들의 피해의식을 이해하지 못하면 구조조정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 불가능한 곳이 현대중공업노조다. 그들에게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대중공업 경영진은 누적 적자가 쌓여가던 지난해 초반까지도 거액의 보수를 받았다. 3조원 적자를 낸 전직 회장은 퇴직금 37억원을, 전직 사장은 18억원을 챙겼다. 경영 실패의 장본인들은 호의호식하는데 왜 근로자가 해고되느냐는 노조 주장은 그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노조의 행태는 해도해도 너무하다. 일감이 없어 독(dock)이 비어가는데 임금 6.3% 인상과 성과급 250%를 요구하고 있다. 조합원 100명을 해외연수 보내달라고도 한다. 급기야 구조조정을 저지하겠다며 상경(上京) 투쟁에 나섰다. 노조는 조선업이 위기라는 전제 자체를 부인한다. 회사 측이 근거 없는 위기설을 퍼트리고 있다는 것이다. 막무가내식 각자도생의 극치다.
울산 현대중공업의 조선소 한복판엔 창업자 정주영(1915~2001)의 어록이 어른 키만 한 글씨로 붙어 있다. '우리가 잘돼야 나라가 잘되고, 나라가 잘돼야 우리가 잘될 수 있다.' 정주영 역시 돈만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업을 통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것이 기업인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생전에 그는 "나는 부유한 노동자일 뿐"이란 말을 달고 살았다. 웃통 벗고 직원과 씨름하고 수련회에선 마이크 잡고 한 곡조 뽑기도 했다. 같이 호흡하며 맨살로 부대끼는 경영진에 근로자들도 화답했다. 그렇게 혼연일체로 현대중공업을 세계 1위로 키워냈다. 정주영이 지금의 현대중공업을 보면 어떤 심정일까. 경영을 망쳐놓고 퇴직금 챙기는 경영진, 적자 나도 월급 올리라는 노조 앞에서 어떤 말을 할까.
각자도생의 백미(白眉)를 장식하는 것이 정부다. 구조조정의 사령탑인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정부가 개별 기업에 관여해선 안 된다"고 한다. 미국 정부는 파산 위기에 몰린 AIG보험이나 GM자동차에 구제금융을 쏟아부으며 직접 수술을 집도했다. 그런데 우리는 정부가 개입해서 안 된다니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관료들마저 손에 피 묻히지 않겠다며 도망가려 하는 모양이다. 저마다 살길 찾느라 바쁜 구조조정이라면 어떤 결말이 날지 뻔하다.
한진그룹 창업주 조중훈(1920~2002)의 좌우명은 '수송보국(輸送報國)'이었다. 수송업을 통해 나라에 보답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평생에 걸쳐 이 네 글자를 사업 좌우명으로 삼았다. 돈을 벌려는 게 아니라 국가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으로 사업을 했다. 조중훈이 지금 사태를 보았다면 어땠을까. '보국'은커녕 잇속 챙기기 바쁜 며느리(최은영 전 회장)를 보고 장탄식하지 않았을까.
기업 구조조정이란 고통 분담의 프로세스다. 경영진·근로자·채권단이 손해를 나눠 갖는 타협선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막 오른 구조조정 드라마는 초장부터 저마다 '각자도생(各自圖生·제각각 살길을 꾀함)'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당장 한진해운 대주주의 사재(私財) 출연부터 싸움이 붙었다. 채권단이 성의 표시를 요구하자 한진 측은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한진해운을 맡은 지 2년밖에 안 되는 조양호 회장이 개인 돈을 내야 하는지는 양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최은영 전 회장만큼은 책임 논란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한진해운이 망가진 것은 그의 재임 시절 비싼 값에 용선(傭船) 계약을 맺는 등 판단 미스를 했기 때문이다. 최 전 회장은 회사가 수천억 적자를 내는 동안에도 꼬박꼬박 거액 연봉을 타 간 것으로 유명했다. 그래 놓고 근로자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할 수 있을까.
회사가 거덜나도 자기 몫을 알뜰히 챙긴 것이라면 대우조선해양 경영진도 뒤질 수 없다. 고재호 전 사장은 3조원의 부실을 분식 처리하고 21억원을 타 갔다. 다 죽어가는 대우조선엔 정·관계의 온갖 하이에나 떼가 달라붙어 썩은 살점을 뜯어먹었다. 산업은행 임원과 전직 관료, 장성들이 고문·자문역·상담역 등의 이름만 걸어놓고 월급을 타 갔다. 그렇게 기업을 망쳐 놓고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왜 우리만 당해야 하느냐는 근로자들 반발은 당연한 항변이다. 작금의 사태가 빚어진 가장 큰 책임은 경영진에 있다. 선제적 구조조정과 산업 재편을 태만히 한 정부와 채권단도 공범이다. 그런데 정작 큰 피해는 근로자가 보고 있다. 기업이 망해도 대주주나 임원들은 한몫 챙겨 가지만 근로자가 해고되면 살길이 막막해진다. 이런 근로자들의 피해의식을 이해하지 못하면 구조조정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 불가능한 곳이 현대중공업노조다. 그들에게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대중공업 경영진은 누적 적자가 쌓여가던 지난해 초반까지도 거액의 보수를 받았다. 3조원 적자를 낸 전직 회장은 퇴직금 37억원을, 전직 사장은 18억원을 챙겼다. 경영 실패의 장본인들은 호의호식하는데 왜 근로자가 해고되느냐는 노조 주장은 그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노조의 행태는 해도해도 너무하다. 일감이 없어 독(dock)이 비어가는데 임금 6.3% 인상과 성과급 250%를 요구하고 있다. 조합원 100명을 해외연수 보내달라고도 한다. 급기야 구조조정을 저지하겠다며 상경(上京) 투쟁에 나섰다. 노조는 조선업이 위기라는 전제 자체를 부인한다. 회사 측이 근거 없는 위기설을 퍼트리고 있다는 것이다. 막무가내식 각자도생의 극치다.
울산 현대중공업의 조선소 한복판엔 창업자 정주영(1915~2001)의 어록이 어른 키만 한 글씨로 붙어 있다. '우리가 잘돼야 나라가 잘되고, 나라가 잘돼야 우리가 잘될 수 있다.' 정주영 역시 돈만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업을 통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것이 기업인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생전에 그는 "나는 부유한 노동자일 뿐"이란 말을 달고 살았다. 웃통 벗고 직원과 씨름하고 수련회에선 마이크 잡고 한 곡조 뽑기도 했다. 같이 호흡하며 맨살로 부대끼는 경영진에 근로자들도 화답했다. 그렇게 혼연일체로 현대중공업을 세계 1위로 키워냈다. 정주영이 지금의 현대중공업을 보면 어떤 심정일까. 경영을 망쳐놓고 퇴직금 챙기는 경영진, 적자 나도 월급 올리라는 노조 앞에서 어떤 말을 할까.
각자도생의 백미(白眉)를 장식하는 것이 정부다. 구조조정의 사령탑인 임종룡 금융위원장은